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장려상을 받은 권도연 학생(구성고 2)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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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이었다. 평소 때와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났던 나는 우연히 ‘서프라이즈’ 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그 프로그램에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방송 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 이었다. 서프라이즈에 따르면 우키시마호 사건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없애기 위해 행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은 부인한 채 보상조자 해주지 않고 있는 사건이었다. 이것을 보고 난 후 나는 이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졌기 때문에 인터넷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1930년대 일제는 우리나라의 인부들을 자신들의 나라로 데려가 강제 노동을 시켰다. 그러던 중 1945년 광복을 맞이했고 일본은 피징용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고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겠다며 선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일제가 준비한 배인 우키시마호에 오르게 되었다. 비록 우키시마호가 부산까지 가지 못 할 것이라는 풍문이 떠돌았었지만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에 배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런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선원들이 배를 멈추고 승객들을 몽둥이로 때리며 갑판에서 지하실 안으로 들여보냈고 그들 자신들은 배에서 내려 구명보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그렇게 유유히 구명보트를 타고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배가 이등분 됐으며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배에 탔던 조선인들은 대부분 죽었으며, 일부 생존자들이 근처 해군 기지로 피신했지만 증기가 폭발함에 따라 50여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일본 정부는 이 사건들은 단순한 ‘사고’라고 발표하였으며, 탑승인원과 피해자들의 수도 4천명 이하로 감소시켜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말에는 많은 모순점들이 발견된다. 일단 탑승자들의 증언이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탑승인원은 그들의 발표 내용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사건의 원인조차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들었다. 그것은 미국 기뢰에 부딪쳐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는 이미 어뢰들이 모두 제거 된 상태였고, 이미 기뢰 안전 신호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또한 그들이 실었던 연료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우키시마호의 연료는 부산까지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고, 배에는 360톤의 돌이 실려 배는 더욱 빨리 침몰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인들은 한국인만을 내버려 둔 채 탈출하였고, 그들이 탈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폭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2001년 8월 23일, 교토지방재판소에서는 일본 정부의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생존자 15명에게 1인당 300만 엔의 위로금 지급 판결을 내렸으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요청을 기각했다. 자신들이 고의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는 배제한 채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것에만 죄를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마저 2003년, 오사카 고등재판소에서 번복되어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은 외로움 싸움을 하였지만 국민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외면, 마지막으로 일본의 정보조작 속에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2003년, 피해자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무도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이슈화 시키지 않았으며 국민들 또한 그들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만약 이들의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만약 이 사건들을 알게 되었으면 2002 장갑차 사건 때처럼 월드컵 거리응원과 촛불시위 등으로 증명됐던 우리들의 단결력이 빛을 보았을 것이고 일이 커졌음을 자각한 한국 정부도 그들을 도와줬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났었는지조차 몰랐었고 정부 또한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었다. 이처럼 국민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건들은 많지만 우리들이 알게 되는 정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구할 뿐이다. 흔히 위안부, 강제 징용 등 일부의 사건들만 크게 다루어지고 있는 상태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건들의 당사자들은 국민과 정부의 외면 속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선택 된 사건만을 알고 있게 된 것일까?

 우리들은 일본을 미워한다. 친구들에게 물으면 십중팔구는 일본이 싫고, 일본인은 나쁜 놈들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책에서, 혹은 어른들이 일본은 나쁜 민족이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일본이란 민족 자체가 나쁜 것임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이 과거에 행했던 사건들에 대해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나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일본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들만의 잘못일까? 이것은 우리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다. 우리에게 일본은 나쁜 민족이란 선입관을 먼저 새겨 주기만 했을 뿐 그들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으며 우리가 무엇 무엇을 사과를 받아야하는지, 왜 사과를 받아야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위안부? 강제징용? 이러한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 외에도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할 것들은 많다. 여기서 예를 든 우키시마호는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외에도 가미시스카에서는 8월 16일 경찰서 건물에 조선인을 가두고 권총을 들고 지키며 불을 질러 몰살시켰고 미즈호에서는 8월 19일 조선인을 잡아오는 대로 냉동고에 넣은 다음 나중에는 바닷물에 던져 버리는 악행을 저질렀다. 앞의 사건은 '가미시스카 학살사건'이며 뒤의 것이 '미즈호 학살사건'이다. 하지만 우리 중 대부분은 이러한 사건들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의 피해규모 또한 다른 사건들에 비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이 사건들을 알지조차 못하고 있으며 일본 측의 함구와 자료조작과 정부와 민족의 외면 속에 피해자들은 큰소리 한번 못 내었고 사과조차 못 받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교과서에 실린 사건들 외의 사건들은 더 이상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사과담화에서 일본의 구체적이지 못한 사과에 많은 국민들이 화를 내며 더욱 구체적인 사과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사과는 일부 사건들에만 국한 된 것이다. 계속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사건들이 계속 지속된다면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가미스카 학살사건, 미즈호 학살사건 뿐 아니라 수면위에 오르지 못한 많은 사건들이 이대로 수면 깊숙이 가라앉고 말 것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진 채 억울한 원혼만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떠돌기만 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은 이러한 사건들을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왜 일부 사건들에 대해 국한된 사건들의 사과만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우리 중 대부분은 무엇인가 사과를 받아야 하는 지만 알고 왜 사과를 받아야 되는지조차 모른다. 이러한 상태에서 받는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과일 뿐이다.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일본에게 사과를 받기만을 원하는 이러한 태도를 기성세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우리가 왜 사과를 받아야하는 것인지 가르쳐줘야만 할 것이며,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정부조차 주목하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던 것이 일본의 만행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자세히 알기 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름뿐만의 사과가 아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사과에 대한 내용과 그 이유까지 알아야 그것이 진정한 사과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만 만약 기성세대들이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지 못 할 지라도 우리 세대들이 일본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무조건적으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만 배우게 된다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사건들은 이대로 잊혀 질 것이며, 언젠가는 왜 사과 받아야 하는지조차 잊혀 지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이대로 어정쩡한 일본과의 관계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