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신인 사관(史觀)이 바로 서지 못한 민족치고 망하지 않은 민족이 없다. 상고사는 그 민족의 뇌에 해당하므로 상고사를 잃는 것은 식물인간이 되는 것과 같다.”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장(65세)은 최근 펴낸 <주해 홍사한은>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의 부제는 ‘단군의 고향을 아십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단군이 47명이고 그들의 치적을 다룬 <환단고기>에도 단군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홍사한은>은 학술적인 규명을 떠나 단군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담은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지난 25일 코리안스피릿을 방문한 반 소장을 만나 상고사의 희귀본으로서 10년 전에 발견한 <홍사한은>과 책을 주해한 소감을 들어봤다.

▲ 신간 <주해 홍사한은>을 펴낸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장

단군의 고향은 ‘연길’이다!

- 책은 언제 알게 된 것입니까?
“10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대전 유성의 소부문고(素夫文庫)에서 박종호 선생의 소장본이라며 어느 분이 한배달 사무실로 가져왔어요. 그분도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 같아요.”

- 박종호 선생은 어떤 분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한학자로만 들었어요.”

- 언제 나온 책인가요?
“위나라 제7대 왕인 안리왕 10년에 공자순이 서문을 쓴 책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발해 대야발이 단기고사 서문을 쓴 서기 729년보다 996년 전에 쓰여졌어요. 조선시대 최면길(崔勉吉)의 서문(1691년)도 공자순이와 대야발과 함께 실려있어요.”(기자 주: 발해 대야발大野勃은 대조영의 동생이다. 단기고사檀奇古史를 집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 단군의 고향이 처음으로 나오는군요.
“책을 보면 단군왕검의 고향이 천평(天坪)이라고 나와요. 단군이 14세 때 세자로 책봉된 곳이 국자가(國子街)이며 그 때 도문을 설치했다고 해요. 국자가는 지금의 중국 연길의 국자가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2004년 7월에 개천학회 회원들과 함께 중국에 갔을 때 연길이 천평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어요.”

- 웅녀의 이름도 밝혀졌군요.
“단군의 어머니 이름이 웅녀가 아니라 교웅이라고 나옵니다. 단군 왕검의 아내는 하백의 딸 태원이라고 적혀 있어요. 박혁거세는 난생설화로 알에서 태어난 것으로 아는데, 아버지 이름이 박원달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 <홍사한은>과 <환단고기>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실명(實名)이 나온다는 거죠. 이것은 처음입니다.”

- 천부경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존의 천부경과 글자가 몇 개는 달라요.”

- 어떤 점이 다릅니까?
“묘향산 석벽본과 8글자가 다릅니다. 일석삼극에서 석析이 아니라 철哲로 되어 있고, 천일일天一一에서 일一이 아니라 리理로 되어 있습니다. 무궤화삼에서 궤匱는 기氣로 되어 있고 삼사성환에서 성成은 승承으로 되어 있어요. 묘연만왕만래에서 妙衍이 아니라 모영慕永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자 주 : 천부경은 천제(天帝)의 환국(桓國)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글이다. 환웅 대성존이 하늘에서 내려온 뒤 신지혁덕(神誌赫德)에게 명하여 녹도문(鹿圖文·사슴발자국모양문자)으로 기록하였는데, 고운 최치원이 일찍이 신지의 전서(篆書)로 쓴 옛 비석을 보고, 다시 문서를 만들어 세상에 전한 것이다.)

- 책을 보니깐 환웅시대, 단군조선, 고구려, 발해, 가락국까지 나옵니다.
“그렇죠. 북부여도 있고 기자조선도 많이 나와요.”

민족정신을 찾아야

- 이 책을 본 학자들은 있나요?
“1월 초에 한 모임을 다녀왔어요. 10년 정도 회원으로 있는데, 신년회를 한다고 해서 책을 가지고 갔어요. (그런데) 아예 위서라는 거예요.”

- 책의 존재는 알고 있던가요?
“알지도 못해요. 한 분이 <홍사>라는 책은 들어봤데요.”

- 위서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런 책이 나오면 위서라고 말하는 것이 답답해요. 서지학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분야에서 연구하는 학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한번 봐야 할 것이 아니겠어요. 보고나서 가짜 운운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에요. 일본은 만들어서라도 역사를 하는데, 이것이 나오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를 하느냐 그거에요. 저는 이렇게 표현해요. 금광에 들어가서 돌을 깨고 그것을 정제하면 (금이) 2g, 5g 나와요. 이 책이 돌과 같다면 금이 있는지 정제를 해봐야 할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연구될 수 있겠죠.
“이런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서 주해본을 내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봐요. 처음에는 낼 생각을 안 했죠. 5~6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어요. 글을 쓸 때마다 답답했던 것은 참 무식하게 도전을 해 본 거죠. 곡괭이를 하나 들고서 말에요. 주해는 전에 여러 번 해봐서 자신이 있는데, 해석은 이게 만만한 것이 아니거든요. 광석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정제해서 5g만 나와도 포기하지 않잖아요. 첨가한 내용이 설사 있더라도 진짜는 있지 않겠느냐는 거에요. 처음부터 소설을 쓴 것이 아니지 않냐.”

- 독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1875~1953)는 일본이 패망하고 떠나면서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라고 했어요. 이 책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식민사관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서 민족정신을 제대로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배달에서 펴낸 <주해 홍사한은>은 대형서점에서 만날 수가 없다. 책은 한정판으로 300부가 있다. 가격은 28,000원, 구입은 010-2437-3794로 하면 된다.

■ 반재원 소장
대구 출생,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박사수료. 훈민정흠연구소장, 태극원리연구소 부소장, 한배달부회장, 한국어정보학회 이사로 있다. 그동안 펴낸 저서는 <한글 창제원리와 옛글자 살려쓰기>, <21개 외국어 회화 표기 예> , <세계가 잃어버린 영혼 한국>,  <태극기> 등 10여권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