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질병이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암 진단을 받았다거나 암으로 사망했다는 부고가 드물지 않게 들려온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09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남자 3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매년 11만 명이 암에 걸리며,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역시 암이다. 그렇다 보니 ‘암은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암을 내버려두면 점점 커지고 다른 장기로 전이돼서 죽게 된다’,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부위를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등 암에 대한 정보도 넘쳐난다.

"과연 평상시 우리가 듣고 있는 암에 대한 이런 상식이 정말 진실일까?"

▲ [자료제공=한문화]

일본 유명 암센터인 게이오대학병원 암 방사선 치료전문가 곤도 마코토 박사는 암에는 ‘진짜 암’과 ‘가짜 암’이 있으며, 암 발견 후 수술, 항암치료 등을 서두르지 않고 암 상태를 지켜보는 ‘암 방치요법’을 권한다.

저자는 병원에서 진단받는 대다수 암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가짜 암’이라고 한다. 단, ‘진짜 암’이라면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에 아무리 애를 써도 목숨을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진짜 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를 일으키는 암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암이고, 가짜 암은 전이를 일으키는 암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지 않는 암이다.

전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변이의 여부는 악성종양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암세포, 즉 암 줄기세포가 처음 발생하는 그때 이미 결정되어 그 후에는 달라지지 않는다. 암세포가 발생한 이후 서서히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고 악성도가 높아져서 암이 주위 조직으로 침윤, 나아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는 ‘상식’은 틀리다는 것이다.

암 치료의 표준처럼 들먹이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도 그 근거를 송두리째 잃는다. 항암치료도 예외는 아니다. 널리 알려진 믿음과는 달리, 항암제는 환자의 수명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인다고 이야기한다. 항암제 독성으로 고생하고 심지어 생명을 잃는 환자들을 경험하면서 임상자료에 대한 논문을 파고들어 암의 본질과 성질까지 철저히 분석했다.

항암제 치료가 수명을 줄인다는 사실은 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등 모든 고형암에 공통된다. 또한 수명을 줄이는 효과는 남성 환자에게 한층 큰데, 담배나 술 등으로 주요 장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150명이 넘는 암 방치 환자를 살펴보며 다양한 경과를 발견했다. 암이 증식해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암이 축소되거나 소실되는 경우도 있었다.

암 방치요법의 핵심은 짧은 기간이라도 상태를 지켜본다는 데 있다. 자신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암 선고로 빼앗긴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또한 암의 본질과 성질에 대해 공부하면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 잘못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암은 방치해도 짧은 시간에 증식하거나 전이되지 않는다. 진짜 암이라면 이미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병원에서 권유하는 대로 치료를 서두르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외과의사들은 위암을 수술하면 암이 급속히 증식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암이 공기에 닿으면 폭주한다’든가 ‘수술하면 암이 화낸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화내는 주체가 암이 아니라 메스에 상처를 입은 몸이라고 보아야 한다. 메스가 암의 증식을 거든 셈이다.” - 책 본문 중에서

애초에 암은 몸의 일부이다. 암을 공격하면 당연히 몸이 먼저 약해진다. 저자는 되도록 몸에 부담을 적은 방법을 고르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 요령이라 강조한다. 발병률이 높은 7가지 암에 대한 방치요법을 선택한 150명 환자의 생생한 증언과 저자의 친절한 해설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최고의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ㅣ 한문화 ㅣ 247쪽 ㅣ 1만 3천 오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