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1947년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홍익인간 사상을 담은 이 책은 김구 선생이 경교장 시절에 썼다.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백범 김구가 4년여 간(1945.11.23~1949.6.23) 거주하며 통일운동을 펼쳤던 역사 현장이다.

그는 경제적인 부(富), 군사적인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행복하고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사적 465호인 경교장(京橋莊)을 3년간에 걸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2일부터 무료 개방한다고 밝혔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1949년 이후 64년 만이다.

경교장은 1945년 11월 중국에서 환국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청사로 사용하던 곳으로, 김구 서거이후 미군주둔지, 주한 대만대사관저 등으로 사용되다 1967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이 매입해 병원 건물로 사용해왔다. 

이후 역사적인 유적인 경교장을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과 시민사회의 문화재 지정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서울시와 삼성병원이 오랜 협의를 거쳐 소유는 그대로 두고 전체 공간만 복원하는 데 합의했다. 서울시는 경교장 내 모든 병원시설을 이전 완료(2010. 6. 30)하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복원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복원 설계 및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2010. 10. 13)를 완료했다.

지상 1층에선 임시정부의 회의가 열렸던 응접실, 대외 홍보관계를 담당했던 선전부 사무실, 귀빈 식당을 만날 수가 있다.

특히 귀빈식당은 백범 김구와 임시정부 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식사를 했던 장면을 음성으로 재현, 역사 속 한 장면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복원된 선전부 사무실
▲ 복원된 응접실

2층으로 올라가면 김구 집무실과 침실, 서거한 공간, 임정 요인들의 숙소 등을 볼 수 있다.

집무실은 당시 사진에 근거해 일식다다미 방으로 재현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구가 서거한 2층 집무실 복도에는 창문에 서거 당시 총탄 자국을 재현해놓았다. 임정요인 숙소에는 디지털 액자를 설치해 1945년 광복부터 우리 현대사를 되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

욕실은 건축 당시의 자재들이 잘 남아 있어 경교장의 건축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원형 전시실로 조성했다. 

보일러실과 부엌으로 쓰였던 지하는 총 3개의 전시실로 나눠 ‘경교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도록 했다.

▲ 속옷에 쓴 밀서 (1948. 2.3) 복제
제1전시실에선 경교장 건립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경교장은 1938년 광산업 거부 최창학이 396㎡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면적 945㎡ 규모로 건립됐다. 이어 해방되고 임시정부에 제공했다.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경교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일어난 시민사회의 복원운동과 문화재 지정과정을 소개한다. 

제2전시실은 당시의 신문기사와 관련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걸어온 길’을 전시했다.

제3전시실은 ‘백범 김구와 임시정부 요인들’을 주제로 김구의 유품과 임시정부 요인들에 대한 정보검색 코너가 소개되어 있다.

이 전시실에서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유물은 김구가 경교장 2층 거실(집무실) 복도 책상에서 육군 소위이자 미군방첩대(CIC) 요원인 안두희에 의해 암살당했을 때 입었던 혈의(血衣)다. 이 혈의에는 목과 가슴부위에 김구 주석의 혈흔이 남아 있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백범일지 초간본과 서명본(1947)
또한 1947년 발행된《백범일지》초간본과 김구의 서명이 들어있는 서명본도 전시되어 있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당시 모습을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며 "앞으로도 새로 발견되거나 입수되는 자료 등을 추가 전시해 국민이 그 당시의 시대적 고민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교장은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한다.(사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