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역사교육의 예 1 :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아무도 모르게 바꾼 (히틀러의 나치식)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

 이른바 '망언(妄言)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평화헌법 개정 방식으로 히틀러의 나치식 개헌을 거론했다. 현대적 헌법의 효시로 인정받는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는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개정해 '나치 독재'의 기반으로 삼았다.
 국제사회에서 이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아소 부총리는 1일 서둘러 발언 철회를 선언했지만 일본의 야당들은 아소 부총리의 파문을 요구하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잘못된 역사교육의 예 2 :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사용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
 "
(이토 히로부미는)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 점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존중해야 한다."

 또 다른 '망언 제조기'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지난달 말 동아시아 축구대회 한일전 때 일본 응원단에서 펄럭인 대형 욱일기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논란이 되자 이에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욱일기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6일 보도했다.
 여기에 덧붙여 아베 총리는 대일항쟁기 초대 조선통감을 지냈고 조선 침략의 기틀을 세운 이토 히로부미를 거론하며 한일 양국의 존중을 요구했다. 게다가 그는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8월 15일 각료 참배까지 허용했다.

▲ 동아시안컵 한일전이 지난달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장에서 우리측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와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의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반면 일본측 응원단은 제국주의 상징인 대형 '욱일기'를 펄럭이며 응원했다. [사진=방송화면캡쳐]


 "기억을 어딘가에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그것만은 기억해 두는 게 좋아."

-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中

 감춘다고 해서 감춰질 것이었다면 그것은 이미 역사가 아니다. 역사란 눈을 감는다고 해서 세상이 없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로 실존하는 것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에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중요한 것은 단지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역사는 오늘의 내가, 오늘의 이 사회, 이 나라가 존재하게 된 그 근원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이기도 하다. 어제가 없는 오늘도, 오늘이 없는 내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사이지만 정작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홀대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과목의 선택 비율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뀐 2005학년도부터 문과생 중 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46.9%에서 2013학년도 12.8%로 급락했다.

 게다가 유일하게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 선택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즉, 수험생 입장에서 국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서울대를 가려는 최상위권 수험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을 위험이 큰 한국사를 피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계에서조차 국사 교육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언론지상을 통해 들려온다. 한국사회과 교육학회장인 이윤호 순천대 교수는 지난달 19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최근 잇따르는 국사 교육 강화 방침에 대해 "이미 국사(과목)에 대한 엄청난 특혜에 가까운 수업시간을 배정하고 있다"며 "국사과목 수업일수를 더 늘리면 학생들이 기피하고 짜증 내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회과에 속하는 국사가 강조되면 상대적으로 사회과의 다른 과목인 경제, 정치, 사회문화 등의 과목 수업 시간 배정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하며 국사 수업 강화를 반대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우리나라가 국권을 잃었던 대일항쟁기, 독립투사들이 간도로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학교를 지어 젊은이들에게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역사'였다. 중요하지 않은 교과목이란 없다. 하지만 국사는 다르다. 나는 물론 내가 속한 사회와 나라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다른 과목과 비교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능숙하게 영어로 말하고 미적분을 풀어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국사 교육 강화에 대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7월 30일 오후 당정협의를 통해 국사 교육 강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당정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의 국사 필수 과목화 ▲통과-불합격 방식의 국사 시험 도입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적극 활용 ▲고교에서의 한국사 평가 강화 등으로 의견을 모았다.

 민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단 13일 만에 전국 100만 명의 국민 서명으로 우리 얼과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가 2013년 국사교육 강화를 위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얼찾기본부 박용진 천군리더스클럽 전국회장은 "주변국들이 오염시켜 놓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정화하고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할 때"라며 "청소년 역사의식을 바로잡기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찾기본부는 ▲국사 수능 필수과목화 ▲단기와 서기 연호 함께 쓰기 ▲개천절 공식 행사 대통령 참석을 위하여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나라의 역사를 교육 많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앞서 기사 서두에 등장했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는 역사 교육이 부족해서 망언을 일삼는 것이 아니다. 현대 헌법의 효시가 된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히틀러가 어떻게 개헌하여 독재를 일삼았는지를 알고 있다. 욱일기가 무엇인지, 이토 이로부미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아닌 '자민족 중심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민족원로회' 창립식에서 원로회의 공동의장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역사에 대한 발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일제가 정리한, 식민사학자들의 역사다. 그러니 단군은 한 사람으로 수 천년을 지배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단군을 곰의 자식으로, 신화로 치부해버린다.
 한민족원로회는 누가 더 잘나서가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그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나이가 좀 더 많은 우리가 나선 것이다. 역사 교육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 없다. 일본이 만든 둔갑된 역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역사, 한민족의 역사를 교육해야 한다. 이 땅에 좀 더 오래 살았던 한민족으로서 앞으로 미래 세대들의 살길을 찾기 위한 늙은이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