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류 열풍의 주역인 아이돌을 모아 놓고 그들의 한국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일명 "헐~장학퀴즈"를 열어 방영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문제가 독립운동 단체인 '신민회'를 묻는 문제였는데, 전원이 답 근처도 가지 못하였다. 여기서 '신민회' 란 1907년 안창호, 양기탁, 신채호 등이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조직한 항일 비밀 결사 단체를 말한다. 물론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답을 말하는 그들의 눈에는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몰라서 부끄럽기보다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오늘날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물론 그들의 역할은 따로 있다. 춤과 노래로 대한민국의 신명 문화를 알려, 국위선양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었다면, 즉 한류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지금의 한류가 더 힘있게 뻗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한류라고 하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정신문화나 식생활에서나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한류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한류라고 하면 'K-POP'이라는 한국가요와 '겨울연가'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한류의 모습이 일부분에 국한되어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한류란 무엇인가? 무엇을 두고 한류라고 일컫고 있으며, 세계인들은 무엇 때문에 한류에 열광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저 한류에 열광하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겠다. 왜냐하면 한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문화는 그 민족이나 국가가 갖고 있는 정신을 생활 속에서 발현한 것이다. 그냥 유행어처럼 한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문화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거기에는 심오한 것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찾고자 했던 것이 거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더욱 더 중요하다. 국악인이며 인간문화재인 고 박동진 명창이 생전에 했던 CF 속 카피가 생각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여기서 우리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은 세계가 인정하고 또 세계인이 흥미를 갖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애환과 우리 역사가 담겨져 있는 우리 문화, 그것이 전 세계인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이 한류이다. 한류에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우수성 그리고 보편성이 함께 담겨져 있고, 한국 문화다운 독자성이 있는 까닭에 오늘날 한류가 형성되었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한류를 제대로 알고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바로 알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며, 우리의 뿌리를 깨닫고 세계 속에서 그 특색을 잃지 않아 야 한다.
 

그렇다면 고대에도 한류는 있었을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에 이른다. 고조선에서부터 비롯된 '신명문화'가 한류의 기원이 된다. 어느 문화나 그 원형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문화의 원형이자 한류의 기원인 고조선의 역사와 문화는 뿌리 역사이자 혼의 문화이었다. 요즈음 전 세계인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은 고조선 이래로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 전해져 내려 온 '제천문화'와 연관이 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위하여 거울을 비추어 본다. 그런가 하면 갓 태어났을 때의 모습은 거울로도 비추어 볼 수 없다. 그저 그 때를 기억하는 부모님이나 친지친척들로부터 전해 듣거나 빛바랜 사진이 고작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을 보려면 문화현상인 한류라는 거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 역사가 시작되었던 고조선 시대는 국내에 남아있는 기록들이 많이 없어 중국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내용이지만 중국 기록을 통해 우리 뿌리 역사를 알 수 있다. 그 오래된 기록들 중에서 한류라는 ‘K-POP'의 기원을 찾을 수 있었다.

『삼국지』「위서동이전」 한(韓)전에 보면,

"해마다 5월이면 씨뿌리기를 마치고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떼를 지어 모여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술 마시고 노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춤은 수십 명이 모두 일 어나서 뒤를 따라가며 땅을 밟고 구부렸다 치켜들었다 하면서 손과 발로 서로 장단을 맞추었다."

『삼국지』「위서동이전」 고구려(高句麗)전에 보면,

"그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나라 안의 촌락마다 밤이 되면 남녀가 떼 지어 모 여서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

라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들에 의하면 남녀가 떼를 지어 모여서 노래와 춤을 추는데, 일정한 형태의 춤을 여러 사람들이 따라 추면서 일종의 군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즈음 인기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떼 지어 나와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춤을 멋있게 추는 형상과 유사해 보인다. 이것은 지금의 한류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고조선 이래로 역사를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K-POP'을 중심으로 한 오늘의 한류는 '가무악'을 즐긴 고대 우리 선조들의 풍류 유전자가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고, 그 속에는 우리 정신문화의 '빛'이 들어 있다. 유난히 밝음을 좋아하였던 우리 민족은 태양을 숭배하였고, 스스로 하늘이기를 자처하였으며, 그래서 일찍이 '천손문화'를 갖고 있었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신명문화'이고, 이러한 신명문화가 발현된 것이 지금의 한류인 것이다.

노래 부르고 춤 잘 추는 우리 문화의 근본이 되는 고유한 전통, 즉 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류는 서구 문화를 추종하며 겨우 흉내 내다가 앞서게 된 현상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문화 현상은 남을 따라 해서는 앞지를 수 없다. 흉내 내기는 결코 원조를 이길 수 없고, 혹 잘해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최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의 힘은 창조력과 독창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한국 문화를 중국이나 일본 문화의 아류로 보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독창적인 문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없을 때 전 세계인들로부터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국학 연구의 필요성이 생긴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안다면 결코 중국이나 일본의 아류라는 말은 쏙 들어갈 것이고, 오히려 고대에도 한류가 있었고, 그 한류로 인하여 중국이나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쳐 오늘날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이루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간혹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를 할 때 사서나 사료가 부족해서 연구를 못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고자 한다면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사서이고 사료이다. 다만, 그러한 사서와 사료들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즉 역사인식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고, 이러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 바람직한 역사의식이 함양이 된다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뿌리 역사인 고조선이 고인돌 왕국이었고, 초기에는 청동기, 후기에는 철기 문화를 꽃피웠으며, 명도전이라고 불리는 화폐를 사용하였으며, 고유한 문자가 있어 일찍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문화를 형성하였다. 특히 고인돌이라는 거석문화는 유럽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고조선의 고인돌이 유럽 전역으로 오늘날 한류처럼 전달이 되었다면 'K-POP'보다도 그 파급 효과가 컸을 것이다. 역사 속 ‘한류’에는 고조선 이래로 최근에 이르기 까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수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국학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민성욱 박사
기고=민성욱 국학박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졸업

국학박사(논문 '한국사에서 말갈 인식에 관한 연구')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법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