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 호르몬 렙틴이 췌장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그 간 베일에 가려 있던 렙틴과 인슐린의 상호 작용을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로써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향후 관련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비만과 당뇨의 발생은 위험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연구진이 새롭게 밝힌 신호전달경로는 렙틴과 인슐린의 관계를 분자수준에서 설명하고 나아가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신호전달경로의 세포 특이성과 활성조절 기전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다면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연구하고, 생리학적 반응을 고려한 치료제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췌장 베타세포에서 KATP channel의 세포내 분포양상. 붉은색 형광물질이 달린 항체를 이용하여 KATP channel의 분포를 시각화했다. KATP channel이 세포 내부가 아닌 세포막에 위치하는 경우 반지처럼 내부가 비어있는 고리 모양으로 나타난다.비만쥐의 공복(B 왼쪽) 상태는 정상쥐의 식후상태(A 왼쪽)와 유사한데, 렙틴을 투여하면(B 오른쪽) KATP 채널의 분포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 A 왼쪽 : 정상쥐의 식후 상태, A 오른쪽 : 정상쥐의 공복상태, B 왼쪽 : 비만쥐의 공복 상태 , B 오른쪽 : 비만쥐의 공복상태에 렙틴을 투여한 경우 )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호원경, 전주홍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Leptin Promotes KATP channel trafficking by AMPK Signaling in Pancreatic β-cells)

 렙틴은 음식물 섭취, 체중, 에너지대사를 조절하는 지방세포 유래 호르몬으로 렙틴 유전자의 이상은 비만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어 식욕억제 또는 비만억제 호르몬이다.  렙틴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식욕이 억제되지 않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렙틴 호르몬이 인슐린 분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지 못했다. 즉, 비만과 당뇨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연구팀은 렙틴이 세포 대사조절의 핵심효소인 AMPK를 자극하면 췌장 내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KATP 채널이 세포막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AMPK는 세포내 에너지가 부족하면 활성화되어 다양한 세포 대사를 조절하는 인산화효소로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에서 활성이 증가하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한다.  KATP 채널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핵심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KATP 채널은 세포막에서 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며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통제해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뜨리거나 지방세포를 축적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렙틴의 인슐린 분비 억제 기작 렙틴이 췌장베타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렙틴 수용체와 결합하면 1) TRPC 칼슘채널의 활성이 증가하여 세포내로 칼슘 유입을 촉진하고, 2) 세포내 칼슘 증가는 CaMKKβ효소를 활성화시키고, 3) 이는 AMPK 활성화로 이어져 KATP 채널을 세포막으로 이동시키고, 4) 이로 인해 KATP 채널의 활성이 증가하여 세포막은 훨씬 음전압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공복상태가 되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서 인슐린의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는 식후에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세포 안에 머물러 있던 KATP 채널이 공복상태에서는 세포막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호르몬과의 관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생리반응을 조절하는 데 렙틴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렙틴을 분비하게 하는 유전자가 고장난 비만쥐에서는 공복상태에서도 KATP 채널이 세포 안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런 비만쥐의 췌장 세포에 렙틴을 처리하면 5분 내에 AMPK 활성이 증가하면서 KATP 채널이 세포막으로 이동함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공복상태가 되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서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는데, 렙틴은 이러한 생리반응을 효과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알아냈다.  공복상태의 혈당 수치일 때, 렙틴이 존재해야만 췌장베타세포의 AMPK 활성이 아주 효과적으로 증가되어 KATP 채널의 세포막 이동과 세포막 과분극이 잘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결국 렙틴이 있어야만 공복상태에서 KATP 채널의 세포막 이동을 통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렙틴 → AMPK → KATP 채널로 이어지는 세포내 단백질들의 연쇄반응을 밝혀, 앞으로 세포 대사에서 렙틴과 인슐린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호원경 교수는 "렙틴-인슐린 관계를 모두 밝힌 것은 아니지만 연구결과가 다른 연구에 활용되어 비만과 당뇨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히고, "기초의과학연구가 비만과 당뇨 등 성인질환 정복에 필수임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2009년에 AMPK와 KATP 채널의 관계를 규명하여 당뇨분야 학술지(Diabetes)에 게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