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유식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천문, 생물, 고대 문명, 세계사, 현대 문명까지. 그 세세한 이야기는 모르더라도 내가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을 한 큐(!)에 정리하듯이 꿰뚫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여기 한 권의 책을 권하는 바이다. 제목은 <빅 히스토리(Big History)>(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해나무 펴냄).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부제를 보자마자 이 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한 권으로 모든 것의 역사를 풀어내려다 보니 책이 얇지만은 않다. 출처까지 모두 다 합하면 429쪽에 달한다. 하지만 이 책, 일독을 권한다. 무려 137억 년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냈다. 즉, 내 머릿속에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아니 이 지구가 형성되기 이전부터의 역사가 그려질 테니 429쪽의 독서는 감내하자는 말이다.

 이 책은 이른바 '거대사'를 다룬 책이다. 흔히 우리가 아는 역사는 '미시사'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역사, 한 나라, 한 민족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역사, 그야말로 '모든 것에 대한 역사'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 는 '빅 데이터(Big Data, 정보의 양 형식 주기 등이 방대한 것)'의 역사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것에 대한, 137억 년의 역사를, 429쪽의 책에 보려니 시작부터 부담스러운가.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사(社)의 빌 게이츠가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한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Big History Project)'에서 나온 강의 시리즈 중 핵심만을 모은 것이다. 말인즉슨, 글이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수월하다. 게다가 강의에 활용되었던 다양한 도표와 지도,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글의 제목과 그 제목 속에 등장하는 자료들만 훑어봐도 이 '모든 것의 역사'를 짐작할 수는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세계 부자 1위를 놓치지 않은 빌 게이츠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속상하다. 내가 어렸을 때 빅 히스토리라는 학문 분야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있었다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지식을 연결시켰을 것이다."

 어떤가. 이제 좀 책을 집어들 마음이 드는가.

 <빅 히스토리>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책의 기본은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이라고 말하기에 137억 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지만, <빅 히스토리>는 '나'라는 존재의 기원을 따라가면서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태양계, 그리고 지구, 그리고 생물이 탄생하게 된 그 과정을 따라간다. 그 과정 속에서 전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여덟 가지 임계국면(Threshold)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임계국면이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지점을 뜻하는 것으로 물이 99도가 아닌 100도에서 끓듯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한 임계치를 넘어서는 시기를 의미한다.

 역사 속 여덟 가지 임계국면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하여 <빅 히스토리>는 137억 년의 역사를 크게 9갈래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 [이미지 출처=빅히스토리프로젝트 페이스북]

 ▲빅뱅(137억 년 전) - 우리의 우주관과 우주 ▲별과 원소(135억 년 전) - 별은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태양계와 지구(45억 년 전) - 지구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졌는가 ▲생명(38억 년 전) - 생명은 어떻게 시작하여 변화했는가 ▲초기 인류(20만 년 전) -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 ▲농경과 문명(1만 1000년 전) - 농경과 최초의 도시, 그리고 문명 ▲확장과 상호연결(250년 전) - 하나로 연결된 세계 ▲가속(현재) - 변화는 어떻게 현대 사회를 만들었나 ▲미래 - 복잡성의 증가

 <빅 히스토리>를 볼 때는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기존의 역사, 학문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책을 읽지 말 것. 우주의 역사는 거대한 숲과 같다. <빅 히스토리>는 그 숲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엇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한 주요한 맥락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숲 속 나무 한 그루에 매몰되어 전체를 보는 눈을 놓치지 말자.
 

+ 덧붙이는 이야기
 빅 히스토리는 우주 지구 생명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빅 히스토리'란 단어는 저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처음 만들어서 사용한 것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우연히 그의 강의를 접하고 큰 자극을 받아 2011년부터 이를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강의나 이미지, 자료가 궁금하다면 빅 히스토리 공식 홈페이지(www.bighistoryproject.com)를 방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