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라고 하면 양반다리를 하고 책을 읽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오로지 책만 읽고 있는 존재ㅡ그게 내게 각인된 선비의 전형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선비들은 무슨 마음으로 평생 책을 읽고 공부를 하였을까? 과거에 급제하여 포부를 펼칠 기회가 있다면 공부한 보람이 있겠지만, 과거조차 볼 수 없는 이들이 평생 책에 파묻혀 살았다면 그는 무슨 마음으로 그렇게 하였을까? 또 어떻게 공부를 하였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ㅡ배우고 가르침을 실천한 조선 시대 14인의 공부천재들』(김병완 저, 도서출판 이랑)이다. 공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의 평생학습을 다루었다.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화담 서경덕, 남명 조식, 성호 이익, 백곡 김득신, 청장관 이덕무, 명재 윤증, 서애 류성룡, 우암 송시열, 혜강 최한기ㅡ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실학자들이다.

조선 역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이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어떻게 공부했나, 그 궤적을 알아보는 건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이야말로 평생학습 시대이기때문이다. 또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죽어라 공부한 목적은 첫째 과거 급제에 있었을 것이다. 양반으로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그 사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재미있는 일이다.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 공부하고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는 것밖에 없으니 공부를 하니.

과거에 급제하고 나면 선비들은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평생 공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게다. 이때부터가 진정한 공부다. 선비는 사람이 되는 공부를 하였다. 인생 완성을 위한 공부,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기 위한 공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공부를 하였다. 이런 공부에는 당장 밥이나 쌀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이런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가.

선비의 공부는 자신의 출세만을 위한 공부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다산은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고 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온갖 탈법, 위법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여긴 해악을 실감한다. 선비는 세상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 도움을 주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공부를 하는 게 선비다. 실학자들이 이렇게 공부를 했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이 어디 실학자에게만 있었겠는가?

그래서 선비는 공부를 하되 실천하는 것을 또한 중시했다. 진리를 배워도 입으로만 배우고 몸으로 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책을 되풀이해서 읽고 내것으로 만들어 몸으로 실천하면 진리가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책으로만 배우고 '아마 그럴 것이다'고 하는 것과 실천하여 '아! 이렇구나'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실천을 하려면 깊이 알아야 한다. 선비들이 책을 읽고 또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해서 읽고 습득하는 공부. 한 권을 철저히 알 때까지 수백 번 읽고 아예 죄다 외우기까지 하였다. 그리고는 깊이 생각하고 궁리를 하였다. 생각하는 독서를 했다. 또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공부를 했다. 중요한 것을 발췌하여 따로 정리하는 방법도 활용했다. 참 치열하게도 공부를 했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니! 공부는 하고 있는거야?

먼저 공부를 하는 목적을 확인하라. 스펙 쌓기 용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공부를 하라. 인간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라. 

장서를 만들어라. 아무 책이나 수백 번 읽을 수 없다. 양서를 골라 나만의 장서를 만들어 읽고 또  읽어라. 다시 읽는 것을 낭비로 여기지 말라.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깨닫는 바가 다르다. 

메모하라. 메모하라. 눈으로만 읽고 말면 내용 파악도 제대로 안 된다. 밑줄 긋고 좋은 구절을 옮겨적으라. 생각나는 것들을 빈 곳에 적으라. 그것을 모아야 정리하라. 한 권으로 책이 되도록.

저자 또한 3년 독서를 통해 저술가가 되었다.  저자의 이런 경험에서 나온 책이라 더욱 호소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