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 신화와 역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거나 해묵은 논쟁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신화와 역사의 논쟁은 시작되었고, 지금도 논쟁 중이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고조선이 있다. 교육부 모 고위공직자는 그의 저서 『고조선, 사라진 역사』에서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시절의 비망록을 공개한 바 있었다. 또한 그는 공정한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접근하려고 하였고, 그래서 마주한 고조선 논쟁을 여전히 지금도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고조선을 통하여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고, 그러한 이유로 고조선 논쟁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고조선 논쟁에서 신화는 무엇이고, 역사는 무엇인가? 신화와 역사를 가르는 기준은 뜻밖에도 청동기 시대라는 역사 구분이다. 역사학자들이 그들의 역사연구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인류가 사용한 도구로 시대를 구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구석기 - 신석기 - 청동기 - 철기 시대가 그것인데, 석기를 사용하다가 청동기가 최초로 나왔을 때는 오늘날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청동기를 사용한 집단은 점차 세력이 커져 계급이 발생하고 계급사회 속에서 위계질서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것이 점차 오늘날의 국가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 국가는 청동기 시대부터 비롯되었고, 한반도 내 청동기 기원은 대략 기원전 10세기 전후로 본다. 그래서 기원전 2333년에 우리나라 최초 고대국가인 고조선이 건국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게 되었고, 고조선 건국의 주체인 '단군'도 역사적으로 실존 인물이 아니라 신화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하였다.

 '고조선'과 '단군'을 얘기할 때 대개『삼국유사』를 거론하게 되는데, 『삼국유사』「기이편」에 등장하는 '단군'은 신화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군' 뿐만 아니라, 모든 건국의 주체들은 신화적으로 묘사하여 다른 왕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 신화를 보아도 그렇고 신라나 가야 등도 각각 그 건국신화가 있기 마련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시 되는 것인데 유독 고조선의 건국신화는 역사가 아니고 신화라는 것이다. 그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단군 또한 신화이니 실존한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 성립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 학교 교육의 역사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 유교 경전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요즈음과 같이 교과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는 시기가 소위 개화기라고 일컬어지는 1876년부터 1910년까지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개혁 집단은 세계열강들과의 관계에서 날로 기울어 가는 국운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1895년 8월, 당시 학부(오늘날의 교육부)에서 펴낸 우리나라 최초 국정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에서는 "세계만국 중에 독립국이 허다하니 우리 대조선국도 그 중의 한 나라이다. 단군, 기자, 위만과 삼한과 신라, 고구려, 백제와 고려를 지난 오래된 국가이다." 라며 유구한 우리 역사를 강조하였다. 

당시 한글로 된 교과서는 우리말의 중요성과 우리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 새로운 지식을 주도하고자 했다. 말은 마음의 알맹이고 역사는 정신문화의 뿌리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 그 중심에는 얼이 있다. 얼이 살아있는 것이 말이고 역사인 것이다. 그 시대 교과서를 모아 놓은 『한국개화기교과서총서』는 20권으로, 그 중에서 8권은 국어이고, 2권은 윤리이며, 나머지 10권은 역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말과 역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교과서는 과연 100년 전 교과서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2007년도 이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에서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라고 역사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후 역사 교과서는 초ㆍ중ㆍ고교에 따라 달리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는 5학년 때 국정교과서로 사회과목 시간에 우리 역사를 배우지만 중학교 이상은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6~7종의 검정교과서로 우리 역사를 배우고 있다. 중학교는 ‘역사’ 라는 과목으로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함께 배우고 있고, 고등학교는 ‘한국사’라는 과목으로 우리 역사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출판사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각 출판사의 집필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뭐가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역사인식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라고 되어 있지만, 중ㆍ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에서는 출판사에 따라 "삼국유사에 따르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 혹은 건국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무슨 말이냐고 하면 역사인식에 대한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필자는 잘 모르겠지만 『삼국유사』에 보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라는 내용이 있으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분명 초등학교에서는 단군과 고조선을 역사적 사실로 가르치고 있는데, 중ㆍ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출판사에 따라서는 신화인지 역사적 사실인지 모호하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의 아이들이 모호한 역사를 배우고 신화와 역사 사이에서 방황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 역사가 재미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얼마 전에 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하신 서울 정동에 있는 '경교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동안 모 병원의 본관 건물로 사용되다가 최근에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새롭게 단장을 한 후 국민들에게 공개했기 때문에 자녀의 손을 잡고 찾아 갔던 것이다. 경교장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눈에 띄는 문구가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곳, 경교장” 이다. 처음 들어설 때만 해도 그 문구가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지하1층 전시관을 돌아 1층을 거쳐 2층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서거하신 장소)에 들어서면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기운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그리고 안두희가 쏜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무실 유리창문의 뚫린 구멍을 보고 있노라면 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그러고 나서야 경교장 입구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곳, 경교장”

우리 역사교과서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가? 에 대한 답이 그것이다. 신화와 역사에 대한 논쟁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끝없는 논쟁을 벌여야 되는 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그들도 그 논쟁에 동참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통하여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함께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신화와 역사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 답은 스스로 찾아보기를 바란다.

 

▲ 민성욱 박사

 

기고=민성욱 국학박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졸업

국학박사(논문 '한국사에서 말갈 인식에 관한 연구')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법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