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5월 11일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아시아 최초의 야생방류로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야생방류 결정한 지 425일만에 성사됐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지난 2009년 5월 서귀포시 성산항 앞바다에서 포획됐다. 그 뒤 제주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쇼 공연을 하다 같은 해 7월25일부터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했다. 2011년 7월 불법 포획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생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3월 제돌이를 야생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바다에 사는 '제돌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육로와 항공로였다.  차량으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후  특별전세기 이용, 인천공항→  제주공항→ 성산가두리로 이동했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이 수송과정은 지난 4월 8일 제주도에서 몰수된 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서울대공원으로 성공리에 왔던 수송과정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당시 '태산이'와 '복순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한 특별기편으로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다. 

 '제돌이' 수송작업은 이 날 오전 5시 30분, 이동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검사를 위한 사전 혈액샘플 채취를 시작으로 7시 차량을 통해 서울대공원을 출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아시아나항공 특별전세기에 실려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수송차량은 돌고래의 안정을 위해 5t급 무진동 차량을 동원했다.  스트레스 예방을 위해 함께 생활해 온 사육사가 이동하는 동안 제돌이를 안정시키며 몸에 물을 뿌려주는 등 제돌이 곁을 지켰다. 동물병원 전담 수의사가 동행하여 제돌이의 건강을 체크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제돌이는 곧바로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로 옮겨져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했다. 이어  가두리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던 'D-38'과 '춘삼이'와 만났다. 

'D-38'(D-38 ♁ 10∼12세 추정)과 '춘삼이'(♂ 13세 추정)이는  국내 최초 대법원으로부터 몰수형 선고(3월 28일)를 받은 돌고래 4마리 중 건강한 2마리로서 현재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훈련 중이며, 제돌이와 함께 야생방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머지 '태산이'(♂18세 추정)와 '복순이'(♁ 15세 추정)이는 신체상 결함과 심리상 불안감 등으로 야생방류하게는 무리가 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서 돌보고 있으며  향후 건강 회복 정도에 따라 공개와 방류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제돌이가 D-38과 춘삼이와 방류 후 같은 무리를 형성해서 야생의 돌고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로 얼굴익히기를 한 뒤 가두리를 5월 중 김녕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았지만 한동안 바다와 떨어져 살아온 '제돌이'. 다시 그 바다로 돌아가면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제돌이'가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야생적응훈련을 해왔다.

제돌이,  야생적응훈련 차질 없이 진행

서울대공원은  그동안 활어공급을 통한 먹이사냥과 혈액검사 등 철저한 건강검진으로 제돌이 방류가 성공하도록  야생적응훈련을 차질없이 진행했다.

▲ 남방돌고래 제돌이 야생적응 훈련. <사지=서울대공원>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는 주 2회 제돌이 야생적응 먹이사냥 활어공급을 했다 두 달 훈련을 끝내고 7~8월에는 주1회로 횟수를 줄였다. 같은 해 9~10월에는 월2회, 11월 이후에는 월1회로 나누어 공급했다. 올 4월부터는 주1회씩 급여했다. 

'제돌이'에게는 그동안  고등어, 오징어, 광어, 놀래미, 숭어 등  총 34회에 걸쳐 5종 440마리를 제공했다. 한 차례에 고등어 10마리, 오징어 10마리, 광어 4kg 등을 주었는데 제돌이는 고등어 > 광어 > 오징어 > 놀래미 > 숭어」순으로 좋아했다.  제돌이의 먹이사냥 섭취시간은 매회 5~10분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수도권에선 살아있는 활어 구하기가 쉽지 않아 동해안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소를 공급하며 공수해 오는 등 활어조달에 어려움도 많았다.

한편 제돌이가 사람과 접촉하는 시간도 줄여나갔다. 방류 결정 이후 돌고래 생태 설명회에도 참가시키지 않았으며  먹이급여 시간 외에는 사육사의 출입도 금했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이의 건강유지를 위해 매일같이 체온을 재고,  매주 한 차례 체중을 쟀다. 3개월마다 혈액검사 등 철저한 건강진단 등과 함께 근력운동도 매일같이 진행했다. 

 제돌이 방류 과정에서  제돌이야생방류위원회(위원장 최재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송 항공료 시민 모금 통해 전액 부담
 

제돌이 방류일정은 시민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현재까지 10차례의 시민위원회와 4차례의 소위원회를 거쳐 결정했다.  제돌이 수송에 드는 항공료 3,200만 원은 시민환경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시민 모금을 하여 전액 공동 분담하기로 했다.

 시민위원회는 환경시민단체 대표들을 비롯해 돌고래 전문가, 학계, 지방자치단체, 시의회, 시민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위원회는 성공적인 방류를 위해 방류적지 선정, 적응장 시설 설치 계획, 수송과정 등 전체 일정 계획을 수립하여 논의했왔다. 위원회는 적응훈련과정, 건강검진 등 제돌이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세부 현안을 최종 점검한 끝에 지난 5월 2일 제10차 시민위원회를 열고 제돌이 이동시기를 5월 11일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야생 무리 속으로의 완전 방류시기는 적응 훈련 가두리 주위에 야생 개체의 출현 시기와 개체수, 기상여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결정하겠다는 것이 시민위원회의 의견이다.

▲ 먹이사냥에 성공한 제돌이. <사진=서울대공원>

이 뿐만 아니라 '춘삼이'와 'D-38'의 방류비용 또한 환경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시민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여 자연방류를 결정했다.

 금번 방류사업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제돌이와 함께 야생방류되는 '춘삼이'와 'D-38'의 야생적응시 공급되는 활어 비용과 서울대공원에 있는 복순이와 태산이의 사료 비용을 '현대그린푸드(주)'에서 전액 지원한다. 제돌이 방류에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후원도 큰 몫을 담당해 우리 사회 동물 사랑에 시민의 역할이 한층 성숙되어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과 협력  행동관찰연구

 제돌이 야생적응을 위한 행동관찰연구 또한 대외연구기관과(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의 협력을 통해 과학적 방법으로 진행됐다.

 올 1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 행동생태 연구팀(장이권 교수)이 사육 상태에서 행동 및 적응 훈련 과정에서의 행동과 야생에서의 행동을 비교 분석해왔다. 이는 방류 적합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삼게 될 예정이다.

 장교수는 제돌이를 관찰, 연구한 결과 "처음엔 유영행동이 48%, 휴식행동이 21%, 사회행동이 21%로 나타났다. 이는 유영행동이 50∼70%를 차지하는 야생개체에 비하면 운동량이 부족한 편이지만 휴식행동이 30∼90%까지 나타나는 일반 수족관 개체들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말했다. 

관찰을 하는 동안  제돌이의 행동 유형은  유영행동 57%, 휴식행동 8%, 사회행동 13%로 유영행동이 증가하고 휴식행동과 사회행동이 다소 감소됐다. 장 교수는 이는 제돌이가 야생 개체에서 볼 수 있는 행동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돌이를 더 넓은 곳으로 옮긴 후에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의 내실풀(12×6×3m)에서 넓은 공연풀(45×9×3m)로 이동했다.  각 개체가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짐으로써 유영행동이 증가하고 타 개체와 원치않는 사회행동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다. 또한 이같은 행동은 유영행동이 50∼70%에 달하고 휴식행동이 10%미만으로 관찰되는 야생개체군과 유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결과는 방류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장교수의 설명이다.

 동시에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은 지난 4월8일 성산가두리로 이동한 D-38과 춘삼이의 행동관찰도 4월11일부터 19일까지 함께 진행해 왔다. 현재 성산 가두리로 이동한 D-38과 춘삼이는 매일 15kg의 활어를 먹이며 야생 적응 훈련을 한다. 

D-38과 춘삼이는 가두리 이동 초기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D-38과 춘삼이는 가두리 이동 초기, 불안정한 행동과 불규칙적이고 잦은 호흡패턴을 보이며 가두리의 일부 공간에만 머무르며 두 개체가 대부분의 행동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호흡빈도가 불규칙하거나 과도하게 짧은 것은 개체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연구팀이 밝힌 해외 연구사례(1990. Behavior and ecology of the bottlenose dolphins at Sanibel Island Florida. 와 1972 Mammals of the sea)에 의하면 야생개체들은 20∼60초에 1회 호흡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D-38과 춘삼이의 경우는 현재 60∼90초에 1회 정도로 야생개체들에 비해 다소 긴 편이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D-38과 춘삼이는 가두리 이동 후 적응과정에서도 잠수비율이 85%에서 안정화되고, 두 개체가 함께 움직이는 빈도가 60%정도로 감소했다. 특히 가두리 내부의 미역이나 톳과 같은 해초를 이용한 놀이행동도 관찰되어 방류 성공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남방큰돌고래 제주계군의 행동패턴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가두리에서의 행동 변화를 직접적으로 현지 야생 개체군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잠수비율이 70∼100%, 동조행동이 0∼60%로 나타나는 해외의 남방큰돌고래의 야생개체군의 연구 결과와 비교할 때 D-38과 춘삼이의 행동패턴 변화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는 판단했다.

 또한 활어 제공 시 두 개체는 적극적으로 먹이를 추적해 사냥하는 모습도 발견 됐으며 먹이를 이용한 놀이행동 모습도 관찰됐다. 살아있는 먹이에 활발한 반응은 방류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돌고래가 지능이 높은 생물인 만큼 먹이를 주는 사람을 빠르게 인식하고 적응하고 있어 먹이를 공급할 때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먹이 급여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판단이다.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은 제돌이의 가두리 이동 후에도 수족관과 가두리의 행동패턴의 비교 변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가두리에서의 행동패턴이 야생개체와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면 방류가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제돌이를 비롯한 세 마리 개체에 대한 각자의 음향신호를 모니터링 한 뒤 이를 연구분석해 외부 개체군과의 음성신호를 통한 교류방법이나 교감과정도 파악해 방류 적합시기를 판단하는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돌이 방류에 외국 동물 전문가도 관심

 제돌이 성공 방류에 관심은 외국 동물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의 한국 방문으로 이어졌으며 '아시아 최초'라는 방류 결정에 찬사와 함께 성공을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갔다.

 지난 2012년 5월 9일, 세계적 해양포유류 전문가인 미국 '릭 오베리'는 '나오미 로즈'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과 돌고래 생태학자 '사무엘'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방문했다. 이들은 "서울대공원 제돌이 방류결정은 전 세계에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베리는 1960년대 명성을 떨치던 돌고래 전문조련사였다가 40년간 돌고래방사운동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일본 다이지 고래잡이를 중단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오베리는 "서울대공원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응원을 전하려 왔다"며 "제돌이 방류 결정은 서울이 자연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고 찬사를 남겼다. 

 지난 2012년 11월 24일, 침팬지 대모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구달 박사도 서울대공원 제돌이 이야기관을 찾아 제돌이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인 구달 박사는 "우리가 이 지구에서 다른 동물들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서로가 존중하고 다른 생명체의 삶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감금 이후 자유란 점에서 아름답고도 상징적인 방류"라고 서울시의 제돌이 방류결정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지난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의 제주 한 공연업체의 불법포획 및 거래사실 발표와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시민단체의 불법포획 남방큰돌고래의 야생방류 주장으로 방류가 쟁점이 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12일 박원순 시장은 제돌이 귀향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에 초미의 관심사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사회에 '동물권', '동물복지'라는 낯선 화두를 던졌다.

 지난 2011년 7월 제주 중문단지 내 한 돌고래 공연업체는 어민들로부터 불법으로 사들인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를 이용해 돌고래 쇼를 공연했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돌고래 사건'의 발단이 됐다.  제돌이는 그 중에 포함된 돌고래였다.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돌고래쇼를 즉각 중단하고 남방큰돌고래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