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치권의 망언과 역사왜곡이 다시 시작되면서 한ㆍ일 감정이 안 좋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규탄 대회도 열고 일본 정부를 향해 항의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일본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조직적으로, 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곳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일본 우익들의 성지)참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일부 대학생들이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에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모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한류 열풍의 주역들인 아이돌 가수들의 한국사 지식을 가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역사 소양을 여과 없이 보여 주기도 하였다. 항일운동단체인 ‘신민회’를 묻는 문제는 전원이 답 근처에도 못 미쳤다. 또한 안중근 의사를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로 오인하거나 삼일절을 삼점일로 읽는다든가 하는 내용들이 방송매체들을 통해 소개되기도 하였다. 결국 역사교육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역사교육은 왜 필요한가? 단순히 역사지식을 통해 상식을 넓히고자 하거나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 역사 속에는 우리다움이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적 자존감과 국가적 자부심을 회복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에 원동력으로 삼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현실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 이것이 곧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으로 이어진다. 역사의식과 역사인식은 다르다. 역사의식은 이념적인 것이고, 역사인식은 학문적인 것이다.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은 제대로 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우리 뿌리 역사인 고조선에 대한 역사인식은 한국사에서 어떤 시대보다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고조선사는 국조인 단군왕검께서 ‘홍익인간’이라는 건국이념으로 나라를 세우셨고,  이 땅에 터 잡은 이래로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고대 국가를 거쳐 고려, 조선, 대한제국에 이어 오늘날 대한민국에 이르기 까지 우리 역사의 첫 출발점이며, 고유한 사유체계인 ‘홍익정신’이 그로부터 비롯되어 오늘에 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국학이라고 하는데, 어느 민족이나 국가에는 고유한 사상적 기반과 문화적 원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는 단군이고 고조선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뿌리역사인 고조선에 대해서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서술하고 있는 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교과용 도서(『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교과서 및 지도서를 “교과용 도서”라고 하며, “교과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ㆍ음반ㆍ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하고, “지도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교사용의 서책ㆍ음반ㆍ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 라고 하면 교과서 및 지도서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국정도서, 검정도서, 인정도서 등 세 종류의 교과서가 사용되고 있다.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를 말하며, “검정도서”는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 “인정도서”는 국정도서나 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특히 교과서는 그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의미들은 교과서다운 교과서가 어떠해야 되는지를 알려 주고 있다. 
 

   교과서 중의 역사교과서는 그 시대의 역사인식을 보여 주고, 그러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개화기 이후 근대 교육 제도 도입에 따라 오늘날과 같은 교과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당시에는 우리말과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 그것이 고스란히 교과서에 투영되었고, 반면에 일본의 역사연구 결과를 그대로 답습했던 역사교과서도 있었다. 대일항쟁 기간 동안에는 우리 스스로 만든 역사교과서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광복 이후 미군정에 의해 채택된 교과서는 개화기에 도입된 교과서 내용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미군정이 끝나고 환국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현재까지 역사 교과서의 발행은 초등학교는 국정으로 일관하였으며, 중학교는 검인정제에서 국정제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검인정제로 바뀌는 과정을 겪었고, 현재는 세계사를 포함하는 ‘역사’ 과목으로 7종의 검정교과서가 있다. 고등학교는 국사과목으로 국정교과서이었다가 지금은 ‘한국사’ 과목으로 6종의 검정교과서가 있다.                  
 

   이렇듯 교과과정이 개정되면서 역사교과서도 변화가 있었다. 역사교과서에서 고조선에 대한 역사인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한국 상고사인 고조선에 대한 역사인식은 결국 그 시대의 사회적 합의에 따른 역사적인 함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뿌리 역사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뉴라이트가 만든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고 한다.  여기서 뉴라이트는 20세기 중·후반 이후 몇몇 국가에서 일어난 다양한 형태의 보수·우익 성향 또는 반체제적 저항운동 단체나 운동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보 세력 독주 견제와 안정적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결성하여 펼쳐가고 있다. 문제는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한국사가 일본이나 중국에서 그렇게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고자 하는 것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거기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 그게 바로의 우리의 정신이자 얼이다. 정말 얼빠진 역사가 그것이다. 김구ㆍ안중근ㆍ윤봉길 의사를 항일 무장테러리스트로 비화시키거나 명성황후를 민왕후로 격하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본의 우리나라의 국권 침탈과정도 미화하는 발언을 하는 등 대한민국의 ‘역사전쟁’을 선포하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시아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한국사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가르칠 때 일본이 만든 교과서를 인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제3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이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내부에서 조차도 ‘역사왜곡’이 자행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역사교육에서 ‘역사교과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가 국학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인식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이 함양될 수 있도록 주체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해석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진정으로 역사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 4346년 6월 10일

 

기고=민성욱 국학박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졸업

국학박사(논문 '한국사에서 말갈 인식에 관한 연구')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법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