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인 2002년부터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근 일주일간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잤고, 사건 당일 환청까지 들려와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10일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박모 씨(49)가 2층 집 거실에 불을 질러 홍모(67) 씨 등 일가족 6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방화한 이유를 층간소음에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설을 앞두고 부모 집을 찾은 30대 형제는 아래층 40대 남자와 소음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살해됐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사건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살인과 방화를 저지른 사람들 모두 평범한 우리 이웃이라는 데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살인자'로 돌변하게 된 것일까?

소음, 뇌를 화나게 한다!

사람의 뇌는 소리에 민감하다. 강한 소리는 뇌에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소음에 시달리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고 혈압 상승, 혈관 수축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도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신체 면역체계를 흐트러뜨린다.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된 사람은 성격이 예민해진다. 짜증도 늘게 되고 화를 참지 못해 분노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6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 완화와 해소를 위해 3월 15일부터 한국환경공단에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했다. 2개월 동안 접수된 상담요청만 2031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38꼴이다.

접수된 민원을 살펴보니, ‘아이들 뛰는 소리가 367건’(71%)로 가장 많았다. 악기 소리 15건(2.9%), 가구 끄는 소리 13건(2.5%), 가전제품 소음 12건(2.3%) 등의 순이었다. 

▲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웃사이센타 상담신청 게시판에 올라온 글(=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이에는 이’ 보복하자 VS 이해하고 배려하자

인터넷 포털의 각종 게시판에는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이 윗집 주민에 보복하는 방법을 설명한 글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는 갈등만 심화시킬 뿐 어떠한 해결점도 되지 않는다.

인구추택 총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주민의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65%에 달한다. 일본(40%) 영국(18%) 미국(3.9%)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매일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층간 소음으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웃사이센터에 요청하면 된다. 센터는 피해유형을 분석해 해결방안을 상담해준다.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 소음을 측정하고 발생 원인을 분석해준다. 층간 소음 중재 서비스는 무료이며, 전화(1661-2642)나 인터넷(www.noiseinfo.or.kr)을 통해 신청받는다.

그러나 층간 소음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담센타나 법적 소송이 아니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