"전근대 유럽의 왕족이 입은 복식은 화려하고 비쌌다. 그러나 조선의 왕실복식은 화려했지만, 절약을 표방하며 신분과 의식에 따라 철저하게 구분된 복식을 활용했다."

최근 조선왕실의 복식을 입체적으로 다룬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가 발간됐다.

책은 용으로 상징되는 왕과 왕세자, 봉황으로 상징되는 왕비와 왕세자빈을 중심으로 의례에 따른 복식의 종류와 복식 유통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작동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전례서인 『국조오례의서례』·『국조속오례의보서례』·『상방정례』 등의  규정집 외에도 각종 의궤와 현전하는 복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왕실의 복식은 화려하고 사치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다. 세탁하여 빛바랜 강사포를 입어 절약과 검소를 몸소 실천하고 왕실에 진상해야 하는 물목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정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단을 입지 않고 명주나 모시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순조도 여러 번 세탁해서 입는 것은 물론 유장(帷帳)은 기워서 사용함으로써 왕이 검약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엄격히 금해 백성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옷에 새기는 무늬를 보면, 왕은 9개, 왕세자는 7개를 새긴다. 그중에서도 왕의 경우 5개는 상의, 4개는 하의에 놓는다. 상의를 보면 왕권을 상징하는 용무늬가 양어깨에 그려져 있고, 등 뒤에는 하늘에 오르는 길을 상징하는 산이, 소매에는 밝게 빛난다는 불(火),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꿩(華蟲), 제사에 쓰는 술잔(宗彛)을 그렸다. 하의에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수초(藻), 쌀을 형상화하여 양민을 나타낸 분미(粉米), 왕의 결단을 상징하는 도끼 모양의 보(黼),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궁자가 서로 맞대고 있는 모양의 불(黻)을 새겼다. 옷 한 벌에도 왕으로서 갖춰야 하는 덕목과 이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책은 왕실 복식이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어 가는 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속옷, 겉옷 등의 종류별로 의복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나 왕비가 한 벌의 옷을 모두 갖춰 입는 과정을 짚어나갔다. 또한 복식이 완성되기까지 물자의 공급과 제작까지의 관계도 담았다.

이민주|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276쪽|2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