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관련법을 발의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이 뉴스를 장식했다. 학교폭력이 강력범죄 못지않은 규모로 일어나자 경찰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2011년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마련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지난 8월 기준 681명으로 이들은 담당 학교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범죄예방교육,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 가·피해 학생 상담 및 선도 업무 등 학교폭력 업무를 전담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학교전담경찰관 활동성과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학교전담경찰관이 도움된다'고 답한 학생이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도 609건에서 301건으로 5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올해부터 경찰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선도 대상과 처벌 대상으로 분류해 경미한 사안은 선도프로그램 연계를 강화해 낙인효과를 최소화하고, 처벌이 필요한 중대 사안에는 전문기관과 정보 공유를 통해 강력히 대응한다. 

▲ 박희영 부산금정경찰서 경사          [사진=이효선 기자]

부산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희영 경사는 올해 초 부산 금정구 학교전담경찰관으로 발령받은 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을 고심했다. 그는 인간 뇌의 보편적 두뇌발달원리와 방법론을 담은 뇌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한국식 명상 '뇌교육'에 주목했다.

박희영 경사는 학교폭력예방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에 뇌교육을 접목한 '파워브레인 스쿨'을 통해 학교폭력 없는 부산 금정구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를 지난 11월 24일 '청소년 멘탈헬스 인성교육협회' 출범식이 열린 서울대학교에서 만났다.

'청소년 멘탈헬스 인성교육협회'는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인성교육의 새로운 지표로 내세우고, 두뇌의 올바른 활용과 개발에서 찾는 한국형 인성교육 전문단체로 50여 개 민간단체가 참여했다.

박 경사는 이날 출범식에서 '파워브레인 스쿨' 사례를 발표해 참석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출범식이 끝난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의 손에는 명함이 한 움큼 쥐여 있었다. 이날 출범식에 온 서울경찰청 관계자 40여 명이 그의 발표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짧은 시간 발표였지만 학생 변화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뇌교육을 선도프로그램에 적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올해 초 전국의 각 경찰서에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을 도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어떤 것을 해야 하나 막막하던 차에 몇 년 전 우연히 TV에서 엘살바도르라는 중남미 나라에 우리나라 뇌교육 수업이 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당시 방송을 보며 한국이 대단한 일을 했구나 생각했는데,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 뇌교육 세미나'에 참석해 뇌교육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선도대상 학생들, 소위 말하는 문제학생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존감과 자기조절력이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문제학생뿐만이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의 공통점일 것이다. 선도프로그램이라는 취지가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이왕이면 자기조절력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던 중 교육부에서 명상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고 또한 공교육에 도입을 권장한다는 발표를 보고, 부산뇌교육협회에 연락했다.

뇌교육은 한국식 명상법과 뇌과학의 원리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에 도입된 곳이 2,100여 곳에 달한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 교육부 '글로벌 교육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뇌교육이 전해지면서 오랜 내전의 후유증으로 마약, 폭력, 학교 내 갱단 문제가 심각했던 엘살바도르 학교가 180도 바뀌는 기적을 보였다. 현재 엘살바도르 180여 개 학교와 1,800여 명 교사에게 뇌교육 수업이 시행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올해 5월 부산뇌교육협회, 부산금정구청, 금정경찰서가 학교폭력 없는 금정구를 만들자는 공동의 목적하에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금정구의  한 실업계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파워브레인 스쿨'을 운영했다.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캠프로 현재 6기까지 진행됐다.
 

▲ 지난 5월 22일 부산 금정경찰서, 금정구청, 부산뇌교육협회 MOU를 체결했다.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제공]


-학생들이 하루 만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가능하다. 지속하고 장기화되면 최고겠지만, 학생들은 반나절의 시간 동안 살짝이지만 나의 가치를 본 것이다. 파워브레인스쿨은 나도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고등학교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군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누나와 생활하고 있다. 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를 심하게 괴롭혀 ‘청소년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를 통해 신고가 접수됐다. 박 군은 아버지를 ‘xxx'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파워브레인 스쿨에 참여한 박 군은 한 자세로 30분 이상 버티는 ‘자기한계 도전하기’를 하며 크게 변했다.  그동안 위축되고 자신감 없었던 모습을 버리고, 이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박 경사와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성격이 밝아졌다.

파워브레인스쿨은 협동놀이를 통한 마음열기, 명상을 통한 자기돌아보기, 한계도전을 통한 자신감 키우기, 비전세우기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자존감이 낮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마인드가 강한 부적응 학생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소통·공감능력을 키워준다.
 

박 경사가 창립식에서 소개한 사례는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 파워브레인 스쿨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제공]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무엇보다 부족한 인력이 문제다. 금정구 관내에는 특수학교를 포함하여 51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해당 경찰서에서 예방 및 교육을 주 업무로 학교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단 두 명이다. 두 명의 경찰이 25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대의 결과를 창출해야 했다. 6기까지 진행하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고 또한 아이들을 통해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문제학생 한 명을 위해 전 학년에 파워브레인 스쿨을 적용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선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 성인범죄와 달리 청소년범죄의 경우 처벌이 아니라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는 것이 소년법 제1조의 목적이다. 선도라는 것이 문제학생을 뽑아 교육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집단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선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학교폭력은 전혀 다를 것 같다.

어떤 사회든 누구에게나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이들 대부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자기들 방식대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 교육시스템 자체가 아이들이 너무 힘들게끔 만들어 놓았고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현장에서 보는 학교폭력은 심각하다는 것보다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심 철학의 부재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중심가치, 철학이 없으니 어른들을 흉내 내고 그대로 답습한다.
 

▲ 지난 11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멘탈헬스 인성교육협회' 창립식에서 박희영 경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선환 객원기자]


-처음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학교에 경찰이 들어온다는 것에 일부 교육관계자들은 이를 교권의 ‘학생지도’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정적 시각이 컸다.

경찰 이미지가 검거, 처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권이 교권으로 침입해 힘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 공동의 숙제였고, 같이 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반발이 심했다. ‘순찰만 돌아라. 교실 안에 들어오지 마라’ 했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환영한다. 학생들 또한 경찰관 선생님이라 부르며 너무 좋아한다.
 

-학교 교육에서 뇌교육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뇌교육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의 가치, 존재 이유, 정체성을 알게 해준다. 내가 가치 있고 소중한 만큼 친구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진행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속해서 뇌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제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뇌교육의 혜택을 누려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세상에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학교전담경찰로서 사명감도 클 것 같다.

지난 2000년 경찰이 된 후 금융사기 등 돈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했다. 범죄를 수사하고 죗값을 치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름 치열한 경쟁을 거쳐 학교 전담 경찰관으로 오게 되었다.

 박 경사는 현재 9살, 6살, 2살 3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에게 학교폭력은 단순히 '업무'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일'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아이를 험악한 곳에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은 부모 마음이다. 대한민국이 보다 건강하고 밝아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