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 정국을 앞두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벌어졌던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인혁당 사건에 관한 평가가 새롭게 제기되었고, 정치 지도자의 역사인식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폐지된 단기연호의 억울함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는 없다.

이에 우리 반만년 역사의 상징이며 한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 '단기연호'를 복원하자는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사진제공=부연사]

광복의병연구소 고덕원 이사가 신간 <단기연호 이젠 복원되어야 한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폐지된 단기연호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왜 단기연호를 다시 복원해 사용해야 하는지를 각종 사진과 신문기사 자료를 곁들여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우리민족의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서였다. 화합과 통합의 가치를 절실히 요구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은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이다. ‘널리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에게뿐 아니라, 세계 모든 인류에게 꼭 필요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정신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념이고 한민족의 생활철학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이기도 하다.

서기는 서력기원(西曆紀元)의 줄임말로서 서양에서 생겨난 연도 계산법으로 서력(西曆, 서양력)이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날짜를 정하는 연도 표기법으로, 예수 탄생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보는 서구 역사관의 표현이다. 서기연호가 공식화된 것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에 의해서라고 한다. 올해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지 2012년 되는 해이다.

단기는 단군기원(檀君紀元)의 줄임말로,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이 건국된 해를 기준으로 날짜를 정하는 고유의 연도 표기법이다. 올해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2333년 전에 우리 민족이 '널리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나라를 세운 지 4345년이 되는 해다.

이처럼 단기는 종교기념일인 서기와는 차원이 다른 연호다. 단기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기독교・불교・천도교 등 종파를 초월하여 33인 민족대표가 서명한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는 물론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도 사용되었다. 8・15 광복 후 수립된 정부에서도 이러한 염원은 계승되어 '연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단기를 국가공식 연호로 사용했다.

그러나 단기가 폐지된 이후 정부는 물론 국민도 단기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정부는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공용연호를 서기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된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 반만년 역사가 정확히 몇 년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고, 고조선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인식이 생겼으며, 단군을 실존인물이 아닌 우상으로 인식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제라도 단기연호를 사용함으로써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를 가진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세계 경제 10위 국가의 국격에 걸맞은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그동안 사용해 온 서기를 단기로 교체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서기를 그대로 쓰되 외교적・행정적으로 큰 불편이 없는 경우 임의규정으로 단기연호를 함께 쓸 수 있도록 '연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예시) 2012.1.1→ 2012(단기 4345).1.1 / 2012년 1월 1일 → 2012년(단기 4345년) 1월 1일
         서기 2012.1.1 단기 4345.1.1 등 다양하고 편리하게 병기 가능함

예로부터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에서는 자국의 고유한 연호를 사용해왔다. 일본은 천황의 연호인 헤이세이력과 서기를 함께 적고, 중화민국(타이완)은 중화민국력, 이스라엘은 유대력, 사우디아라비아는 헤지라력, 태국과 네팔은 불교력, 에티오피아는 에디오피아력, 아프가니스탄은 태양력을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단군의 자손이 단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요 책무"라며 "더 이상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루속히 단기연호를 복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