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결심의 달이다.

‘다이어트, 금연, 영어공부’ 등을 하겠다고 다이어리에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3일이 무섭다. 더구나 한 달, 두 달이 지날수록 처음에 먹었던 마음이 약해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해야 성공하는 법이다. 알기는 알지만, 실천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운동을 무려 10년 이상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10년이란 쉽지 않은 시간이다. 옛말에는 강산이 변한다는 숫자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매일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고 연습하면 특정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 숫자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전남 단월드 순천센타에서 만난 정태민 씨(59세), 이철순 씨(63세), 이정숙 씨(68세), 김정자 씨(75세) 등 4명은 명상수련에 푹 빠져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부, 교사, 회사원이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나이도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지금은 정년퇴임 한 사람도 있지만, 운동을 오래 하는데 나이도 환경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평범한 대화 속에는 공력(功力)이 느껴졌다.

▲ 왼쪽부터 정태민 씨, 이정숙 씨, 김정자 씨, 이철순 씨. 송흔경 단월드 순천센타 원장의 안내에 따라 에너지 명상을 배우고 있다.  방법은 양 손바닥이 마주보게 한 뒤 서서히 양손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가 오므렸다가를 반복하며 손과 손 사이의 자력감을 느끼며 명상을 하는 것이다. 뇌파가 안정화되면서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명상으로 찾은 ‘멘탈헬스’

이정숙 씨(2001년 시작)는 10년 동안 명상할 수 있는 비결로 ‘나 홀로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어떤 사람은 (운동하러) 어디 가려고 하면 동무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끼리끼리 해야 한다는 겁니다. 혼자 가기는 싫다고 하거든요. 저는 혼자 다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이들 학교 가는 것처럼 부지런히 챙겨서 가게 돼요. 이젠 습관이 됐어요.”

이 씨를 운동으로 이끈 것은 서울에서 먼저 명상을 접한 딸의 권유가 있었다. 15년 전에 받은 허리수술로 검진을 받으러 가면 의사 또한 운동을 권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얼릉 회복되는 약을 주십시오’라고 하면 ‘약은 안 먹어도 됩니다. 꾸준히 하는 운동을 해보십시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고 오늘까지 부지런히 했어요. 내가 해보니까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내 몸에 맞게 꾸준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할 때나 김장을 할 때도 지치지 않고 괜찮아요. 그냥 뭐, 그전에는 못했는데 그런 것이 없는 것 같아요.”

▲ 기체조를 하고 있는 김정자 씨. 75세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하체가 튼튼했다. 김 씨는 15~16년 전에 허리 협착증이 생겨서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자 씨(1999년 시작)  또한 자녀의 안내를 받았다. 15~16년 전에 허리 협착증이 생기고 다리까지 아프면서 1초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다리를 펼 수도 없었다. 먼저 명상을 하고 있던 그의 막내아들이 수련해야 한다는 말에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들의 손을 잡고 3층까지 계단을 올랐다. 명상은 앉아서 못하고 누워서 받았다.

“다리가 아프니깐 시작할 때 겁이 났다. 너무 아프니까. 걸으면서도 아팠다. 그런데 운동하면 나을 수 있다는 집념으로 하니깐 재발하지 않더라.”

회사를 다니고 있던 정태민 씨(2000년 시작)는 강연회를 통해 먼저 시작한 아내의 권유로 시작했다. 정 씨는 명상이 건강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하는 힘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자꾸 수련하다 보니까 순리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이런 방향이 다수를 위해 좋다.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철순 씨(2003년 시작)는 30대 중반에 발목 관절염을 앓았다. 수영도 배우고 요가도 배우고 그랬지만 다닐 때만 조금 나을 뿐, 저녁에도 양말을 신고 다녀야 했다.

“교직 생활하면서 안 좋은 것을 보면 마음이 상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정의파였거든요. 임춘란 선생님이 같은 학년인데 속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저녁 8시에 원장님 보고 가슴 좀 풀어달라고 그러자’고 해서 갔어요. 원장님이 가슴을 풀어주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그 다음부터 당장 등록하고 다녔어요.”

▲ 에너지명상을 하고 있는 이철순 씨. 이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답답한 가슴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동료의 소개로 찾아갔다가 가슴이 시원한 체험과 함께 등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절만 바뀌면 감기를 앓던 그의 건강은 몰라보게 좋아졌고 감기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집 아저씨(남편)도 ‘자네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해서 ‘뭐가 달라졌냐’고 물었어요. 차분해지고 긍정적으로 되었다고 해요. 결혼 초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성질 안 내니깐.(웃음) 술 먹고 와도 뭐라 그러지 않고 그러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하라!

부부도 생활하다 보면 권태기가 온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고비는 없었을까? 이미 생활이 되어버린 여자 3명과 달리 청일점 정태민 씨는 굴곡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씩 감정이 상하기도 했죠.(웃음) 내가 삐지고 안 나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라는 것에 구애를 받거나 감정에 치우쳐서 안 나온 적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좋아요. 홍익인간이라든지 여러 가지 과정을 보면 배울 점이 많아요. 그런 것을 회사에서 써먹기도 하고, 마음은 항상 여기에 있었어요.”

이정숙 씨는 수련할수록 느껴지는 ‘맛’도 이야기했다.

“행공(行功) 같은 것을 할 때, 맨 처음에는 팔이 아파서 꾀를 썼다. 안 아프게. 그런데 나도 모르게 차츰차츰 가만히 있어지고 이렇게 되더라.(두 팔을 일직선으로 뻗는 자세를 보여주며)”

그는 몸도 가벼워지고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 웃음명상을 하고 있는 이정숙 씨, 5분간 웃으면 3시간 스트레칭한 효과가 있다. 뇌에서 베타 엔도르핀의 분비물 촉진해 기분을 좋게 하고 통증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부지런히 다니는 이들의 성실함을 보니, “개근상이라도 줘야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가운데 연장자인 김정자 씨는 “나 못 나올 때까지 계속 다닐 것”이라고 말해 한바탕 웃었다.

이철순 씨는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요. 다른 모임에 가면 어쩐지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요.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나오고. 여기 다니는 분들은 너무 편안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태민 씨는 “같은 안경을 썼으니깐 굉장히 편안한 것”이라며 “자꾸 단점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챙겨주고 같이 하다 보니 식구처럼 더욱 배려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부든 운동이든 10년 이상 한다는 것이 어디 마음만큼 쉬우랴. 초보자들에게 해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정숙 씨는 타인의 뜻 보다 자신의 ‘알아감’을 강조했다. 몇 년 하다 보면 스스로 느껴지는 게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하면 이것이 좋고 저것은 나쁘구나. 자기가 느끼는 부분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철순 씨는 어디가 아파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수련할 것을 당부했다.

정태민 씨는 먼저 시작한 선배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많은 사람이 중간에 그만두는 데, 수련해서 좋아지는 것과 그것을 위해 내야 할 돈과의 싸움에서 돈이 이기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으려면 선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가장 열정적으로 했던 시절로 ‘공원에서 명상수련을 지도할 때’를 떠올렸다.

“한번은 술을 새벽 2시까지 마셨다. 아침 6시 공원에서 수련을 지도해야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대로 공원에서 자버렸다.”(전체 웃음)

▲ 기체조를 하고 있는 정태민 씨. 기체조는 단순히 동작만 하는 맨손체조와 다르다. 동작과 호흡과 의식이 일치해야 한다. 몸의 자연치유력이 살아나고 짧은 시간에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체험한다.

이철순 씨는 전교생 22명인 신안분교(전남 고흥군)에서 근무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전부 조손가정이었고, 얼굴은 굳어있고 슬픈 표정이었다. 이 씨는 방과 후에 일주일에 2번 정도 강당에 모여서 뇌교육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얼굴이 달라졌고 저절로 와서 고개를 숙이고 나를 보는 눈빛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공부하기 싫은 애들이 우리 반에 와서 ‘선생님, 뇌교육 안 해요!’라며 쫓아다녔다. 자신감이 없던 아이들에게 ‘자기선언’ 같은 것을 시켜놓으니까 발표도 잘했다. 가을학예회 때 장생보법댄스를 했는데, 전교생이 다 일어나서 재밌게 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을 나오니 하늘이 참 파랗고 주변의 산이 포근하게 시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순천이라는 지명이 예사롭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한국선도의 3대 경전 중의 하나인 <참전계경>에 나오는 것과 같았다. 하늘의 섭리를 따른다는 뜻, 순천(順天)이다.

“하늘의 답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하늘의 섭리에 어긋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하늘의 섭리를 따름에 급히 서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참전계경 제38사 제5체 제32용(한문화 편집부, 천지인p78)>

하늘의 섭리는 인생으로 비유하며 ‘순리’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고 조바심을 낼수록 오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에서 도(道)를 닦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족과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아마 그것이 10년 이상 명상(冥想)으로 건강과 행복을 찾은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