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개국 신화는 여전히 신화적 범주에 속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이 자명하다. 신화가 전하는 내용과 역사적 배경은 엄격히 분리해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중앙일보》, 2012년 9월 18일

 기사에서 발췌한 이 내용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밝히는 논리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다. 어째서 국민 혈세를 받아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런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

▲ 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이 12월 10일 국학원의 제125회 국민강좌에서 강의하고 있다.

 125회 국민강좌에 초청된 이주한 선임연구원(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은 이렇게 답했다.

 "이는 한국 주류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한 사람에게서 그 해답을 풀어갈 수 있다. 조선인 최초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 이병도 박사이다.
 스승의 논리 틀에 벗어나서는 학위를 받아 박사가 될 수도, 교수가 될 수도 없는 역사학계에서 이병도 박사는 일본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핵심 인물인, 자신의 스승 쓰다 소키치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병도 박사의 제자들은 오늘날 대한민국 사학계의 주류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국학원(원장 장영주)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125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번 강좌에는 이주한 선임연구원이 초청되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한국사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150여 명의 시민들은 우리나라 사학계의 주류들이 펼치고 있는 21세기 식민사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연구원은 가장 먼저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했을 때 조선의 언어를 못 쓰게 하고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재정립했다. 이를 위해 일본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한민족 역사의 첫 국가, 조선(고조선, 고대 조선)을 지우는 작업이었다.

 "일본 식민지 이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단군을 신화라 여긴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은 처음부터 중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입혔다. 그것이 바로 고조선을 신화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역사 인식은 고조선으로 우리나라 첫 박사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고조선 학자이자 서울대 국사학과 송호정 교수의 2003년 저서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에도 나온다.

 '기원전 7세기 전후한 시기의 고조선을 초기 고조선이라 할 수 있다. 이 당시 고조선은 일정한 정치체나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역집단이나 종족집단에 불과한 상태였다.'

▲ 125회 국민강좌에는 120여 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 이주한 연구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 연구원은 가장 권위있는 고조선 학자의 이같은 인식에  쓴 소리를 했다.

 "송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군조선은 신화의 영역일 뿐 역사 연구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단군조선 문제는 역사로 볼 수 없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미국사 전공자가 워싱턴은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성경을 말하는데 예수를 말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 사학계는 이런 이야기를 정설로 받아들인다. 왜? 이 사람이 우리나라 주류 역사학계의 정통한 고조선 학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식민사학은 일본 근대사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인 쓰다 소키치의 수제자인 이병도 박사에 의해 우리 사학계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병도 박사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그에게 사사 받은 뒤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의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르침을 받은 서울대 국사학과의 모든 제자들은 이 박사의 논리, 즉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학계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을 장악한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식민사학의 핵심 명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한국의 역사는 신화인 고조선을 제외하고 삼국시대 이후부터이다.  
 2 한국의 강역은 현재 평양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3 한국은 고대부터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아왔다.

 언뜻 듣기만 해도 분통터질 이야기지만 놀라지 마시라.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나라 주류사학계인 강단사학, 즉 식민사학계에서는 정설로 이해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단군조선은 신화이므로 역사와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고조선이 대륙에서 펼쳤던 거대한 영역은 역사로 볼 수 없다. 이병도 박사는 고조선의 영역을 한반도 북부, 평양 일대 한사군으로 보았다. 이것을 고조선 전체 강역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하게 식민지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논리다. 한민족의 시작을 한반도, 그 안에서도 평양 그 지역으로 최소화시켜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그 위로 북쪽지역은 중국의 식민지, 남쪽 지역은 일본의 임나일본부로 고대에서부터 식민지배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가 정당화되기 위한 논리가 창안되었고 이병도 박사는 이 논리를 우리 사학계의 정설로 만들었다."

▲ 이병도 박사가 가르친 '한사군'의 위치(주황색 영역). 이주한 연구원은 "이는 고조선의 강역으로 주류 사학계에 알려져있다. 이병도 박사의 스승, 즉 일본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도 박사가 가르친 한사군의 위치는 안타깝게도 중국에게 동북공정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을 막고 우리 역사를 지켜야 할 우리 주류 사학계가 우리 역사를 중국에게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국민강좌 현장에 참석한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연구원은 이제 국민들이 더 똑똑해졌으니 그 탄식을 거두고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역사관은 시대의 지배가치, 그것의 핵심을 뜻한다.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신, 가치관, 혼, 정체성이 좌우된다. 역사가 곧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이고 앞으로 내가 가야할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관은 누군가에 의해 노예의 삶의 역사관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식민사관을 몰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학계의 행태는 앞으로 근시일 내에는 정리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식민사학이다. 위대한 우리 민족을 물질적인 차원의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이 문제를 전문가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 나 스스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가 스스로 해야 한다. 내 역사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때 한국사가 바뀌고 우리의 삶도 바뀔 것이다."

 열정 넘치는 두 시간 강연에 객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2013년의 마지막으로 진행된 125번째 국민강좌가 마무리되었다. 

 2014년 갑오년을 맞이하며 열리는 첫 국민강좌는 1월 14일에 개최된다. 이형구 교수가 강사로 초빙되어 '한국고대문화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