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 <황소> 1953년경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한국의 고흐 이중섭 등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화가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내년 3월 30일까지 한국 근․현대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70점, 유화 30점 등 100점을 선보이는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이 그것이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시대별로 마련했다.

1부 ‘근대적 표현의 구현’은 1920년대-30년대 서양화풍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국인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1915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다. 이어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유학한 화가들이 귀국하면서 국내에 새로운 화단이 형성된다. 이들은 기법과 양식에서 주로 일본에서 영향을 받아 고전주의적 사실주의나 인상주의를 위주로 그림을 그렸다.

▲ 오지호 <남향집> 1939

대표적으로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 김인승의 화실(1937), 오지호 ‘남향집’(1939) 등이 있다. 특히 시인 이상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구본웅이 그린 '친구의 초상'(1935)이다.

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은 1940-50년대 화가들은 광복, 식민잔재의 청산, 좌우이념의 대립, 한국전쟁, 분단 등을 겪으면서 사실주의 양식에서 벗어난다. 이어 구상과 추상의 개념이 형성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이중섭의 ‘황소’ 그림은 1999년 1월 특별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콧김을 내뿜고 있는 황소는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또한 가난과 고독으로 인생을 보낸 이중섭의 불행은 고흐를 떠올리게 한다.

▲ 박수근 <빨랫터> 1954

이어 박수근이 자신이 살던 서울 창신동 풍경을 그린 '골목 안'(1950년대), '빨래터'(1954)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의 노동과 민중의 삶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부 ‘전통의 계승과 변화’에서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던 수묵채색화의 시대적 변화를 조망한다. 해방 이후 일본색의 탈피와 모더니즘의 수용은 수묵채색화가들에게 중요한 과제였다. 이들은 입체파,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서양의 현대미술과 융합했다. 대표적으로 변관식의 '외금강삼선암추색'(1959), 이응노의 ‘향원정’(1959),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1967), 천경자의 ‘길례 언니’(1973) 등이 있다.

▲ 최영림 <경사날> 1975년

4부 ‘추상미술의 전개’에서는 1960~1980년대 미술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세대가 발표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1970년대 국전의 서양화 부문에서 출품되는 작품의 경향이 비구상, 추상 계통의 작품이 등장했다. 이어 ‘현대작가 초대전’ 한국미술대상전‘ ’앙데팡당전‘과 같은 새로운 전시가 개최됐다. 이러한 전시들에 힘입어 1970년대 추상미술은 실험미술과 함께 화단에 새로운 돌파로 간주됐다.

대표작으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가로 172㎝, 세로 232㎝의 대형 캔버스에 수많은 푸른 점을 찍은 그림이다. 그 외 한묵의 ‘푸른 나선’(1975), 최영림의 ‘경사날’(1975)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작품들을 보면 도전적인 실험정신에서부터 최절정기의 완숙함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치열한 창작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다”라며 “100점의 작품은 작가들의 꺼지지 않는 예술혼의 결실이자 한국 근현대의 여정을 걸어온 동반자이기도 하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남은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20세기의 정신과 삶을 오롯이 일깨워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3-6천원(덕수궁 입장료 포함)이다.
문의)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