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양: 이제 또 나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구나. 고3 수험생의 마음을 철썩~ 같이 위로해 줘야지.

미역국 군: 억울 억울 억울하오~ 왜 당신만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거야? 나도 인기 있고 싶다고오~ 나 그렇게 미끄럽지 않다고오~.

찹쌀떡 양: 미역국 군 몰라서 물어? 비인기남의 이유, 단지 미끄럽다는 이미지 때문일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찹쌀떡과 미역국’이다. 수험생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고전 수능선물 찹쌀떡,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위해 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미역국. 아이러니한 이 둘의 운명이 참으로 궁금하지 않은가?
 

# 장수선물감 찹쌀떡 양, 인기비결의 이유는?

최근 들어 먹을거리 수능 선물로 초콜릿이나 사과, 과자 등을 준다지만, 오랫동안 수능 선물로 가장 사랑받아온 물품을 꼽자면 단연 찹쌀떡이다. 찹쌀의 찰진 성질을 닮아 ‘시험에 철썩 붙어라’는 의미로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일까?

찹쌀떡의 주재료인 찹쌀은 한의학에서는 그 성질이 따뜻하고 달다고 설명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땀이 나는 사람,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 좋다. 팥은 피로의 원인이 되는 당질 연소 찌꺼기의 양을 줄이는 효능이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긴장으로 소화력이 떨어지고 손과 발, 아랫배 등 몸이 차가워질 수 있다. 또한 장시간 공부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수험생에게 찹쌀떡은 시험 날 아침 긴장된 위의 부담을 덜어주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들어 시험 치는 시간 내내 허기를 느끼지 않게 한다. 또한 팥에 든 당분은 두뇌 회전을 원활하게 돕기도 한다.

찹쌀은 위벽을 덮어주는 역할을 해, 위염으로 속이 쓰리고 거북하거나,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트림이 나오는 수험생은 찹쌀죽을 먹어도 좋다.


# 수능 당일 늘 뒷전 신세 미역국 군, 이유 있는 반항?

TV 모 광고 CF에서, 아들 시험 날 어머니는 당신의 생일을 생각하며 아침에 미역국을 끓인다. 하지만 어머니 생신인지도 모르고 아들은 그저 오늘 시험 날이라며 미역국을 안 먹고 물린다.

언제부터인가 미역국은 미끌한 이미지로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지듯 떨어진다고 하여 시험 날만 되면 기피대상의 음식이 되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 잘만 먹는데 왜 시험 날만은 예외일까?

미역은 수험생에겐 안 좋은 이미지의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건강에 매우 좋은 음식이다. 오죽하면 산모를 위한 넘버원 음식이라고 할까.

미역은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피를 맑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알칼리성 음식이라 육류나 생선, 달걀 등 산성음식을 중화하여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저하하)낮춰주고 당분을 천천히 흡수시켜 혈당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어 당뇨병, 동맥경화, 고혈압 예방 개선에 좋다.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숙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도 한다. 또한 미역에 참기름을 넣어 요리하면 다른 영양분의 흡수를 돕는다.

<동의보감>에 “해채(瀣菜 미역)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氣)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미역은 성질이 차서 열을 내려 답답함을 푸는데 좋지만, 평소 손발 등 몸이 차거나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복통이 일어나고 하얀 침이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시험의 긴장으로 소화력이 약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기 쉬운 수험생에게 행여 미역국 먹였다가 몸 상태를 망칠까 우려해서 시험 당일 미역국을 꺼린 건 아니었을까? 시험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곤란해질 수도 있고 말이다.
 

#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 심기혈정(心氣血精)

우리 선도(仙道)문화에 ‘심기혈정(心氣血精)’이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마음(心)은 에너지(氣)를 생성하는 바탕이며, 이 에너지가 응축되면 몸속 생명력의 표현인 피(血)가 되고, 피는 몸과 물질을 만드는 생명력(精)이 된다”는 의미다. 마음이 에너지의 질과 힘에, 물질세계에 드러나는 모든 현상의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부정적인 마음으로 먹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병에 효능이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먹어 병이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처럼, 음식에도 인간의 의식이 개입하여 작용할 수 있다.

혹 시험 당일이 어머니 생신 같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미역국을 먹었다고 해서 혼자 속으로 힘들어하거나 갈등하지 말자. 시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음식의 효능이 아닌 먹은 사람의 심리다.

시험 전날 먹을거리 수능선물을 받았다면 맛있게 먹고 힘내면 된다. 당일 먹은 음식이나 몸 컨디션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담담히 시험에 응한다면 자기가 바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