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는 '천하대안(天下大安)'의 줄인 말이다. 천안의 명소 중 하나인 ‘흑성산(黑星山)’은 비록 높고 험하지는 않지만 고려 태조 왕건의 책사가 오룡쟁주지형(五龍爭珠之形)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중요한 거점이다. 흑성산은 근세 조선 영조 때 향기로운 관리인 어사 박문수(1691년∼1756년)가 자신의 묘 터로 지정하였으나 후일 나라의 향화가 끊이지 않고 피어오를 곳이라는 지관의 말을 듣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곳이 지금의 독립기념관이다. 그래서 그런지 흑성산 주변으로는 ‘민족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ㆍ무명의 애국지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유관순, 이동녕, 이범석, 김좌진, 윤봉길, 충무공 이순신 장군, 충무공 김시민 장군 등의 출생지요 성장지이다.

 

흑성산은 검은 산이라고도 하는데 흑산(黑山, Black Mountain)이 아니라 ‘검은산儉恩山)’이다. 이는 곧 국조 단군 ‘왕검의 은혜로운 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검은산의 뜻을 제대로 알고 아끼는 사람들은 아예 ‘단군산’이라고도 부른다. 흑성산 한 켠으로는 독립기념관이 있고, 산등성이를 넘어서 국학원(國學院)이 있다. 땅을 본다는 사람들이 독립기념관 쪽은 양택(陽宅)으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이며, 국학원 쪽은 음택(陰宅)으로 산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라고 한다.

  국학원은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그 국학원에는 세계 최대의 단군 왕검상(33m)을 건립하여 만 년 역사의 한민족을 영원히 기념하는 민족의 성지이다. 그 곳에는 전국에서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선별하여 옮겨 심고, 사철에 어울리는 화단을 조성하고, 연못을 파서 물이 흐르고, 그 물이 모여 폭포로 떨어진다. 봄이 오니 단군산은 흰 옷을 벗고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새 울기 시작하니 국학원은 새소리와 꽃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양지 바른 눈 속에서 쑥이 움트고 산수유가 피면서 희고 붉은 매화,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오랑캐꽃, 벚꽃 흐드러지고, 배고픔을 잊도록 눈부신 이팝나무, 조팝나무, 희고 붉은 철쭉, 목련화, 라일락, 수국이 연달아 피고 모란과 작약이 너른 꽃잎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다. 오월, 햇볕 뜨거워지면 숨 멎는 듯이 장미가 피어난다. 여름 내내 꽃이 피다가 가을이면 천지화인 무궁화의 시절이다.

꽃이 지면 씨가 들고 과실이 열려 주변을 살찌우고 다시 씨가 번져 생명은 시작도 끝도 없이 무시무종(無始無終) 대를 이어 하나(一)임을 증명한다.
국학원의 꽃그늘에는 산비둘기 낮게 울어 짝을 찾고, 소쩍새는 지는 달 따라 밤새 피를 토하며 울어 댈 것이다. 한적한 길가로 후투티가 날아들고, 국학원의 푸른 기와속에는 또 다시 황조롱이 둥지 틀고, 새끼 낳고 죽지에 힘을 길러 먼 길을 떠날 것이다.
그 모든 삶을 삼족오와 나라의 위인들과 세계의 성인들이 지구를 위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접화군생(接化群生), 흑성산(단군산)의 국학원은 늘 생명과 함께 하며 같이 흘러간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물러가고 자연은 깊어가지만 불청객인 황사가 나라를 뒤덮는다. 지금, 내우외환의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같다. 하나의 민족이 갈라져서 또 하나의 형제를 공격하여 씨를 말리겠다니 누구의 씨란 말인가? 안과 밖으로 외세가 들끓으니 누구의 득이란 말인가? 100년 전, 일제에 의하여 나라를 잃을 때도 남북이 따로 갈라서지는 않았으니 그때보다도 오히려 엄중한 위기이다. 이미 천오백 년 전에 고구려의 을밀 선인은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로 나라와 국민의 관계를 밝게 가르치셨다.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 -전략-
오로지 백성이 의로 여기는 것은 나라의 소중함이니 (惟民之所義 乃國爲重兮)
나라가 없으면 내가 없으매 어찌 나라가 소중하지 않은가. (無國我何生國重)
때문에 백성은 재물을 소유하고 복되게 살며 (故民有物而爲福我生)
나라는 혼이 있어 더욱 커지는 도다. (故國有魂而爲德)

나라가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바르지 않으면 나라가 없으매, 오직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음을 뼛속 깊이 각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민은 바로 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 창조력으로 안과 밖이 청정하고 강력한 민족정신을 되찾아 인류 문명을 새롭게 꽃피울 진정한 한류문화의 중심국, 우리 대한민국이 되어야만 한다.

사)국학원 원장(대), 전국민족단체협의회 대표 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