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1.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쭈뼛 쭈뼛거릴 시간도 없었다. 숙소에 간단히 짐을 푼 뒤 교육장에 내려가니 앉자마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2박 3일 일정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나서 바로 첫 번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바로 풍류도의 선풍 신현욱 대표의 '영가무도(靈歌舞道)'였다.

▲ '타오운기스쿨'의 1단계는 바로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선도문화교육기업 풍류도의 선풍 신현욱 대표가 지도하고 있다.

 한자어인 것이 영 어려운 무엇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는데 무대에 장구가 올라왔다. 그리고 신 대표가 영가무도에 앞서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주문했다. 말은 간단했다. 비.워.라.

 "몸이 놀 때 나오는 소리가 노래, 몸이 놀 때 나오는 동작이 춤이다. 논다는 것이 무엇이겠나. 논다는 것은 놓는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놓다 보면 비워진다. 계속해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 몸도 마음도 비워진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 눈치 보려고 온 것 아니지 않나. 나를 위해 오늘 다 비워내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90년대에 유행한 댄스가요들이 나왔다. 한 5분 전에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하던 사람들과 생각 없이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나오자 순식간에 그 속사포 랩을 따라 하며 춤춘다. 세대도 성별도 취향도 없다. 일단 춤추고 보는 분위기에 흠뻑 빠져 신나게 흔들고 나니 몸에 후끈 더워진다. 입꼬리도 올라간다.

 "몸이 먼저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 마음을 여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 바로 기,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내려놓아야 한다. 잘 비워낸 자리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 에너지가 채워지면 입으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소리 질러도 좋다."

 보통 강의하는 사람들이 관객을 일으켜 세워서 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가볍게 일지언정) 춤을 추게 하려면 1시간 2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중 절반은 앉아서 힘없이 박수만 치는 정도지만 말이다.

 세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어른이 되면서부터 훤하게 밝은 곳에서 그것도 알코올 한 방울의 힘도 빌리지 않고 춤을 춰본 것이 얼마 만이란 말인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것 같다. 교육장으로 내려오던 길에 본 호텔 나이트 '클럽 하바나'는 오늘은 문 닫아야겠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자리에 모인 이분들 모두 평소에 어떻게 참고 지내셨나 싶을 정도다. 잘 놀면 기분풀고 분풀고 원풀고 한풀고 살풀이까지도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하다.

 몇 곡의 신나는 댄스곡으로 몸도 비우고 마음도 비웠다. 이제는 진동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 신 대표는 "진동은 영혼을 만나기 위해 씻어내는 과정"이라며 계속해서 자신에게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제자리에 서서, 혹은 앉아서 눈을 감고 진동 수련을 이어간다. 저 밑바닥에 꾹꾹 눌러서 묻어두었던 것들이 마음이 비워지니 빗장 풀리듯 열려버렸다. 이렇게나 답답하고 힘들었으면서 티 안 내고 지내느라 애쓴 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참 오랜만에 목 놓아 울었다.

 "몸 너머, 마음 너머, 생각 너머 자기를 찾아가는 길이다."

 영혼의 춤과 노래라는 말이 몸으로 마음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한참 동안 춤을 추고 또 진동 명상을 하면서 울었더니 몸과 마음은 물론 머리까지 가볍고 맑아졌다. 나를 항상 무겁게 만들던 가슴 속 무언가가 쑥 하고 빠져나간 듯하다.


 다음 날 아침의 부은 눈은 어쩔 수 없었다. 교육장에 내려오니 나와 비슷한 이들이 여럿 보인다. 혼자였으면 쑥스러웠을 텐데 다 같이 눈이 부어 있으니 '어제 참 시원하게 잘 풀어냈구나'하는 마음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둘째 날 오전 프로그램은 바로 '운기(運氣)' 수련이다. 트레이너로 나선 오운 김현 대한단무도협회장은 "내쉬는 호흡을 위주로 하는 운기수련은 움직이는 단전호흡"이라며 일단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선도무예인 단무도를 기본으로 기공수련이 시작되었다. 상체의 긴장을 모두 내려놓고 하체를 땅에 뿌리를 내린다는 느낌으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들이었다. 현대인들은 뜨거운 화기(火氣)가 머리로 올라가고 시원한 수기(水氣)가 아랫배로 내려가서 건강이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한다. 운기 수련을 통해 하체를 단련함으로써 화기를 아랫배로 내린다. 부족하면 노화가 오는 수기 역시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

▲ 호흡을 통해 우리는 몸은 물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대한단무도협회 오운 김현 협회장이 단무도 동장과 호흡법을 결합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 중 김현 협회장이 가장 강력하게 강조한 것은 하나다. 바로 '호흡'이었다.

 "몸이 건강하지 않거나 나이가 많아지면 호흡이 짧아진다. 지금 호흡이 짧다고 느껴져도 괜찮다. 다만 내쉬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호흡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라. 서서 하는 수련에서는 특히 내쉬는 호흡이 중요하다. 여유를 갖다 보면 그 속에 리듬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나서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는 호흡이거늘 '숨'에 집중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몸을 충분히 쓴 뒤 자리에 반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호흡법은 단순했다. 먼저 내쉬고 잠시 멈춘 뒤 여유롭게 들이마신다. 호흡을 내쉴 때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다섯까지 헤아린다. 뇌파가 너무 안정되어 잠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내 호흡을 천천히 하는 것을 먼저 트레이닝 하라. 수기는 호흡으로, 화기는 여유로움으로 흡수된다. 호흡을 보고 호흡을 타라. 그리고 아랫배 단전에 집중한다. 그런데 혹 집중이 안 된다면 억지로 단전에 집중하려고 하지는 마라. 될 만 하니까 되고, 안 될만 하니까 안 되는 거다. (좌중 웃음)

 호흡은 반복이 중요하다. 다른 잡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호흡 속 리듬을 찾아야 한다. 자기만의 리듬."

 서양식 생활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등받이 없는 의자, 바닥에 앉는 것이 익숙치만은 않다. 게다가 척추를 반듯하게 세우라는 주문까지. 상체가 긴장되면서 어깨가 한껏 올라 귀에 닿을 지경에 이르렀는지 지나가던 김 협회장이 어깨를 지긋이 눌러주고 간다. 그 와중에 정신은 호흡과 단전에 집중하라니. 역시 쉽지 않다.

 그릇이 좋아야 담기는 물도 예쁘듯, 좋은 자세를 잡아야 좋은 기운이 모인다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5분, 10분 가만히 앉아 있다보니 말이다, 이 호흡이 맛있다. 게다가 재미있다. 경주에 오기 전까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지지고 볶던 일이 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이 넓은 우주에 오롯이 내 숨만 있는 듯 하다. 흙탕물이 든 병을 가만히 세워두니 흙은 가라앉고 맑은 물만 떠오르는 것처럼 내가 맑아지고 투명해졌다. 내 안에 큰 힘이 생긴 것 같다.
 

[프롤로그] 당신은 인생의 멘토가 있나요?

[2] 내 인생 멘토와의 만남 -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고 몸으로 행하다

[3] 멘토와 멘티가 아닌 비전 파트너로 나란히 서다 - 진정한 창조주로서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