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기획, 정확한 데이터, 확실한 숫자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려하지만 성공하는 사례보다 실패하는 게 더 많다. 왜 그럴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심장이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심장이 뛰는 이야기를 준비하라.

그동안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왔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험한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은 많지 않다. 40여 년 간 스토리텔링을 강의해온 명교수이자 엔터테인먼트회사 CEO인 피터 구버가 쓴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겪은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피터 구버 교수를 잘 모르겠다면 이건 어떤까. 전 세계에서 30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둔 <컬러 퍼플> <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배트맨><레인맨><플래시 댄스>의 프로듀서였다면? 저자의 전문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전문가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처음부터 이야기를 활용했던 게 아니다. 자신만만하게 라스베가스 시장에게 달려들었다가 거절을 당하고 정신이 들었던 거다.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습관적으로 미국식 비즈니스 방식을 따랐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야기에 끌리는 걸까? 바꿔 말하면 이야기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사람들을 끌여들이는가. "대화를 통해 전해지든, 책으로 전해지든, 영화나 드라마의 연기자들을 통해 전해지든,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도전과 투쟁과 해답을 담고 있어야 한다."(38쪽) 이런 내용을 사람들이 예상하는 부분과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한류로 각광을 받던 우리나라 드라마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다. 몇 차례보면 그 뒤는 보지 않아도 줄거리가 예상된다. 뻔한 결말. 시청자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드라마는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기대에 어긋나는, 기막힌 반전이 있어야 인기를 끈다. 그리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 "최고의 스토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45쪽).

그래서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해 이름을 날린 사람들도 스토리텔링을 이용한다. 프로농구 매직 존슨이 그랬고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그렇게 했다. 유명해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같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유명세를 훌륭하게 활용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실망할 필요는 없겠다. 저자가 친절하게도 파푸아뉴기니에 가서 확인한 결과 모든 사람이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우주과학자는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전환하게 된 데는 세포들 간의 대화로부터 시작됐다고 이야기하다. 말하자면 이야기를 하는 기술과 듣는 기술이 우리 DNA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천생 이야기꾼이라니 그냥 믿어도 되겠다. 다만 오랫동안 쓰지 않아 녹이 슬었을 터ㅡ녹을 벗기고 기름을 칠하는 수고는 해야 한다.

 성공의 기본은 준비다는 철칙이 스토리텔링에도 적용된다. 준비없이 하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는커녕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장소가 좋은지 치밀하게 알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야기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목표를 열정적으로 추구해야 하고, 그러한 열정은 자신의 실제 행동이나 경험들과 일치하는 것이어야 한다."(154쪽)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한 매직 존슨, 무하마드 알리 외에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사례가 나온다. 덕분에 스토리텔링이 훨씬 친근해지고 쉽게 느끼진다. 저자는 이 책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듯하다. 새로운 분야를 낯익을 용어로 알기 쉽게 풀어쓰면서 흥미를 잃지 않고 단순에 읽게 만드니 말이다. 스토링텔링에 관한 책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오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수시로 제시되는 사례를 읽다보면 책에 몰두하게 되는데 많은 사례를 통해 성공한 스토리텔링, 실패한 스토리텔링을 판별하는 능력도 길러진다. 이제 스토리텔링은 문화, 예술분야의 전유물은 아니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추세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분야를 떠나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다. 스토리텔링은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이야기가 없이는 집을 나서지 말라.

 

피터 구버 지음, 김원호 옮김,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 청림출판,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