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우리얼찾기운동 범국민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26일 만에 50만 명의 서명을 돌파했다.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이하 얼찾기본부)는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2013 우리얼찾기운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클릭 

얼찾기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우리말, 우리역사교육 강화와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 ▲개천절 정부공식행사에 대통령 참석 ▲단기를 서기와 함께 쓰기(병행 표기)를 위한 ‘2013 우리얼찾기운동’ 범국민 100만 서명운동을 펼쳤다.

얼찾기본부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전국 16개 시·도 활동가들의 열정과 시민의 호응에 힘입어 25일까지 52만 1,502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리안스피릿은 서울, 경기, 강원, 충북, 대전, 여수, 대구, 부산 등에서 발로 뛰며 시민의 얼을 깨운 활동가들을 만났다.

1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 서울 신혜영 활동가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만난 신혜영 활동가(53, 자영업)는 18일까지 혼자서 1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루에 서명 판을 10개씩 들고 지하철, 서울역 등 거리 곳곳을 누볐다. 신 씨에게 얼 찾기란 무엇일까? 돌아온 답은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서명운동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얼을 깨우도록 하는 데 있다.

“저는 서명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느꼈어요. 얼굴이 찌그러져 있던 분이셨거든요. 서명하면서 얼굴이 쫙 펴지는 것을 봤어요. 그 분은 모르셨겠지만, 제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서명한 시민에게 “당신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십니다”라는 말을 꼭 전했다고 한다.

서명을 거부한 시민들을 만나도 “어머니, 서명을 안 해주셔도 되는데, 한마디만 해드릴 게요. 역사는 저희 뿌리고요. 뿌리가 흔들린다는 것은 저희가 설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국에서 서명 운동을 합니다.  ‘다음에 꼭 해주세요’라고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신 씨는 누구나 애국심이 있고 그것을 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대전 최홍익 활동가(왼쪽)
이어 국학기공 강사 최홍익 씨(45, 대전 서구 만년동)는 23일까지 9,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최 씨는 어디를 가나 서명용지를 가지고 다녔다. 빵집, 문구점, 슈퍼마켓에 들어갔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서명을 받았다. 점심시간에는 고등학교 매점에서 서명을 받았다.

“국사를 수능에서 필수하자는 운동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안 해요, 싫어요라고 말해요. 그러면 제가 그걸 이해시켜요.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가 살아온 시간이 있다. 역사를 배우면 나라에 대한 사랑이 생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일본이나 중국이 가르쳐줄 거냐? 우리 것을 뺏기지 않으려면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 보면 학생들이 독도 등 우리 것을 더 지키려고 해요. 어른들보다 역사의식이 더 높다는 것을 느꼈어요.”

최 씨는 하루에도 100번 넘게 ‘우리의 얼’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서명지에 ‘역사는 국민의 얼’이라고 나오잖아요. 하루에 100번도 넘게 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서명하시는 분들이 ‘얼굴이 왜 이렇게 밝으냐’라고 물어볼 정도예요.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한문화)>을 보면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고 나오거든요. 서명운동을 하면 힘들고 지칠 수 있는데, 저는 얼이 밝아지니깐 오히려 신나요. 또 얼이 밝아지는 사람들을 보면 더 희망을 느낍니다.”

서명운동은 활동가의 잠재력을 깨운다

수천 명 서명을 받는 활동가들이 처음부터 잘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 경기 나영미 활동가
주부 활동가 나영미 씨(54, 경기 안산시)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서명운동을 시작하면 뒤에서 도와주는 편이 많았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일을 주도적으로 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경기도 내에서 우리얼찾기 서명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다. 19일 전화 인터뷰했을 때가 5천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나 씨는 “지치면 죽고 미쳐야 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서명에만 집중하니깐 뭐랄까 힘이 생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로 지하철에서 활동했다. 하루에 800명의 서명을 받는 날은 저녁 식사도 거르고 시민을 만났다. 지치지 않고 서명을 받게 된 비결은 정확한 목표를 잡았다는 것. 그 외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는 것이 나 씨의 설명이다.

나 씨는 시민들이 “좋은 일을 하신다.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해줘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 여수 정연화 활동가(왼쪽)
뇌교육 강사 정연화 씨(38, 여수시 소호동)는 7일부터 23일까지 2천명 서명을 받았다. 정 씨는 예전에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마음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번 마음을 먹고 도전을 했는데요. 하면 할수록 마음이 더 움직여졌어요. 내 머리로는 어떻게 내가 이렇게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움직이니깐 몸이 움직이더라고요.”

그녀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여수역, 여수엑스포역, 극장 등에서 서명을 받았다. 함께하는 활동가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직장인 활동가 최현경 씨(43, 부산 수영구 민락동)는 17일까지 4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저녁 7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시민을 만났다. 부산대역, 경성대역 등 주로 역 앞에서 진행했다.

“어떤 분은 서명해주시더니 너무 훌륭한 일을 하신다는 겁니다. 나중에 바나나우유와 냉커피를 사와서 ‘드시면서 하라’고 하는 거예요.”

▲ 부산 최현경 활동가(첫번째 줄에서 두번째, 어깨띠를 두른)

격려해주는 시민 덕분에 매일 서명운동을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비도 많았다.

“중간에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7시부터 1시간 30분 정도 하면 지치거든요. 그럴 때 다시 시작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다시 하게 되는 거죠. ‘체인지change’는 이렇게 하는구나.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거죠.”

혼자보다 2명, 3명 함께하는 활동가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식은 깨어나고 있다

▲ 대구 최혜영 활동가(왼쪽에서 첫번째)
국학강사 최혜영 씨(46, 대구 수성구 범물동)는 19일까지 5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최 씨는 “사람들이 서명하든 안하든 국사, 단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식이 깨어났다”라고 말했다.

미술관, 고등학교, 대구역, 동성로, 백화점 등을 다니면서 시민을 만났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했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이 직접 도와주기도 하고 가족 모두 받아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최 씨는 사람을 가리지 말고 모두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명운동은 그녀의 마음 또한 바꿔놓았다.

“제가 많이 차분해진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냥 하는 것입니다. 기쁠 때도 하고 좋아도 하고 힘들어도 서명운동을 합니다. 이제 습관이 바뀌었습니다.”

▲ 강원 윤영민 활동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윤영민 씨(46, 강원도 원주)는 지난 20일 1,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윤 씨는 점심시간에 병원을 돌면서 직원과 환자에게서 서명을 받았고, 주말에는 원주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려갔다.

그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8월 우리얼찾기는 서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국민이 많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얼 찾기란 “나의 얼을 찾고 민족과 인류를 구하는 것. 이 모두가 하나”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정빈 씨(37,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는 18일까지 3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교사는 얼찾기를 태풍을 불러오는 ‘나비효과’에 비유했다.

“저는 얼찾기를 나의 정체성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할 길을 바로 세우기 위한 나비효과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서명이 연약한 날개짓일 수 있지만, 100만 서명으로 국민의식이 깨어나고 지구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나비효과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그녀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충북대, 청주예술의전당 등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10명 중의 7~8명은 ‘좋은 일을 한다’, ‘아이들이 꼭 역사공부를 해야한다’고 긍정적인 말과 함께 서명을 했다. 반면 15%는 부정적이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많이 하니깐 싫다. 우리 아이는 국사를 싫어한다고.

이에 대해 이정빈 교사는 “학교로 돌아와서 동료 선생님과 이러한 사례를 이야기해주면 그런 사람도 있느냐고 놀라워해요. 그리고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함께 안타까워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이 교사가 광복절과 개천절에 맞춰서 계기수업을 진행하면 많은 학생들이 국경일이 언제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는 학생들의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국사가 나오는데, 삼국시대 전까지는 내용이 별로 없어 재미있어합니다. 삼국시대 이후 나라가 많이 나오면 아이들이 헷갈려 합니다. 주로 역사는 외워서 시험을 치르니깐, 아이들은 ‘저는 국사를 포기했어요’라고 말합니다. 국사교육도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다 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충북 이정빈 활동가(세번째)

천군리더스클럽 박용진 전국회장(40)은 전국에서 발로 뛰는 활동가들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존경심’을 나타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요? 비전을 향한 순수한 에너지에서 나온 열정입니다. 그 자체가 감동인 거죠. 그 열정이 불꽃처럼 퍼져서 전염된다고 봐요. 한마디로 감동이고 존경스럽습니다.”

치과의사로 근무하는 박 회장 또한 20일까지 1,6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전국에서 올라오는 서명운동 뉴스를 본다. 1,000명, 2,000명, 3,000명 서명을 받았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서로 축하해주고 격려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100만 얼 찾기 서명을 향해 전국 활동가들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박용진 회장은 “100만 서명을 받으면 기자회견을 하겠다. 개천절까지 국민의 얼이 깨어나도록 국민운동을 전개 하겠다”라며 “한민족의 생일 개천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빠지는 것은 민족의 입장에서는 서글프다. 꼭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