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몸의 다른 어떤 장기와도 유사한 점이 없다. 인간 뇌의 무게는 1.4kg가량으로 젤리나 냉장고에 보관된 버터 정도로 무르고, 무수히 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진 장기이다. 폐처럼 팽창과 수축을 하지 않으며, 심장처럼 안에 들어있는 혈액을 뿜어내지도 못한다.

인체의 여러 장기 중 가장 늦게 그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곳이 바로 뇌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뇌의 기능조차 모르고 있었다. 뇌의 존재를 느끼고, 뇌의 형태와 기능을 알아내는 과정은 천 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제 세계는 뇌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세미나와 학술대회와 대중강연이 열리고, 뇌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반인들에게 뇌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셋째 주를 '세계 뇌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로 지정하여 전 세계 60개국에서 강연 및 무료 뇌과학 교육 등의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99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매년 뇌 연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대중들에게 알리는 행사로 올해 우리나라에서 6개 도시 16곳에서 공개강좌가 열린다.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뇌에 대한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까? 우리가 이토록 뇌에 대해 관심을 두고 뇌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비감마저 느껴지는 인간의 두뇌에 대해 이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세계뇌주간 기획]
① 인류, 뇌를 느끼기 시작했다!
② 세계 각국에서 불붙은 뇌 연구
③ 뇌를 알려면?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④ [인터뷰] 한국뇌과학연구원 김나옥 부원장

 

# 인류, 뇌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기원 전 유럽, 중국 등에서는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치료하는 '천공술'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다.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몸에서 머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심장은 매우 소중하게 보존하였지만, 두개골은 구멍을 내서 뇌는 빼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기원전 428-347년)은 뇌에는 '생명의 원리'가 있으며, 뇌는 척수와 함께 '생명력'을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뇌의 기능은 '심장을 식히는 냉각장치'라고 믿었다.

19세기까지 시신에서 뇌를 꺼내 해부하여 그 구조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의 뇌 기능에 대해서는 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뇌를 꺼내서 부검하는 것이 유일한 연구 방법이었다. 뇌 손상이 있는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정확히 어느 부위에 손상을 입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결과 20세기 초까지 뇌에 대한 연구는 극히 적은 양에 불과했다.

20세기 후반에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과학과 각종 기술의 진보는 뇌신경과학 분야에도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현미경이 개발되어 뇌의 세부적인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뇌전도(EEG)를 검사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뇌의 기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되어 살아있는 뇌의 안쪽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그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지난 20년 사이에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이 등장했고, 가장 최근에는 뇌자도(MEG) 기술이 등장하여 뇌의 기능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 사고로 쇠파이프가 전두엽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던 피네아스 게이지(왼쪽). 예의바르고 점잖던 그는 사고 후 충동적이고 화를 잘내는 사람으로 성격이 변했다. 그를 통해 전두엽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sparkmuseum 제공)


동양에서는 뇌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중국 한의학에서는 음양오행설과 기(氣)를 바탕으로 인간의 정신 작용은 뇌가 아닌 오장에서 일어난다고 보았다. 중국의 고대 의학서인 <황제내경>을 보면 두려워서 겁을 먹으면 신(神)을 상하게 하여 피부가 거칠어지고, 비장에 근심이 머물면 의를 상해 사지가 부자연스러워 지며, 간에 슬픔이 머물면 혼을 상하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했다. 즉, 정신과 신체가 서로 연관되어 있어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가르침을 담훈 '신훈(神訓)'편에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는 '본성에서 하느님을 찾아라. 너희 뇌 속에 내려와 있다'는 뜻이다. 고대 경전에서 뇌를 언급하고 있는 흥미로운 부분으로, 이미 단군조선 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뇌 속에 하느님이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모든 사람이 깨달아 이치에 따른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3개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 >에 나온 강재이뇌. '본성에서 하느님을 찾아라. 너희 뇌 속에 내려와 있다.'

뇌는 지금껏 알려진 것 중 가장 복잡한 물체다. 뇌는 화학, 전기 발전소로 마치 과녁을 맞추듯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과학의 발달로 뇌의 여러가지 기능과 메커니즘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이러한 뇌과학을 아무리 연구한다 해도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단순한 질문에도 답하기 어렵다.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체 중 뇌가 없어도 완벽하게 생존을 유지하며, 인간보다 단순한 신경조직만 가지고도 살아가는 생명체는 너무나 많다.

인간 뇌에 대한 깊은 연구가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어줄까? 진화론자들은 지구에서 너무나도 약한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돕고 살기 시작하면서 뇌가 유난히 발달했다고 보고 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짐작하고 때론 속이는 사회적ㆍ정신적 기술은 오로지 두뇌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뇌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다면 뇌의 능력을 100% 사용할 수 있을까? 뇌에 대한 탐구는 이제 막 항구를 출발해 바다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여행의 끝이 어찌될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뇌의 비밀은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