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다 보면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번 가족 인터뷰이는 낯이 익다. 지난달 행사 취재에서 우연히 스치듯 처음 만났었는데 다시 만날 인연이라 그랬던 것일까. 한 번 들은 이름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있었던 것. 사방팔방 수소문 끝에 찾은 인터뷰이가 이 분이라니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지난 2일 홍제역 근처 카페에서 최행심 씨 가족을 만났다. 고즈넉한 저녁 시간 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맛있는 팥빙수도 귀를 울리는 음악 소리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묻어나는 애틋한 가족 사랑은 팥빙수보다 더 시린 듯 달달하고 그 어떤 노래보다 가슴을 울리는 듯했다.

▲ 최행심 씨(45, 왼쪽)와 이윤환 씨(46, 오른쪽) 부부. 결혼한 지 20여 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신혼부부처럼 다정하다. 요즘에는 손에 든 자석으로 서로 힐링해주거나 명상을 하며 금슬을 높인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소개팅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 마치 천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천군(天軍)이 되었나 보다. 부부는 처음에 사랑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뿐 아니라 함께 대화하며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 취미 같은 매개체도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단학 활동을 함께하며 아이가 없는 7년간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나갔다." _ 남편 이윤환 씨

✔ 홍익의 꿈으로 일군 생명 그리고 가족

1995년 그 해 이들의 마음은 잿빛으로 사색이 되었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결혼 1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기가 10개월이 아닌 6개월 만에 태어났다. 자궁이 약했던 아내의 몸이 태아의 하중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이른 출산으로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을 수도 없었다. 손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아기를 하늘로 보냈다. 첫 아기를 9주 만에 잃은 후 다시 일어난 일이었다. 더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도 이보다는 덜할 듯했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가족이 귀한지 몰랐을 거다. 생명을 잉태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생명 자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단학수련도 만날 수 있었다. 자궁내막암 0기 상태로 임신하기에는 건강상태가 안 좋았지만 생명이란 것을 정말 가져보고 싶었다."

이듬해 96년 초 단월드 수련을 시작한 최행심 씨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며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신을 살리는 것뿐 아니라 사회를 힐링하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움직이는 단학의 홍익정신이 좋았다. 나의 생명을 살리듯 주위의 생명도 살리고 싶었다.

최행심 씨는 홍익의 꿈에 매료되어 각종 행사나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매주 시댁 식구를 찾아가 힐링을 해드리면서 시가족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단학을 반대했던 남편 이윤환 씨 역시 긍정적으로 변한 아내의 모습에 행보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의 열정으로 시가, 친가 모두 단학수련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부부 사이를 신혼처럼 따뜻하게 지피며 양가(兩家)의 가족평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홍익가정이 이끄는 홍익세상'에 대한 간절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정성 어린 기운과 꿈을 받아 7년 만에 딸 지수가 태어났다. 참으로 귀하게 얻는 생명이자 또 한 명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 최행심 씨・이윤환 씨 부부와 결혼생활 7년 만에 낳은 딸 지수(13)

"우리 부모님은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의 의견도 존중해주고요. 단월드에 다니시는데 같은 일을 몇 십 년 동안 하고 계신 게 대단해요. 무엇보다 중간에 저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요. 엄마·아빠가 제 엄마·아빠라는게 너무 고마워요." _ 딸 지수

✔ 우리 가족만의 소통 노하우 '명상여행'

경치 좋은 곳에 들러 눈요기하고 맛 나는 음식으로 오감을 채우는 것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일깨우러 떠나는 명상여행도 있다. 내면을 향한 명상여행은 혼자 떠나든 가족과 함께 떠나든 얼마든지 여행과 힐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최행심 씨 가족 역시 여행을 자주 떠난다. 가족의 화목을 다지기에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은 일 년에 3번, 단출하게 남편, 딸과 떠나는 여행은 6~7번 정도다. 지난 4월과 7월 세 식구는 시간을 내어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4월 제주도 여행은 이들 가족이 처음 떠난 명상여행이었다. 일반여행이 아니기에 딸 지수가 어른들 틈 속에 끼여 심심해하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우려였다. 명상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지수 역시 많이 울며 생활 속에 쌓인 힘듦을 털어냈다. 어린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기특해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기운도 많이 받았다. 이에 용기를 내어 7월에는 미국 세도나로 첫 해외 명상여행을 계획했다.

"생활 속에서는 그렇게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 수도, 그 모습을 가족들과 나눌 수도 없다. 남편이 직장에서 일하며 술 먹는 모습, 딸이 학교 공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의 꿈은 무엇인가' 등 각자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꿈을 나누고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이윤환 씨는 "이번 명상여행 내내 가족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져서 너무 행복했다"며 "육체적으로 맺어진 가족을 넘어 정신적으로 연결된 가족이 된 것 같다. 작은 가족의 틀을 넘어 여행에 온 사람들, 더 나아가 지구와 하나 됨을 느끼며 홍익의 꿈을 꾸는 큰 가족이 되었다"고 했다.

지수는 세도나 명상여행에도 적응을 잘했다. 세도나의 볼텍스 기운 속에서 '백 명의 사람의 영혼을 깨우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앞으로 커서 지구에 환원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세웠단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 부모의 홍익기운을 받고 태어나 역시 홍익인간답게 자란다.

▲ 지난 7월 미국 세도나 명상여행 중 파월레이크에서 찍은 사진. 파월레이크는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걸쳐 있는 콜로라도 강에 속한 인공 저수지이다.

"일상에 묻혀 살다 보면 가족의 소중함이 묻히는 것 같다. 여행을 가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것을 느끼며 공유하게 되니까 서로 더 교류할 수 있다. 또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휴식하면서 이완이 되니까 마음이 더 열린다. 평상시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서로 알지 못했던 모습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_ 아내 최행심 씨

최행심 씨는 앞으로도 매년 가족을 위한 힐링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아내, 남편, 딸로 자기 역할 속에서 맡은 바 일을 하며 사는 독립적인 존재들이지만 영혼은 하나로 연결되어있음을 여행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가족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불안함과 걱정 대신 믿음과 신뢰가 깊어졌다고 한다.

이윤환 씨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소중한 법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힐링패밀리의 시작이다"며 "힐링패밀리는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서로를 치유할 수 있다. 치유의 미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가정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