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 세도나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었다. 세도나 시는 물론 애리조나, 가까이는 LA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멀게는 한국에서도 행사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참전용사기념공원(Sedona Veteran Military Park)'의 준공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6∙25 전쟁 발발 63주년, 정전 60주년 되는 해에 맞이한 뜻깊은 자리였다. 세도나 한인회가 주축이 된 기념공원 조성은 미 해병대 전우회와 세도나 시 당국, 세도나 주민들, 그리고 한국의 국가보훈처가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였다.

▲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한인회 임반야 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각) '세도나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세도나한인회]

 <코리안스피릿>은 26일(현지시각 25일) 이번 공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졌던 임반야 세도나 한인회장을 화상인터뷰했다.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한의사로서 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 건강법과 힐링을 전하는 임 회장의 한국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 6월 14일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 어땠나. 궁금하다.

 미국은 해외파병을 많이 하는 나라다. 그만큼 베테랑(참전용사)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파병을 갔던 그 나라가 미국인들에게 "(참전해주어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베테랑들은 한국전쟁을 'Forgotten War', 잊혀진 전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일을 우리가 이번에 했다.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또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이 공원이다. 그 점에 대해 미국인들이 고마워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진행되다 보니 이번 준공식은 참석자들이 크게 감동을 받은 행사였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대신해 참석한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은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이 행사 내내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았다"며 놀라워했다.


- 참전용사기념공원은 세도나 시 어디에 있나.

 세도나 도심 한가운데 있다. 세도나의 주요 도로인 89A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16,000제곱피트(약 500평) 규모다.

 원래는 한인회가 주축이 되어 땅을 사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도심보다는 외곽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공원으로 활용할 땅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세도나 시로부터 공원 부지를 기증받게 되었다. 시내에 공원이 자리잡다 보니 세도나 주민들은 물론, 요즘은 세도나를 찾는 수백만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이 되고 있다.

▲ 세도나 참전용사기념공원 준공식에는 150여 명의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임 회장이 참석자 중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세도나 참전용사기념공원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국에 만든 참전공원은 거의 모두 '해병대 공원' 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공원'처럼 나누어져 있다. 특정 부대나 특정 전쟁으로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세도나 공원은 미국의 모든 베테랑을 위한 공원이다. 공원 내에 한국전 참전용사기념비도 함께 세웠지만 이 공원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주저하지 않았던 모든 군인을 위한 공원으로 마련되었다.


- 2009년 명예한인회장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4년 만에 완공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겪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가장 먼저 이승헌 총장님이 생각난다. 2009년 5월 참전용사기념공원 조성을 제안해주시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공원 조성 기금을 기부해주신 것도 이승헌 총장님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일이 시작되었다.

 롭 애덤스 세도나 시장을 통해 만나게 된 해병대 전우회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당시 해병대 전우회에서도 베테랑을 위한 공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일이 추진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였다. 당시 나는 누구라도 만나서 공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해병대 전우회에서 "세도나에서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서로 필요한 시기에 딱 만났더니 일이 잘 풀렸다. 적게는 1달러, 5달러에서부터 많게는 45,000달러(한화 약 5,200만원)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모금에 동참해주셨다. 한국 보훈처에서도 15,000달러(한화 약 1,700만원)를 지원해주었다.


- 미국에서 한국의 철학과 문화를 전하는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와 이 땅에서 자랐다. 한의사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을 잘 모르고 자란 것이 사실이다. 세도나 한인회 네 번째 회장이 되었지만 지금도 한국을 배워가는 과정 중이다.

그런데 가끔 느끼는 것이,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정신, 문화, 철학을 너무나 알고 싶고 그것이 간절하니까 더 배우려고 하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면 알수록 우리 정신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느낀다. 한국에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복이다.


- 앞으로 세도나 한인회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세도나에는 다른 민족이 별로 없다. 세도나 한인회가 가장 크다. 규모도 크고 활동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이번 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세도나 시와 주민들에게 한인회의 이미지가 아주 좋아졌다. 특히 일을 하면서 세도나 시장, 지역사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매년 성패트릭데이에 한국 전통 기공무술과 사물놀이 등을  공연하고 한국의 설날에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한다. 올해 초에는 세도나 한인회 내 한국문화원에서 '한글학교'도 만들어서 우리말을 교육한다.  

 앞으로는 한국 정신을 더 널리 제대로 알리고 싶다. 한국의 철학과 문화, 역사 그것이 담긴 정신을 제대로 전하고 널리 전하는 역할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