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시민이란 큰 의식이 내 안에 없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이 사회와 지구를 생각하는 거룩한 마음이 있다. 단지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니까 느껴지지 않는 것뿐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한 마음을 많이 표현해라. 봉사는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봉사활동으로 의식이 커질 때 인생의 고(苦)가 행복으로 바뀐다.”

자연의 때에 따라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로 변화하듯, 삶에서도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있다. 지구시민운동연합 서울지부 정혜영 사무국장에게 지구시민 봉사활동은 행복한 인생으로의 터닝포인트와도 같은 것이었다.

▲ 지구시민운동연합 서울지부 정혜영 사무국장. [사진=이효선 기자]

지난달 21일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국장은 김장나눔 행사, 약손봉사 활동, 필리핀 재해민을 위한 모금운동 행사 등 매달 봉사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함께 하는 일이기에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서 얻는 보람도 더욱 크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날 치른 김장나눔 행사에서, 김장을 같이 담그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해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몸을 움직여 홍익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자기 성장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뜻깊었다. 한편, 행사를 책임지는 리더는 모든 일을 조율하고 감내하는 역할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장담그기 행사에서 큰 보람과 깨우침을 얻은 만큼 애로사항도 많았다. 김장 행사 전 준비한 배추는 400포기, 배추를 씻고 소금물에 절이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반나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준비 작업에 봉사자들 모두가 녹초가 된 것. 다음날 피곤함에 김장 분위기가 굳어지기도 했다.

“김장 마치고 돌아오면서 힘들어하던 봉사자와 대화를 나눴다. 무엇이 힘들었는지 이야기도 들어주고 어깨도 주물러 드렸는데 그분이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실은 나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힘든 상태에서 상대가 힘들어하는 것을  받아주기가 어려웠을 텐데 요즘은 힘이 많이 생겼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막내로 태어나 받기만 하면서 살다가 맏며느리로 결혼 생활하면서 벅차고 힘든 것들도 있었다. 봉사활동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의식이 커졌다. 의식이 작았을 때는 힘들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소소한 개인적인 문제는 놓게 된다."

▲ 지구시민운동연합이 지난해 11월 30일 김장나눔 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김치를 전달했다. [사진제공=지구시민운동연합]

정 국장은 경로당 약손봉사 활동을 나가면 어르신들 말동무에 어깨, 팔 등을 풀어주는 힐링도 해드린다. 그들을 만날 때면 새삼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봉사는 그저 좋고 밝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란 것. 마음이 외롭고 어두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것이  참 봉사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두운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그 어두운 에너지에 끌려갈 것 같아 밝은 에너지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나누려고 애쓰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지금 밝은 이 상태로 그들 곁에 있어주는 것이 전부다. 인간의 참본성은 원래 밝은 것이기에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행복을 전할 수 있다. 에너지는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니 인간관계도 훨씬 편안해지고 봉사활동도 수월해졌다. 그는 착하게 사는 것이란 존재의 밝음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도록 마음을 여는 삶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은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홍익 생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 국장은 “어떤 조건이 되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선택하고 이렇게 존재할 수 있음에 매 순간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며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는 쉽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지구시민운동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인종과 국가, 종교를 초월해 지구를 보호하고 사랑하자는 의식 문화 운동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1달러의 깨달음' 운동을 제안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지구시민운동연합은 2010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지구사랑 인간사랑을 실천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기사 바로가기>>>
[1편} Intro: 가슴 따뜻한 지구시민 이야기 시작합니다
"남을 돕는 일, 내 행복의 시작입니다"

[2편] 인터뷰: (주)동곡농산대표 김산태 씨
"서로 기대며 사는 인생, 나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