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과 한국은 NGO가 정부나 기업보다 교류와 소통, 화해와 협력에 편리하고 효과적인 점을 잘 이용하여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여야 한다. ‘후대는 인류의 핵심가치’라는 시금석에 모든 행위의 시와 비를 가려 행하고 홍익인간 이념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이경호 후사모 회장은 24일 경희대에서 열린 제5회 세계NGO역사대회에서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을 갈등 해결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연변후대사랑과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모임(약칭 후사모)>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연변대 사학과에서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후사모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 소재하는 조선족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전통사상을 바르게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경희대 청운관 305호에서 국학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연변지역 한중협력의 과거·현재·미래’ 세미나에서 ‘갈등으로부터 화해와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NGO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 24일 경희대에서 제5회 세계NGO역사대회가 열린 가운데, 이경호 회장이 ‘갈등으로부터 화해와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NGO의 역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의 많은 조선족의 조상은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시던 분들이다. 그들은 진정한 애국자”라며 “조선족과 한국인은 한 핏줄을 지니고 있다. 같은 족보를 보고 있고, 같은 음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가까운 혈연관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제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서로 괴롭히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라며 “후대에게 무엇을 물려주겠는가를 고민하면서 후대들에 초점을 맞추어 홍익인간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하기 위하여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가리워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진실원칙’, ▲공동 이익과 자원을 하나로 묶어 더 큰 시공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원칙’, ▲초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는 ‘초점조절원칙’, ▲패러다임을 바꾸는 ‘패러다임전환원칙’,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서로존중의 원칙’ 등이다.

이 회장은 “한국은 반드시 조선족을 이해해야 한다.”라며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들의 후손들이 타국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본의 침략, 중국의 문화대혁명,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전통문화를 상실하고 정체성의 갈등을 겪고 있는 조선족의 입장을 배려해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홍익인간 VS 중국의 인(人)

이어 김동환 국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국학의 관점에서 본 한·중 우호의 가능성’이라는 주제에서 한국과 중국의 국학을 비교했다.

한국과 중국의 국학이 지향하는 중심 가치는 근본적으로 배타성이나 자폐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우리 국학의 궁극적 지향인 홍익인간과 중국 국학의 목표 가치인 유교적 인(仁)의 본질이 ‘울타리 없는 사랑’․‘불구하고의 사랑’․‘위아래 없는 사랑’고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김동환 국학연구소 연구위원
김 위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한․중 국학의 중심가치가 동이(東夷)라는 집단 속에 배태되었다고 밝혔다.

“동이문화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역사적 경험을 넘어서는 동북아 문화의 요람으로, 동북아의 종교․철학․언어․예술 등의 산파 역할을 해 왔다. 가령 동이의 천신신앙과 제천, 오행․역법, 갑골문자, 원시가무(原始歌舞) 등은 동북아 제반 문화의 토양이 되었음은 물론, 몸통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특히 동이의 정신문화는 동북아 고대 종교의 뿌리로서만이 아니라, 도덕과 철학의 근간이 되면서, 이 지역 윤리사상을 살찌워 왔다. 유교나 도교 심지어는 많은 제자백가의 가치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교의 인사상(仁思想)은 동이의 정신적 이상과 직결되는 가치다.”
 
중국의 고전에서 ‘동방예의지국’이나 ‘군자국(君子國)’이라 하여 동이를 흠모했던 것도 이러한 정신문화에 대한 동경이었던 것이다.

김 위원은 “같은 동이문화권인인 고조선문명권의 ‘홍익인간’이 그렇고, 은(상)문명권의 ‘인(仁)’이 바로 그것이다. ‘홍익인간’과 ‘인’은 한 뿌리에서 뻗은 서로 다른 가지로, 이음동의적 가치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 국학의 목표 지향인 홍익인간과 인의 가치 속에는 경계 없는 휴머니즘이 숨 쉬고 있다."라며 “서로의 국학 연구를 통해 반목하고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더더욱 우호의 기반이 깊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