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인류는 지금 지구 전체가 파국을 향해 과속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목적지를 알고 있는 여행이라면 보람있고 낭만적이겠지만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무작정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방황이 될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외적인 성장과 확산을 추구해 온 결과 이제 이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과 돈과 정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세계는 점점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삶의 환경이 더 빠르고 편리하고 풍족해질수록 반대로 우리의 삶은 불안정해지고 방향감각을 잃어가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정서적 황폐화와 공허감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와 가치의 홍수 속에서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해 줄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기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삶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쉽게 전하게 될수록 한 개인이나 집단이 지녀왔던 가치체계는 더 강력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인 공동체적 가치들은 빠르게 붕괴되어가는 반면,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체계는 아직 생겨나지 않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혼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탈가정, 탈종교, 탈국가 현상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혼율은 50퍼센트를 넘어섰고  전통적인 가정상은 붕괴된지 이미 오래이다. 기성종교에서 영적인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또 국가라는 시스템에 갇혀 있는 것을 답답하게 여기며, 국적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의 삶에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정체성의 기반이 되었던 통합의 구심점들은 점차 권위를 잃어가고 있고 이제 우리에게는 가정이나 종교, 국가가 주었던 가치보다 더 크고 보편적인 가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삶의 선택과 판단근거가 되어 온 가치들이 권위를 잃은 상황에서 우리는 단지 파편화된 개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경쟁적으로 각자의 가치만 추구할 뿐 더 이상 그 어떤 공동체적 가치나 이상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소외되고 분열된 ‘나’만을 외롭게 지키며 살아갈 뿐, 함께 꿈꾸고, 함께 그 꿈을 이루는 기쁨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그리고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안에 있는 지성과 영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개인이 각자 자유롭게 자전을 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공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상대적인 가치들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중심가치, 경쟁과 지배가 아닌 조화와 화합의 구심이 될 수 있는 중심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 새로운 중심가치는 놀랍게도 바로 '지구'다. 언제나 함께 해 왔지만 그 존재를 자각하지 못했고, 우리 삶의 토대이지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고, 지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지구다.

지구는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들의 토대이자 우리 삶의 뿌리이며,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나 진리도 지구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그러기에 지구만이 인류의 의식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심가치가 될 수 있다.

인류는 역사 이래 줄곧 평화를 꿈꿔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진정한 평화를 누려보지 못했다. 그동안의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었고, 지난 20세기는 '전쟁과 폭력의 세기'였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지구에는 여전히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전쟁을 하는 당사자들은 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큰 가치 집단은 국가와 민족과 종교다. 이들 집단들은 언제나 구성원들의 평화와 자유와 정의를 대의명분 삼아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 평화는 늘 전체 인류를 위한 평화가 아니라 자기가 속한 집단만을 위한 작은 평화였을 뿐이다.

이제 인류는 지구상의 모든 개인과 집단이 다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중심가치를 찾아야 한다. 특정 국가나 민족, 종교를 위한 평화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한 평화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그 구심점이 바로 지구다. 지구는 더 이상 둘로 쪼갤 수 없는 완전한 하나이고 이것은 어느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실현해야 할 가장 큰 비전이 있다면 그것은 지구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지구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잊은 채 국가, 민족, 종교, 지역 등의 상대적인 가치를 절대시하며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문명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그 모든 차이를 넘어 우리 모두는 지구인, 지구시민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 인류가 선택해야 할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뇌교육 창시자
국학원 설립자
한국인 최초 美 4대 일간지 베스트셀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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