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4일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영하 13도였고, 대구 또한 영하권이었다.

이곳에서 추운 겨울 날씨도 녹일 수 있는 열정을 가진 남자, 함승수 단무도중앙시범단 팀장(단무도 대구관장)을 만났다. 그는 단무도 5단이며, 그가 한 외부공개강연회이 200회를 넘는다.

단무도중앙시범단 메인트레이너로 활동하는 함 팀장을 만나 시범단의 훈련과정과 최고의 무예, 천부신검에 관해 들어봤다.

▲ 단무도중앙시범단 메인트레이너 함승수 팀장(단무도 대구관장)

얼을 쓰는 무예

“단무도라고 하면 몸을 쓰는 수련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무예입니다. 그 이치에 따라서 몸을 움직이고 기운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입니다.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혼을 쓰는 무예이고 얼을 쓰는 무예입니다.”

2004년 단무도 지도자가 되기 전까지 유단자로서 살아온 함 팀장(31세)은 타 무술단체와는 추구하는 정신에서 차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9살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공인 4단이고, 쿵후도 2단이다. 함 팀장은 이후 명상수련을 하다가 깨달음의 무예 단무도를 접해 지도자가 되었다. 단무도의 목적은 정기신이 합일된 상태인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단무도 중앙시범단이다.

인체의 세가지 보물로 정(精)과 기(氣)와 신(神)이 있다. 정기신은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에서 합성되는 기로서 정이 충만하면 기가 장해지고 신이 밝아진다는 정충기장신명(精充氣壯神明)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깨달음의 원리다.

단무도의 꽃이라는 시범단은 지난 2011년 4월 1기생 20명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1년 동안 매월 격주로 안동 무림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수료식은 김현 대한단무도협회장이 직접 주관한다.

올해 2기생은 25명이 모집됐고, 내년 3기생 교육을 앞두고 현재 29명이 모집됐다. 목표는 1~3기를 포함해 총 100명이다.

▲ 단무도중앙시범단은 지난 10월 6일 충남 천안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린 '제5회 으라차차 코리아-코리아 힐링 페스티벌'에 참석해 오프닝 공연을 펼쳤다(자료=코리안스피릿)

시범단 멤버를 살펴보면 12세 초등학생부터 66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나이, 직업, 사연 등이 다양하다.

어릴 적에 홍콩 무술영화를 보면서 강해지고 싶었다는 동기부터 ‘여자로 태어나서 평생 부엌칼만 사용하다가 생을 마감하기에는 억울하다, 더 늦기 전에 검을 한번 만져 보고 죽자’고 마음먹고 시범단이 된 주부도 있다. 

최고 연장자인 임희경(여, 66세) 씨는 "가르치는 사람에서 배우는 사람으로 제2의 인생을 열게 됐다"며 "무림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맑고 뿌듯한 행복감에 젖었다"라고 말했다.

석상순 씨(교사, 54세)는 "척추가 바로 펴지는 느낌을 많이 체험한다. 시범단 활동을 통해 내 몸을 사랑하고 정성을 들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고, 홍경태(공무원, 44세) 씨는 "개천절 시범 공연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 나 자신과 시범을 보는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범단은 안동 탈춤 페스티벌(2011년 9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10만 개천절 행사(2011년 10월), 청송캠핑축제(2011년 10월), Rock힐링 콘서트(2012년 2월), 국학기공대회(2012년 5월)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받았다.

함 팀장은 1년 동안 진행되는 교육에 관해 “정기신을 단련할 수 있는 수련법들만 있다. 오로지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시범단에서 중요한 것은 자재율이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서 지감, 조식, 금촉이라는 선도수행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체득(體得)하는 것이다. 지감이 된 사람은 반복할수록 거기에서 오는 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또한 정은 기본기를 통해 단련하고 기는 시범동작을 통해 기운을 장하게 만들고 신은 원리를 통해서 밝힌다.

검은 아무나 들 수 없다, 왜?

▲ 천강도로 시연을 펼치는 함승수 팀장

“천강도는 하늘이 내려오는 검입니다. 이 검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받는 것이죠. (오행적으로) 금 기운이죠. 원래 쇠(金)는 많은 창조가 일어나요. 내려치고 깎아내고 새롭게 변화하는 기운입니다.”

함 팀장은 하늘이 내려온 검, 천강도를 직접 보여줬다. 천강도는 시범단이 행사에서 가장 많이 선보이는 ‘천부신검’에서 사용하는 도구다. 검은 진검과 가검이라는 2종류가 있다. 무게에서도 차이가 났고 가격에서 가검은 35만 원이고 진검은 100만 원에서 180만 원까지 다양했다.

진검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많겠다고 질문을 하자, "많다. 진검으로 대나무 베기 연습도 하고 그렇다“라고 함 팀장은 대답했다.

그러나 검은 아무나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유단자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다. 그 전에 흰 띠부터 파란 띠, 빨간 띠 등 총 7단계의 유급자로서 정규과정을 밟아야 한다.

“검을 든다는 것은 나와 다른 무언가를 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 길이가 그만큼 커진 것을 말합니다. 검 끝까지 나의 에너지가 전달되어야 해요. (그러려면) 나의 의식이 더 커져야겠죠. 한마디로 검수련은 기장수련입니다.”

그는 검을 들지 않고 맨몸으로 수련할 때 받는 느낌과 검을 들었을 때 다리와 허리 등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단련이 되지 않으면 검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골격이 맞춰져 있지 않고 에너지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이 검을 들게 되면 에너지 흐름이 역상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몸부터 단련하고 에너지가 커지면 그때 하늘의 기운을 받는 검수련도 가능해지게 된다.

최고의 명상, 천부신검수련

천부신검은 한민족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을 검으로 표현한 것이다. 81자 중에서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있다)을 살펴보자.

▲ 천부신검에서 인(人)의 자세
 

사람 인(人)의 자세는 단무도에서 독립보에 해당한다. 한발로 중심을 잡고 검을 쥔 양손을 가슴 앞에 가져온다. 중단전에 집중하고 가슴호흡을 통해서 진기를 만들어낸다.

▲ 천부신검에서 중(中)의 자세

중(中)은 검의 위치가 정확하게 하단전의 높이에 둔다. 발바닥 용천혈과 손바닥 장심혈 그리고 검끝의 기운이 모두 하단전으로 연결해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세운다.

▲ 천부신검에서 천(天)의 자세

하늘 천(天)은 검을 하늘높이 치켜들면서 하늘의 기운을 받는 자세다. 일방적으로 검은 살생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무도에서 검날은 하늘과의 교류이자 힐링을 뜻한다.

▲ 천부신검에서 지(地)의 자세

땅 지(地)는 오른발을 내리면서 양손으로 검을 쥐고 하늘의 에너지를 땅으로 연결하는 자세다. 검이 땅을 보고 있는 것은 지기(地氣)와 교류하는 것이다.

▲ 천부신검에서 일(一)의 자세

마지막으로 일(一)은 중(中)의 자세와 비슷하지만 높이가 다르다. 중이 하단전 높이라면 인은 목에 해당하는 천돌혈(天突-좌우 빗장뼈 사이, 가슴뼈 위의 오목한 곳에 위치)에 맞춘다. 또한 중은 정지하는 동작이지만 일은 베는 동작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마음과 통하고자 하는 마음(一始無始一 一終無終一)으로 내려쳐준다. ‘하나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근본의 마음을 깨닫는다.’의 뜻도 담겨있다.

천부신검은 수련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 유단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을 들고 천부경의 에너지와 교류하면 이보다 깊은 명상상태는 없다는 것이 함 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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