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단무도 3대 가족이다.' 권상윤 씨 등 가족 5명이 단무도 동작을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일산 단무도장에서 만난 권상윤 씨(42세)는 3대 가족 모두 전통무예를 익히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권 씨와 함께 아내 이지영 씨(38세), 장모 권영남 씨(70세), 큰아들 형준 군(9세), 작은아들 형우 군(6세) 모두 자세를 잡고 호흡을 고르면서 동작을 취하는데 눈빛이 진지하다.

도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운동하는 성인회원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낚시, 어머니는 사교댄스, 자녀는 인터넷게임으로 따로 놀며 함께 운동하기 어려운 요즘. 온 가족이 전통무예를 배우고 차를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단무도는 깨달음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81자를 토대로 만든 심신수련법이다. 우주 에너지이자 인간 몸의 중심 에너지인 단(丹)을 단련하는 단무도는 천부경과 함께 전하는 깨달음의 수행법 한국선도(韓國仙道)의 맥을 잇고 있다.

3대 가족 모두 단무도 마니아가 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리집 보약, ‘단무도’

가족 중에 가장 먼저 단무도를 시작한 사람은 권영남 씨다. 잠을 잘 못 자던 형준이가 4살 때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는 형준이가 4살밖에 안 되어서 관장님이 (어리다고) 안 된다고 하는 거에요. 떼를 써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설득했죠. 잠도 잘 못 자고 위장도 안 좋아졌는데 건강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지영 씨는 아이들이 단무도를 배워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무예하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한다. 이 씨는 피아니스트다. 그녀 또한 뒤늦게 배운 단무도 매력에 빠져들었다.

"(관장님이) ‘들이쉬고 내쉬고 가슴에 집중하세요. 몸에 집중하세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호흡과 하나가 되요. 연주에도 적용돼요. 예전에는 가슴으로 짧게 쉬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호흡이 깊어졌어요. 수련하면서 동작과 음악과 호흡이 함께 되니 연주하는 데 도움이 되죠."

▲ 단무도 동작으로 하나 된 권상윤 씨 가족의 모습이다. 이들은 수련을 통해 몸이 좋아지고 가족도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장모와 아내보다 늦게 단무도를 시작한 권 씨는 SK 법무실에서 변호사로 근무한다. 늘 바쁜 업무로 뒷목이 뻐근하고 피로에 젖어있던 그가 단무도 수련을 하면서 비로소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아무리 피곤하고 업무에 지쳐도 단무도 동작만 하면 아랫배 단전이 따뜻해지고 온몸이 에너지로 채워지는 게 느껴져요. 제게 단무도는 에너지충전소와 같죠."

할머니와 부모가 단무도를 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표정도 해맑다.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니 "몸"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또 뭐가 좋으냐고 재차 물으니 "건강"이라고 말하자 가족 모두 웃는다.

이들은 단무도를 만나기 전에 수영, 테니스, 태권도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단무도 수련으로 하나 되면서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지고 웃음도 넘치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장모 권영남 씨는 주변의 친구들이 "대통령보다 만나기 어렵다"는 말을 할 만큼 수련을 열심히 한다. 

"저는 예전에 혈압약을 먹었거든요. 이것을 하면서 혈압약을 먹지 않게 되었어요."

그는 지역에 공장을 가진 사업가로서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는 돈도 벌어야 하겠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그것도 귀찮아진다고 말했다.

"(단무도는) 내게 보약이에요. 보약을 먹으면 힘이 세지잖아요. 이것을 하면 몸이 좋아지고 마음도 즐거워져요. 하는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죠."

이지영 씨 또한 단무도를 배우면서 허리가 좋아지고 자세도 바로 잡혔다고 말했다.

"연주하시는 분은 직업병이 있어요. 바이올린 하시는 분은 어깨 한쪽이 올라가 있죠. 저희(피아니스트)는 허리가 앞으로 굽어있고 그래요."

3대 가족 모두가 건강에는 자신 있게 된 비결에 대해 이항구 관장은 "단무도는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힐링무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무도의 동작은 체중이 발바닥에 골고루 수직으로 떨어지게 해 척추가 바로 세워지고 골반과 어깨가 수평을 이루게 한다. 그렇게 되면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잡아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하게 되어 면역력과 치유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무술이 아니라 단전의 기운을 모으는 내공 무술이기 때문에 여성이나 노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가 있다.

가족의 건강, 이웃으로 ‘확산’

▲ 단무도 수련을 끝내고 (왼쪽부터) 장모 권영남 씨, 아들 형우 군,  부인 이지영 씨, 아들 형준 군, 권상윤 씨 3대 가족이 모여 즐겁게 웃고 있다. 

다섯 살 어린이부터 70세 노인까지 단무도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성인반과 학생반으로 나뉘어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도구가 없이도 관장의 세심한 지도가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최근 권 씨네 가족은 집 근처 공원에서 단무도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가족끼리 단무도를 한다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같은 동작을 취하면 군중이 따라하게 된다는 ‘3의 법칙’이 떠오른다. 가족의 건강으로 시작한 단무도가 수십 명으로 불어난 이웃들에게 건강선물을 주고 있었다.

지도는 주로 사위 권상윤 씨의 몫이다. 그는 수련이 끝나고 돌아오면 두 선배(장모와 아내)의 신랄한 피드백(?)이 쏟아진다고 웃는다. 가족이지만 수련 앞에서는 냉정한 선후배 관계가 재밌다.

마지막으로 혼자 운동하지만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이 있을까 물어봤다.

권상윤 씨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쉬운 동작부터 가족에게 전달하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항구 관장은 “한 여성 회원은 나이도 많으신데 매니아세요. 다음 달에 남편을 데려오려고 해요. 본인이 바뀌니까 집에서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남편도 궁금해하고요.”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면 나도 힘들지만 가족도 힘들다. 내가 건강하면 의료비도 절감되고 가족도 힘을 얻는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온다. 많은 사람이 새해 소원으로 가족건강을 빈다. 두 손 모아 비는 마음만큼이나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족과 함께 운동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