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봉정사(鳳停寺)와 의성의 고운사(孤雲寺)에는 각기 '우화루'가 있다.  한글로 쓰면 똑같은 ‘우화루’이지만 한자로 보면 봉정사의 우화루(雨花樓)와 고운사의 우화루(羽化樓)는 사뭇 다르다. 안동 천등산(天燈山)의 봉정사(鳳停寺)는 안동에서는 가장 큰 통일 신라시대의 고찰로 서기 672년(문무왕 12) 의상(義湘) 스님(또는 그 제자인 능인)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곳 우화루(雨花樓)의 우화(雨花)는 '꽃비'라는 뜻으로 불교의 용어이다. 우화(雨花)는 석가모니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처음 설법하실 때 범천왕이 감응해 고운 꽃을 향기로운 바람에 실어 내려 보냈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 안동 봉정사 우화루(雨花樓).

안동의 남쪽과 이어진 의성군 단촌면(丹村面) 등운산(騰雲山)에 있는 고운사 역시 의상 스님이 서기 681년(신문왕 1) 창건하여 고운사(高雲寺)라고 하였다. 176년 후,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서기 857~?)이 여지(如智)ㆍ 여사(如事) 두 승려와 함께 가허루(駕虛樓)와 우화루(羽化樓)를 지으니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을 써서 비로소 고운사(孤雲寺)로 개칭하여 지금에 이른다. 물론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가허루(駕虛樓)는 가운루(駕雲樓)로 바뀌었다.

 최치원 선생은 13세에 당나라 유학의 길에 올라, 18세의 나이에 빈공과에 장원으로 급제한다. 881년에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를 지었는데, 그 문장이 어찌나 강렬하지 반란군의 수장인 ‘황소’가 그 글을 읽다가 주저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유불선(儒佛仙)을 통달한 국제적 지식인인 최치원은 망해가는 당나라를 떠나 큰 포부를 안고 신라로 귀국한다. 그러나 신라도 중앙 귀족들의 권력 쟁탈과 도적떼와 반란이 횡행했고 육두품이란 신분상 한계 때문에 큰 뜻을 펼 수가 없었다. 치세에 뜻을 잃은 고운 최치원은 나라의 전통을 더욱 깊이 연구하여 유교, 불교, 도교의 뿌리가 우리의 전통사상인 신교(神敎)임을 밝혔다. 이로써 한민족의 역사 속에 도맥(道脈)을 면면히 이어온 신교(神敎) 또는 풍류도(風流道), 신선도(神仙道)가 본래 뭇 종교의 뿌리임이 바로 세워졌다.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가르침을 베푸는 근원은 선사(仙史)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거니와, 실로 삼교(유, 불, 선)를 포함하여 접하는 모든 생명을 감화시키는 것이 있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으로 나가서는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공자가 가르쳤던 (유교의)뜻이요, 매사에 무위로 대하고 말없는 가르침을 행함은 노자(도교)의 가르침이며, 악한 일을 하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는 것은 석가모니(불교)의 교화이니라."

최치원은 또 우리의 옛 글자로 전해오는 천부경(天符經)을 한자로 번역하여 지금에 남겼다. 신교 또는 풍류도, 신선도(神仙道) 수행의 최고의 경지가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다. 애벌레가 날개를 달고 드디어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비상하는 존재로 진화하듯이 사람이 육체를 벗고 신선이 되어 높은 하늘로 오른다는 뜻이다. 즉 죽음을 초극하여 영혼이 완성 되는 인간 완성을 이룬다는 최상승의 수행법이다.

▲ 의성 고운사의 우화루.

그러니 고운 최치원이 고운사에 우화루(羽化樓)를 지은 뜻과 의상대사가 봉정사에 우화루(雨花樓)를 지은 뜻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두 건물은 각기 우리의 전통 정신인 선도와 외래종교인 불교를 가르는 건물이 되고 말았다. 등운산에 깃든 단촌리(丹村里)역시 단(丹)을 연마하는 우리의 신선도인 단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의성군은 최치원을 기리는 ‘최치원 문학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이다. 지금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잘 파악하여 불교에만 몰입하지 말고 유, 불, 선을 모두 아우르는 고운 최치원의 정신과 발자취를 바르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의성군이 종교를 뛰어 넘는 세계적인 정신 유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최근 안동에 마고동천비와 천부경비가 건립되면서 안동시가 유교의 도시 이전의 국학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국학의 정신으로 다시 새로 질 때만이 꺼지지 않는 한류의 본향으로 인류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사) 국학원 원장(대), 전국민족단체연합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