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며 가정의 달이다. 4월의 끝자락인 4월 28일은 아산의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68주년 기념행사가 있었고 29일은 윤봉길의사의 의거 8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두 곳의 기념일 모두 그리 거룩하고 정성껏 기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축소된 느낌이었다. 참가자들이 많지 않은 것과 재빨리 행사를 치르는 듯 서두르는 주최 측의 모습들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렇게 정성이 없지는 않았다.

 이웃의 침략전쟁 당사자인 일본은 다시금 총리가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는 데 이르렀고, 중국은 대국주의로 조여오고 북한은 핵으로 연일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축소될 것이 축소되어야지 애국애족과 효충도의 상징이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기념식과 24세의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귀한 목숨을 던진 윤봉길 의거일의 행사가 축소되고 썰렁하다니 선열들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요사이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영향으로 초등학생들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그 주연 여자 탤런트를 같은 사람으로 안다고 한다. 고등학생들도 3ㆍ1절을 ‘삼점일절’이라고 읽고,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이완용을 독립운동가로 알고 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어른사회에서는 ’백년의 전쟁‘이라는 왜곡된 역사 영상물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나라'는 '나의 땅'이니 곧 국민이 깃든 '확대된 가정'이다. 그 가정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약화되고 파괴되어가는 과정은 아닐까? 국민들의 생명과 국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5월은 봄과 여름의 사이로 기온은 따뜻하여 쾌적하고 많은 꽃이 피어나고 생명이 약동한다. 숫자 5는 우리말 '다섯'으로 '닫고 서다(閉, 立)'는 뜻이다. 새싹이 어두운 지하의 삶을 닫고 밝은 지상으로 솟아나 따로 서는 약동을 상징한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이 있어 가정으로부터 사회로 사랑이 돋아나는 '가정의 달'이다. 가정(家庭)의 가(家)란 같은 지붕아래의 식구들, 정(庭)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생활(生活)'이란 '생명활동'의 준말로 함께 생명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써 영어로 홈(home)이란 패밀리(family)와 하우스(house)가 합쳐진 의미이다. 그러므로 동서양의 단어는 각기 다를지라도 그 뜻은 함께 공감하고 있다.

▲ 5월은 푸르고나. <그림=원암 장영주>

 그러나 우리민족의 국학에서는 가정의 가치를 세 가지의 보이는 물질적인 공간으로서의 집과 보이지 않는 생명의 집으로 연결하여 닦는 법을 가르치니 최고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아랫배 하단전은 효(孝)의 중추로 가족의 건강이 충만해지는 집이다. 중단전은 충(忠)의 중추로 나라집 곧 국가(國家) 행복해지는 집이다. 상단전은 도(道)의 중추로 사해일가(四海一家)인 지구의 평화를 창조하는 집이다.

가정과 홈은 '인간임'을 가르치는 최소의 교육단위이기도 하다. 건강한 육체로서의 생존법과 구성원간의 정서적 관계를 체득하고, 모두를 아우르는 인격으로 성장하는 가르침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말의 '가르치다'는 '가르다(磨)와 치다(育)'의 복합의미의 혼성어로 윗세대가 정성을 다하여 아랫세대의 '몸의 육체적인 자람과 마음의 인격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다.

 바람직한 인격이란 의식이 성장, 발전하여 각자의 몸집, 나라의 국체, '온 생명의 집' 인 지구에 즉 '나와 민족과 인류'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홍익인간으로서의 인격'일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만인과 만물을 두루 사랑하라고 하시는 홍익인간의 두뇌 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설정하셨고 이것은 인간의 어느 조직도 어떤 높은 깨달음도 모두 관통되는 정신이다.
1대 단군 왕검께서 나라를 개국하시면서 펼치신 단군팔조교檀君八條敎의 제3조에서는 인격의 최상의 가치인 ‘효충도(孝忠道)’를 가르쳐주신다.
"너희가 태어남은 오로지 부모님으로부터 연유하였으며,
부모님은 하늘에서 강림하셨도다.
오로지 부모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
하느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며,
이것이 나라에까지 미치니 충성과 효도이다.
이 도로써 부지런히 힘써 정도를 이룬다면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반드시 먼저 벗어나리라."

현재에도 우리가 자주 쓰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라는 속담은 이와 같이 최소한 4346년 전에 어버이의 사랑을 최대한 기리는 가르치심으로 공표되신 것이다. 이러한 효충도의 DNA는 우리의 혈관을 타고 맥맥하게 흐르고 있으니 더없이 거룩한 가치인 효충도의 확산에 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때 한민족은 머지않아 반드시 세계정신의 중심국이 될 것이 불을 보듯이 확실하다.  그래서 5월은 언제나처럼 희망의 달이기도 하다.

(사) 국학원 원장(대), 전국민족단체연합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