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지구인의 날'이 올해로 13주년을 맞는다. '지구인의 날'은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성공을 향한 무한경쟁 속에서 현실에 매몰되듯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에게 '지구인'이라는 정체성을 자각하게 하는 날이다.

'지구인의 날'은 2001년 6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휴머니티 콘퍼런스-지구인선언대회'에서 개최자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의 제안으로 선정된 날이다. 이 행사에서 이 총장은 21세기 정신문명시대를 열어갈 패러다임으로 '지구인(Earth Human) 철학'을 제시했다.

'지구인'은 기존의 경쟁・지배의 철학, 이원론적 가치관을 넘어 조화와 상생의 가치로 이웃・사회를 치유하고 지구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경제강국・문화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리나라, 발전하는 국격만큼 국민 의식도 지구인 의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 워싱턴포스트(WP) 인종차별지도 자료화면 캡쳐

# 지구 공존의식과 인류애 망각 '인종차별' 부른다

"한국, 中・日보다 인종차별 심하다"
한국인 36% '다른 인종 싫다' VS 중국・일본은 20%도 안 돼

한국이 높은 경제・교육 수준에도 인종차별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5월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80여 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가치관조사(WVS, World Values Survey)' 자료를 바탕으로 인종차별 수준을 7단계로 나눠 지도를 그린 결과, 한국은 인종차별 수준이 두 번째로 높은 단계에 속했다.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이 남의 나랏일이 아니다. 서양의 동양인 차별, 일본의 조센진 차별에 혀를 차던 우리가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구인가'란 질문에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둘 수 없다"고 3명 중 1명꼴로 대답한 격이다.

최근 '리틀 싸이'로 불린 8살 아이 황민우 군에 대한 인터넷 악플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에피소드가 아닌 한국인 내면에 감춰진 인종차별 심리를 여실히 드러낸 사태였다. 황 군은 다문화가정 자녀로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다. 네티즌은 이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열등 인종 쓰레기' 등의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었다.

전국에 분포하는 다문화가족은 26만 6,547가구. '2012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09~2012년) 다문화가족이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문화가족 출신 국적에 따라 차별 태도도 다르다. 후진국 이미지가 강한 동남아인과 개발도상국 중국인 앞에서는 거만한 갑(甲) 행세를 한다. 경제대국 유럽인과 미국인에 앞에서는 비굴한 을(乙) 처지가 되고 만다. 차별의식이 낳은 갑을 현상, 지구 공존체로서의 평등의식과 인류애를 망각한 채 물질주의 사고관에 사로잡힌 우리네 의식의 현주소가 아닐까.

▲ 인종차별도표

# 한국인의 홍익사상 '지구인 정신'과 같다

WP 분석 "한국의 인종차별 수준이 높은 원인은?"
오랜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 동남아시아권에서 온 이민자 급증, 일본과의 역사적 갈등

반만년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꿋꿋이 한민족이라는 혈통을 지켜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부심'이 '자만심과 불통의 씨앗'이 되어선 안 된다. 변화와 교류의 글로벌 시대를 맞아 '자부심'을 '자신감과 소통의 원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할 때다.

한민족에게는 위대한 정신유산이 있다. 바로 홍익(弘益)정신이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정신은 '지구인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모든 사람이 이로워질 수 있는 길은 중심가치를 바로 잡는 데 있다. 대립과 분열을 초래하는 상대가치가 아닌 인류 의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대가치 '지구'가 그것이다.

지구는 단순한 물리적 땅덩어리가 아니라, 우리 삶의 뿌리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인간은 지구라는 삶의 터전에서 같은 생명을 나눠쓰며 살아가는 상호보완적인 생명체다. 우리가 지구인 의식으로 서로 대할 수 있다면 국가관, 사상, 종교, 민족 등의 상대가치를 초월해 참다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

'지구인의 날'이 있기에 다시금 지구인 의식을 돌아본다. 한국인의 피에 흐르고 있는 홍익정신을 깨울 때가 왔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지구인의 마음으로 민족 간 문화의 차이를 포용한다면 인종차별과 갈등문제를 넘어 진정한 문화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