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실현하는 울산 백양 초등학교 심지현(27) 교사는 새 학기가 되면 학부형에게 “제 교육철학은 홍익인간입니다. 나와 민족과 인류에 이바지하는 큰 사람으로 가르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낸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이 자만심과 열등감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이죠. 처음엔 저도 으레 그러려니 했어요” 라는 그녀는 2004년 국학교육을 받고 아이들의 인성을 깨워주고자 고민하다가 상고사를 연극화한 뮤지컬 ‘하늘의 연인 웅녀’를 보고 우리 역사를 알려주어야겠다는 답을 얻었다. 

뮤지컬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곰의 자손이 아니라서 기쁘다”, “한웅과 웅녀가 멋지다”며 학예회 때 춤 노래 대신 연극을 해 보자고 했다. 어렵겠다고 여겼지만 아이들 요청에 인터넷을 뒤져 찾은 시나리오 작가 박선자씨는 뜻밖에 “기대되네요. 한번 해 보세요”라며 권했다.

“제가 한 일이라곤 인물설명과 배역을 정해 주는 일밖에 없었어요. 다만 이 연극을 하는 의미와 각 역할을 누가 해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지요. 극본도 자기들 수준에 맞게 아이들이 고쳤죠” 극중인물이 25명이라 13명은 무대장치와 조명, 의상, 분장, 음향, 소품, 등·퇴장 등 진행을 맡겼다.

아이들이 옷고름 하나 매어 주고 눈썹 붙이고 조명단추 하나 누르는 일도 전체를 어울리게 하는, 주인공만큼 큰일임을 모두가 이해하고 자기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로 뭉쳐진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었다.

‘하늘의 연인 웅녀’ 공연으로 학교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은 그녀는 2005년 학교폭력이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심한 것을 보고 ‘홍익정신을 갖고 있다면 왕따란 있을 수 없지’란 생각에 왕따를 연극 주제로 삼았다.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에서 학교폭력 기사를 수집하고 왕따에 대한 설문조사와 피해자와 가해자의 특성을 조사했다. 


왕따가 난무하는 학교폭력
‘치우 이야기’로 해결


조사결과 왕따를 시켜본 애들과 동조자들이 대부분이고 당해봤다는 아이도 1/3이나 됐다. 아이들은 토론을 통해 왕따가 스스로의 문제임을 알고 그 해결방법도 스스로 찾게 되었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당당하고 또 동등하다는 생각에 남을 배려한다”며 가해자 피해자를 헌원과 치우로 설정한 것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하는 법이다. 왕따가 없어도 연습 후 밥을 먹을 때면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끼리끼리 먹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먼저 선생님 식사 준비해 놓고 모두 둥글게 앉아 기다렸다가 “감사히 먹겠습니다”며 먹었다. “한 사람도 소외됨이 없이 다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 이것이 홍익인간이 체험화 된 모습이구나’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어요”라는 선생의 눈에 물기가 스몄다. 

전국 어린이 연극경연대회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는 심 교사는 “아이들은 자기역할이 끝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날 애들은 헌원이 자기선언을 끝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서로 숨이 멈춘 줄 알았대요” 그리고 장막이 다시 올랐을 때, 정말 ‘우리’가 해 냈다는 마음에 가슴 벅차서 모두가 엉엉 울었다고 했다.

“보통 연극이 끝나면 선생님 우리 몇 등이예요? 할 텐데 등수에 관계없이 뿌듯해하는 아이들은 ‘모두가 하나’라는 홍익을 느낀 거죠” 그 연극은 2005년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대상인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을 먹고삽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100% 공명하거든요”라는 그는 학교에 정식으로 연극부가 생겨 올가을에 올릴 연극을 기획 중이고 학성여자고등학교의 의뢰로 여고 연극부 ‘신시’에서 한민족 여성상을 주제로 하는 연극을 준비 중이다.

“잊혀진 역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역사를 보는 역사관이 매우 중요해요. 우리 역사가 한민족을 위한 역사가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게 하는 데는 역시 연극이 최고예요”라는 그는 우리 민족의 시련극복기를 일본에 가서 공연하고 그들로 하여금 진정한 동북아평화를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우쳐주고 싶다는 진정한 국학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