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구약성서 창세기, 일본의 고사기,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 등지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중국의 반고신화 등 나라마다 고유의 창세신화가 있다. 창세신화를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결속력을 강화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도 창세신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열린 시원의 역사와 지구・인류의 시초를 이야기하는 <부도지 符都誌>가 바로 그것이다.

이 <부도지>가 쉽게 읽고 접할 수 있도록 전자책(e-book, 글로세움 출판)으로 출간됐다. 저자 김계옥 씨를 만나 <부도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부도지>의 저자 김계옥 씨

- <부도지>란 어떤 책인가?

"부도지는 매우 신비로운 옛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역사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부도지는 수천 년 전의 이야기인데, 지금 이 순간과 절묘하게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였다.

<부도지>는 박제상의 후손인 영해 박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 오다 일본강점기와 6.25 전란을 겪는 동안 소실되었다. 그러나 <부도지>를 물려받아 공부했던 박제상의 55세손 박금 씨가 원본을 기억하여 되살려내고, 김은수 씨가 한글로 번역・주해하여 <부도지>(한문화 출판)를 출간했다.

내가 출간한 <부도지> 전자책은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꾸어 쓴 것이다. 북큐브네트윅스, 북큐브 앱, 리디북스 앱, 예스24, 알라딘, KT올레, SK네트윅스, LG U+, 네이버, 신세계 I&G, 텍스토어 등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종이책으로도 출판할 계획이다."

- <부도지>는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나.

"<부도지>는 박제상이 저술한 <징심록> 중 일부 내용으로, 우리 조상들이 최근까지도 읽으며 전해내려온 민족과 인류 최초의 조상 이야기다. 각 지방의 전설로 남아 있는 지구 어머니 '마고'가 민족의 시조로 등장한다.

생명의 진동 속에서 터져 나온 우주의 음악 '율려(律呂)'에 의해 만물이 창조된다. 인류의 조상들이 '오미의 화'로 말미암아 12부족이 나뉘게 되는 과정, 대홍수, 황궁씨・유인씨・한인씨・한웅씨의 계승, 요와 순 임금에 의해 동방(단군조선)과 화하(하나라)가 분리되는 과정이 자세하게 서술되었다.

단군조선의 치세 1천 년간에 걸쳐 각 부족이 자리 잡았으며 '단군조선을 포함해서 한민족의 역사'를 7천 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부도지> 전자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직장 동호회에서 올바른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동료와 함께 역사를 접하고 바라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어느 나라 역사보다 광대하고 영광스런 역사가 우리의 고대사였다는 것에 정말 감동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누가 일부러 감추려는 의도적 노력 없이는 그 광대한 역사가 이렇게 왜곡되고 묻혀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보았다. 우리 역사에 빛나고 위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 존재 자체가 우리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부도지>에 대해서 한자로 된 어려운 자료만 몇 권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을 수 있게 쉽게 써서 일단 그 존재를 알리자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 그림이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한민족의 후손이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 뿌리에 관심을 두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 이렇게 <부도지>를 새로 쓰게 되었다. 내게도 두 아이가 있다. 두 아이와 함께 작업하였고 의미가 컸다."

▲ <부도지> e-book 표지

- 우리 국민이 <부도지>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훨씬 장구하고 위대한 정신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나 조직, 국가는 자신의 뿌리인 역사를 잊어버리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지 못하고 힘을 잃게 된다.

그들은 그런 점을 알고 있었고, 힘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없애기 위해 조상을 부정케 하는 역사침탈과 왜곡을 강행했다. 특히 일제 강점시대에는 그런 과정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진행되어 그 여파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 땅은 회복되었으나, 정신은 아직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오늘날까지 왔다. <부도지>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것도 그런 상황의 연속선으로 볼 수 있다."

- <부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하다. 

"박제상이 저술한 <부도지>가 현존하는 책은 아니다. <부도지>를 공부한 박제상의 후손이 6.25 전란 중에 가문에 내려오던 책을 소실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억을 되살려 내놓았다.

불가피하게 잃어버린 역사를 그렇게라도 되살려 놓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은 자국민의 자신감과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역사 속 선조의 미미한 흔적조차도 크게 부각시킨다. 심지어 힘을 이용해 약한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없는 역사를 만들어내기까지 하였다.

스스로 선조의 역사를 지키지 못하였는데, 남아 전하는 조각마저 부정하거나 돌아보지 않는 것은 후손의 도리가 아니며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조상이 남긴 이야기라면 알고 난 다음에 밝혀나가면 된다.

역사는 곧 정신이며 오늘의 자신을 밝히는 거울과 같다. 작은 역사의 흔적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겸허하게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 후손의 마땅한 태도일 것이다. 언제 어디에선가 <부도지>의 기록본이 나타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 <부도지>를 어떻게 읽으면 좋은가?

"신비한 옛날이야기를 읽듯 편하게 읽으면 좋다. 씨줄과 날줄로 짜여져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 인류의 역사가 나를 통해서 숨 쉬고 있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족이 꼭 다 함께 읽어주셨으면 한다. 어린이용, 청소년용, 성인용 등 앞으로 <부도지>의 다양한 버전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 김계옥 씨는 경북대 영어교육학과와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American University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다. 단국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국립 서울맹학교 교감, 교육학기술부 교육연구관을 거쳐 현재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 월간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한 점 꽃잎으로 허공에 안기다>, 번역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