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를 ‘세계 한(韓)문화주간 <The Korean Week>’으로 정하고자 합니다. 이 기간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한민족평화통일연대 이사장인 김성곤 민주당 국회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 한(韓) 문화주간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 발제하는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최근 중국 동북공정, 일본 역사왜곡 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반만년 유구한 역사 인식을 명확히 하고 민족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법률안 제출을 통한 한(韓)문화의 선양은 한국인은 물론 재외동포의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남북 간의 문화 동질성을 회복시켜, 통일을 위한 문화적 발판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족평화통일연대와 재외동포포럼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김성곤 의원의 발제와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전 재외동포 이사장),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안영집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 왕길환 연합뉴스 재외동포부 기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세계한인회 회장단과 임원진 50여 명이 참석했다.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외공관에 한문화주간 행사 개최를 의무화한다.

김 의원은 "한류의 세계화와 더불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고양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가 위상을 고양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률안 중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제8조 한민족문화선양사업이다.

국가는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4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 한민족의 개국 및 유래에 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ㆍ보존ㆍ관리 및 조사ㆍ연구ㆍ전시, ▲ 한민족의 개국 및 유래에 관한 교육 및 학예활동, ▲한민족 문화에 관한 국내외 홍보, ▲그 밖에 한민족의 개국ㆍ유래 및 한민족문화선양사업과 관련되는 사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관련기관 또는 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위탁하여 시행할 수 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세계한문화주간 법 제정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행사 중복에 따른 부작용, 자칫 노는 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은 총칼 없는 문화전쟁의 시대

첫 토론자로 나선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은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중국은 공자학당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관련 예산을 2배 이상 늘렸다. 한국은 그냥 보고만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케이 팝으로 가수 싸이가 나와서 환영받는다. 이것은 대중문화다. 한국문화의 일부분이다. 세계적으로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을 때 한국 원래의 문화, 전통문화를 세계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중화사상이 특별하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자신이 중화민족이라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은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요즘은 조금 회복되고 있다. 한국문화를 중국이나 일본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문화로 만드는 것이 한문화주간이 할 일”이라고 제언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종범 유럽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해외 공관에서 개천절 행사를 한다. 어떻게 하느냐. 외교관과 한인을 초대해서 간담회하고 칵테일 파티하면 끝난다. 체계적이고 폭넓은 행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한글날 행사를 기념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기간에 한글문화, 홍익인간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행사를 치를 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그러한 재원조달을 법으로 정하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한민족평화통일연대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세계 한(韓) 문화주간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안영집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김성곤 민주당 국회의원,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 왕길환 연합뉴스 재외동포부 기자.

 

세계한문화주간, 자칫하면 ‘노는 주간’이 될 수 있다

한편 안영집 재외동포영사국장과 왕길환 연합뉴스 재외동포부 기자는 한문화주간 법 제정에 대한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안 국장은 ‘세계 한(韓)문화주간 등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재외동포재단법’과 법 제정취지가 유사하고, 이미 한인의 날 기념행사가 실시되고 있으므로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세계 한(韓)문화주간에 한민족의 문화를 고양하는 문화 행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하고 민간의 참여를 지원토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위법이냐?”라는 것이 안 국장의 질문이었다.

왕길환 연합뉴스 재외동포부 기자는 법 제정 취지와 달리 국내의 상황은 노는 날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된 점, 초중고 개교기념일과 회사 창업일이 가장 많은 달이 10월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해외여행은 7.5% 증가한 결과도 나왔다. 따라서 한문화주간은국민들에게 노는 주간, 해외여행 가는 주간이 될 수 있다.

왕 기자는 한문화주간이 노는 주간이 되지 않기 위해 청소년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념식 위주의 딱딱한 행사가 아니라 한류스타를 동원하거나 장소를 에버랜드에서 하는 것이다. 특히 행사에 참석하면 현장학습으로 해준다면 학생들의 참여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기간을 일주일로 잡은 것은 현지 나라의 사정에 따라 일찍 할 수도 있고 늦게 할 수도 있다. 강제규정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임의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재외동포법과 중복되는 것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외에서 초라하게 치러지는 개천절 행사와 관련해서 “외국은 그 나라의 국경일 행사를 많이 한다. 이 법안은 외국을 염두해두고 한 것이다. 현재 재외공관에서 70~80% 예산으로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지원하면 개천절 행사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의원은 말했다.

다음은 법률안 전문이다.

세계 한(韓)문화주간 <The Korean Week> 등에 관한 법률안

제1조(목적) 이 법은 세계 한(韓)문화주간을 지정하고 한민족문화선양사업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한민족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며, 나아가 남북 간의 문화 동질성 회복을 통해 통일을 위한 문화적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용어의 정의) “세계 한(韓)문화주간 <The Korean Week>”이란‘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하여 한민족의 문화를 고양하는 행사를 하는 주간을 말한다.

제3조(기념주간) 세계 한문화주간은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로 한다.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세계 한문화주간 행사 등을 적극 추진하고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제5조(세계 한문화주간 행사)

①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대한민국 재외공관(이하“재외공관”이라 한다)은 매년 세계 한문화주간에 한민족의 문화를 고양하는 행사를 하여야 한다. 단, 재외공관의 경우 주재국의 사정을 감안하여 문화행사의 시기 및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행사를 실시하는 경우에 국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을, 재외공관은 해당주재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및 해당 주재국의 주요 인사를 초청하여야 한다.

제6조(학교 및 재외교육기관의 행사 등)

① 「초ㆍ중등교육법」제2조에 따른 각급 학교에 세계한문화주간 행사의 개최 및 한민족의 개국정신 및 유래에 관한 교육을 하도록 권장하여야한다.

② 정부는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제2조에 따른 재외교육기관에 대하여 제1
항의 행사 및 교육을 적극 권장하여야 한다.

제7조(태극기의 게양)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개천절부터 한글날가지의 세계 한문화주간에 각 가정이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

② 재외공관도 동 기간에 재외국민들이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

제8조(한민족문화선양사업)

① 국가는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한민족의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이하“한민족문화선양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여야 한다.

1. 한민족의 개국 및 유래에 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ㆍ보존ㆍ관리 및 조사ㆍ연구ㆍ전시

2. 한민족의 개국 및 유래에 관한 교육 및 학예활동
3. 한민족 문화에 관한 국내외 홍보
4. 그 밖에 한민족의 개국ㆍ유래 및 한민족문화선양사업과 관련되는 사업

② 국가는 제1항의 사업을 관련기관 또는 단체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위탁하여 시행할 수 있다.

제9조(민간의 참여조성) 국가는 제8조에 따른 사업 및 이와 관련한 한민족 문화의 선양ㆍ보급에 민간부문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10조(관련단체의 지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민족문화선양사업 등과 관련한 기관ㆍ단체에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제11조(남북교류ㆍ협력의 지원) 국가는 남북 공동으로 세계 한문화주간 행사 및 한민족문화선양사업을 시행하는 자에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제24조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