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을 한 번 체험해 본 사람은 정기적으로 단식을 한다. 3년 전 단식을 만난 후로 단식 마니아가 된 기자의 생생체험기를 전한다. (사진=HSP명상단식원 제공)

지난 7일, HSP명상단식원 취재 중 만난 단식 전문가는 "단식은 마니아층이 있다. 이들은 1년 한 번씩 병원에 정기검진 받듯 단식한다."라고 말했다.

3년 전 처음 단식을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여기저기 정보를 찾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단순히 살 빼겠다는 마음이라면 단식하지 마라. 성공 못 한다."라고 강조했다. 단식하면 살 빠지는 거 아닌가? 그럼 고혈압도 당뇨도 없는 내가 살 빼려고 단식하지 뭐 때문에 단식하나? 그렇게 나의 단식은 시작되었고 이제는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단식할 정도로 마니아가 되었다.

※ 코리안스피릿 멘탈헬스 기획 "비움이 보약이다" 지난 기사 보기(클릭)
[1편] 삼원조화식으로 무예를 펼치는 김 현 대한단무도협회장
[2편] 몸은 소식(小食)을 원한다
[3편] 4050 여성들, “늘어난 뱃살, 소식(小食)으로 없앤다!”
[4편] 단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HSP명상단식원 김선주 원장
[5편] 살빼러 왔다 사는 방법을 배워간다
[6편] 단식, 기자가 체험해보니

첫 번째 단식 /  '땡순이'는 이제 안녕~

첫 번째 단식은 3일간 모 회사에서 나온 주스를 200mL씩 하루 3번 마시는 것이었다. 이때 느낀 점은 생각보다 내 장 상태가 굉장히 예민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3일 단식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장 내 노폐물이 엄청나게 빠져나왔다. 그럼 좀 길게 해봐? 바로 한 달 뒤 시작한 '5일 단식'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식했다. 충분한 정보도 없이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알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때 아무 일 없었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하늘의 도움이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첫 번째 단식 후 제때 밥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졌다. 나는 그동안 자타공인 '땡순이'였다. 12시 땡! 6시 땡! 하면 밥을 먹으러 가야 했다.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누군가 오지 않아 시간이 늦어지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 지면서 손이 떨릴 정도였다. 그런데 단식하고 나니 시간 맞춰 먹지 않아도 예민해지거나 손이 떨리거나 배가 너무 고파 쓰러질 것 같다거나 하는 증상이 사라졌다. 5일씩이나 굶었는데 고작 10여 분 기다리는 게 대수냐? 꼭 시간 맞춰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것이다.

두 번째 단식/ 내 몸을 조금씩 알아가다.

이번에는 마음먹고 설연휴를 이용해 충북 모 단식원에 들어갔다.
매일 아침 풍욕과 아침저녁 냉온수욕, 명상수련 등의 일정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매일 저녁 식습관 관련 다큐멘터리를 함께 시청하는데 식욕 떨어뜨리는 데 아주 효과가 컸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병들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웠던 맛있는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이처럼 음식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집에 돌아와서도 보식을 꽤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갓난아기가 음식을 처음 맛볼 때처럼 하나씩 먹으면서 느껴졌다.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우선 내 위장은 밀가루를 소화하지 못했다. 국수 종류는 그나마 괜찮은데 빵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면서 기분 나쁘게 배불렀다. 그럼 그동안 어떻게 빵을 먹었던 것일까? 단식하기 전 나는 빵이 소화되는지 안 되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소화기관의 감각을 잃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변화된 점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먹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과일과 친하지 않았는데 단식 후 채소와 과일에 찾게 되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빵이나 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이나 혹은 맵고 짜고 단 음식을 찾았는데, 이제는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채소와 과일 맛에 빠졌다. 시중에 판매하는 샐러드 드레싱보다 올리브오일과 식초, 간장 한 방울 떨어뜨려 나 혼자 '오리엔탈 소이소스(Oriental Soysauce)'라 부르는 드레싱에 깨끗이 씻은 채소를 탁탁 털어 물기를 제거한 후 아삭아삭 먹으면 몸이 함께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완전히 습관이 바뀌지는 못했다. 6개월가량 지나니 어느새 라면과 빵을 먹기 시작했다. 특히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되었다. 무엇보다 취재로 외부에 있거나 시간에 쫓길 때는 근처 값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지 신선한 채소를 먹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최소 일주일에 2번은 장을 봐야 했고, 끼니 때마다 씻고 털고 자르는 생활이 직장인에게 쉽지만은 않았다.

▲ 주변의식하지 않고 오롯히 나와 만나는 시간이 단식이 아닐까? (사진=HSP명상단식원 제공)

세 번째 단식/ 단식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다.

지난 8월 여름휴가. 이번에는 경기도 한 단식원에 생수단식원을 찾았다. 2박 3일의 짧은 휴가라 길게 하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여름휴가에 웬 단식이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튿날 862m 높이의 산을 오르는데 여름이라 땀을 많이 흘리면서 머리가 깨지듯이 아프고 어지러웠다. 단식트레이너가 땀으로 빠져나간 부족한 미네랄을 보충해야 한다며 죽염을 먹길 권유했다. 무엇보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지 못했다는 생각에 등산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명 두 명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여기서 내려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꼴찌로 올라가면서도 앞에 가는 사람과 20미터 넘게 차이가 났지만 천천히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결국 12명 중 4명만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이때 경험으로 나에게 큰 신뢰가 생겼다. 난 느리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삶이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급할 필요가 없음을 나는 그저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가면 되는 것임을 깨우치게 되었다.

올해 설연휴에 또 단식원을 다녀왔다.
난 2년 연속 설연휴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은 불효를 했지만 왠지 단식하면 할수록 더욱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아, 이래서 단식이 다이어트가 아니구나.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 난 여전히 식습관으로 스트레스 받고, 늘 다이어트를 외치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조금씩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주변의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내 몸과 대화하며 나의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이 결국 단식의 효과임을 깨우치게 되었다.

난 이제 또 한 번의 장기단식을 꿈꾼다.

-코리안스피릿 멘탈헬스 기획 "비움이 보약이다"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