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정의는 많다. 서양에서는 우선 영국 정치학자 역사가인 E.H 카가 내린 정의가 있다.  그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역사 사실이나 인물이 박물관에 있는  박제물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움직이면서 우리들 삶의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역사관이나 역사의식에 따라 삶의 질이 풍요로울 수도 있지만 왜곡되고 편향된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HERODTUS)는 "역사란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했다. 
 

 동양에서는 역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동양에서는 지날 역 歷 사관 사史 , 즉 인간의 지나간 삶의 발자취를 치우침이 없는 중도의 정신으로 기록한 것을 말한다. 역사의 史는 中 + 手의 합성어로 중국 한나라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비롯되었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또한 역사에 눈감으면 미래를 볼 수 없다고들 한다.그래서 역사학의 다른 이름은 미래학이다. 요즈음 한술 더 떠서 역사는 안보라고도 한다. 역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등만 보아도 짐작이 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은 과거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과거라는 밑그림을 통하여 그려나가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완성한 그림은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밑그림으로 사용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거 역사가 만든 작품이다. 우리들의 존재를 보아도 그렇다. 우리 부모님들의 위대한 작품이 우리가 아닌가. 과거를 모르면 현재를 진단할 수도 없고, '진리의 눈',  '인생의 안목',  '인간의 도리' 등을 배울 수가 없다.

역사란 과거 경험의 총체적인 결정체, 역사를 주도하는 역사의 주체가 되거나 아니면 물밀듯이 밀려오는 역사의 파도에 휩쓸려 그 존재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역사는 규격화된 상자가 아니라 보자기다. 즉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고,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모양과 형태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 무게도 달라진다. 보자기에 담는 내용에 따라 세계사,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의 보자기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 그 취사선택의 기준이 역사관이다.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뿌리 역사와 정신문화의 혼, 이것이 바로 국학의 관점에서 바라 본 우리 역사의 의미이자 가치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민족적 의식이 가장 강한 때가 있었고, 가장 약할 때가 있었다. 고조선 시대처럼 국학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는 민족적 의식이 가장 강할 때였고, 그러한 국학이 활성화되었을 때 우리의 국혼이 불타오르고 온 누리에 뻗칠 수 있었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란 아我 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我 란 나와 민족과 인류를 말한다. 개인과 전체의 조화(個全一如), 모든 우주만물과 삼라만상의 현상을 다 아우르는 ‘홍익인간 이화세계’ 라는 위대한 정신철학을 우리의 역사 속에서, 특히 상고사에서 집중적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학에서 상고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한민족의 원형 혹은 원류는 상고사 중에서도 고조선 시대에 그 답이 있다. 우리가 우리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뿌리역사를 통해서다. 그 뿌리 역사가 상고사이고, 오늘날 민족의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상고사를 알아야 하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상고사 영역을 침탈당하고 빼앗긴다면 대일항쟁시대 이육사가 말한 것처럼 빼앗긴 들에는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윤동주의 『서시』에서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는 구절이 있다. 우주 삼라만상의 현상을 다 아우르다 보면 눈에 보이는 생명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그 형태만 변할 뿐 사라지지 않는 것, 이것은 한민족의 삼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도 나온다. 하늘에 부합되는 삶,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었고, 별을 노래하며, 모든 생명이 갖고 있는 변함없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로 인해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은 법칙이전의 법칙으로 자유롭고도 거침없는 우리 한민족의 삶이었고, 그들의 삶의 발자취가 역사 속에 온전하게 남아있었다. 이러한 삶의 중심 가치를 논하는 것이 바로 '국학'이다. 국학을 통해서 바라본 우리 역사는 피해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역사의 주체로서 위대한 정신철학인 ‘홍익정신’으로 문화의 꽃을 피웠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국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는 학문이다. 즉 한민족의 고유한 사유체계와 연관이 있다. 외래사상이나 철학과 구분하기 위한 개념이기도 하지만 고조선 시대와 같은 상고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중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 가치 안에는 역사적 가치ㆍ문화적 가치 및 철학적 가치가 세분화되어 있다. 그래서 중심가치가 살아있는 학문이 국학이다. 국학과 한국학의 차이점은 고유한 사유체계에 기반을 둔 것인가 아니면 외래사상이나 철학을 고유한 사유체계에 수용하여 한국화된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우리 역사는 국학을 열어가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

역사 속에 녹아있는 국학, 순도 100%의 국학을 찾으려면 상고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학에서 상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변하지 않는 고유한 사유체계와 그에 따른 역사, 문화, 철학을 집대성한 것이 국학이라면, 한국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고유한 사유체계의 바탕위에 다른 외래사상이나 문화 등을 수용하고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역사 인식을 통해 국학을 열어가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제목을『국학을 통해 바라본 우리 역사』라고 정해 보았다. 국학과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국학과 역사 발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민성욱 박사
기고=민성욱 국학박사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졸업

국학박사(논문 '한국사에서 말갈 인식에 관한 연구')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법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