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역사학자들이 만들고 퍼뜨린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보고서 한민족의 한(恨)을 느끼고 소박하고 슬프다고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흰옷을 좋아하는 '백(白)의민족'이라고 생각하는가.
 고려청자, 조선백자에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은 그 아름답고 웅혼한 곡선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에너지이다. '백의민족'의 백은 화이트(white, 흰색)가 아니라 브라이트(bright, 빛나다)가 맞다. 한민족은 빛의 민족이지 흰색을 좋아하는 민족이 아니라는 말이다."

 124회 국민강좌에 초청된 윤명철 교수(동국대)는 '벗어났다'고 말하지만 하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식민사관, 반도사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위대한 한민족의 역사가 역사학계의 기득권에 의해 완전히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 윤명철 교수가 11월 12일 124회 국민강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11월 12일 사단법인 국학원(원장 장영주)이 주최한 국민강좌에서 100여 명의 시민에게 역사를 보는 바른 관점을 강조했다. 동아시아 해양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윤 교수는 청중에게 바른 사관(史觀)으로 '해륙사관'을 제시했다. 바다와 육지가 만들어낸 유기적인 모든 관계를 역사의 무대로 본 것이다.

 "육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바다도 육지 못지않은 중요한 역사의 무대, '터'였다. 특히 한민족은 '동아지중해(EastAsian-mediterranean-sea)'에서 생활해왔다. 남해 동해 서해 동중국해 타타르해협 등이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육지와 해양을 동시에 우리 역사의 무대, 역사권으로 봐야 한다."

 윤 교수는 바다와 육지가 따로 떨어진 별개의 공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다와 육지는 그 성질, 모습이 다를 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역사 현장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한반도에 갇혀 버린 '반도사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언제부터 한민족의 역사 무대가 대륙의 그 맨 끝에 자리한 한반도였나. 일제가 식민지 때 '조선반도'라고 이름 지으면서 조선인들에게 식민사관을 심어주었다. 그것을 극복한다며 다시 이름 붙인 것이 '한반도'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에 갇혀 있다.
 반도사관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에 있지만 천 년 전을 생각해보라. 우리 민족의 무대는 한반도가 아니었다. 동아시아의 광활한 대륙이 바로 우리의 주 무대였다."

 그는 역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왜소하게 찌그러져 버린 우리 국민의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은 그 역사가 과거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대외진출사라는 이날 국민강좌의 주제를 통해 윤 교수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했다. 왜곡된 식민사관, 한계를 지어놓은 반도사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강조하는 '통념'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윤 교수는 "우리 민족의 역사, 문화, 전통을 이야기할 때 의례적으로 '조선'을 떠올리는 것부터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했다.

 "나는 올해 60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50대의 나인가? 최근 10년이 나를 이루는 전부인가? 절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근간이 되어 만들어졌다. 그 DNA는 부모님의 부모님, 그 부모님, 그 부모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이성계가 세운 조선만 이야기한다. 고려 발해 고구려 신라 백제 고조선, 그 이전까지를 모두 보고서 오늘의 우리를 말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어째서 조선에 한정되어서, 일제가 만들어놓은 식민사관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열등하고 부족하고 슬픔이 많고 한이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통념에서 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윤 교수가 이처럼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해 강조한 이유는 분명했다. 오늘날 문명의 대 전환기에 들어선 우리가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역사에 관심 없다. 자신에 대해, 가정에 대해, 가정이 모인 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으니, 역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애국심을 이야기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애국을 강조한다. 역사가 없는 개인은 온전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역사의 주체는 자연 그 모두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 어떤 마음,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바른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번 125회 국민강좌는 12월 10일 오후 7시 대한출판협회에서 진행된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주제로 열린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