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곳곳은 학생들이 뱉어놓은 침투성이었다. 점심 급식에 요구르트가 나오는 날이면 운동장, 교실, 학교건물 곳곳에 요구르트병이 굴러다녔다. 시끄럽고 어두운 학교건물 안, 학생들 입에서는 거친 욕설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청소년 70% 이상이 대학입학을 한다는데 이곳 아이들은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까지 미원중학교(충북 청원군 미원면)의 모습이었다. 

▲ 연준흠 교장이 미원중학교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문화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연준흠 교장은 지난해 미원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후 학생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양한 교수법에 관심이 많던 연 교장은 인터넷을 통해 뇌교육을 알게 되었다. 교장은 이미 뇌교육을 도입한 충북지역 학교를 방문해 직접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뇌교육이야말로 아이들 집중력과 인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이미 예산편성이 끝난 상황이라 새로운 것을 하려면 2학기가 되어야 가능했다. 충북뇌교육협회(대표 최선열)에 연락해 학교에 뇌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연 교장은 학생들에게 뇌교육을 꼭 시키고 싶은데 돈은 나중에 드리겠으니 우선 와줄 수 없느냐고 어렵사리 부탁했다. 협회는 재능기부 형태로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뇌교육 전문 강사를 파견해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뇌교육 연수를, 학생들은 매일 아침 자율학습 전 15분씩 뇌교육을 실시했다.
▲ 미원중학교에서 뇌교육 자기주도적학습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의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의 변화는 가정에서 먼저 알아차렸다. “고모와 사는 현석(가명)이가 어느 날 집에 오더니 학교에서 배운 뇌체조를 가르쳐 주더랍니다. 집에 오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방에만 있었던 그런 아이가 뇌교육 수업 때 배운 거라며 먼저 말 거니 고모가 너무 놀라 학부모 회의에 오셔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유독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은 미원중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원은커녕 제대로 된 문화생활조차 누리기 어려웠다. 연 교장은 지인들을 통해 기타, 드럼, 단소 등 각종 악기를 구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학교 곳곳에 배치했다. 또 미술 시간에 학생들이 그린 작품은 학교 복도에 갤러리를 만들어 설치했다. 3년간 축제 한번 없던 학교에서 매월 ‘작은 영웅들’ 문화 공연을 개최하고,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는 꼴찌라도 좋으니 참석하라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쓰레기 좀 주워라’ 말하면 ‘왜 저한테 시키세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교사가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달려와 함께 줍습니다. 수업 끝나면 다 도망가 버려 교실 청소는 담임이 혼자 하던 학교였는데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 청소합니다.”
 
방학 때는 뇌교육 인성캠프와 진로캠프를 전교생에게 실시해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찾도록 도왔었다. 작은 꿈이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이룰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학교로 찾아와 난동도 피웠죠. 아이들이 변하니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또 지난해만 해도 학교폭력이 5건 발생했는데 올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죠.”
 
▲ 미원중학교는 충북뇌교육협회와 해피스쿨 협약식을 체결했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학교의 변화는 기적에 가까웠다. 미원중학교는 대한민국 행복학교를 소개하는 '2013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 참가 학교로 선정됐다.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오는 9월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전국의 약 200개 학교가 참가한다. 연준흠 교장 또한 최근 진천교육청 장학사로 발령 났다.
 
“뇌교육은 두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13 청소년 멘탈헬스 심포지엄’에서 뇌교육이 엘살바도르에 일으킨 사례를 보고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변화가 우연이 아닌 것을 확인했습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조율·조절하는 습관을 길러준다면 이후 아이들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