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를 뜻하는 청남대(靑南臺). 충북 청원군 드넓은 대청 호수변에 자리한 대통령 옛 별장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청호와 이를 둘러싼 짙은 숲은 훌륭한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이곳에 대통령 별장이 들어선 것은 1983년의 일.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은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별장을 지을 것을 지시한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도 일품이지만, 호수에 둘러싸인지형적 특성은  외부인의 침입을 완전차단할 수 있어 요새처럼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대청댐이 건설될 당시 이 지역은 국민관광휴양지로 지정되었다. 주민들은 개발의 기대에 부풀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당국의 알선으로 상가와 숙박시설을 짓고 모터보트와 유람선을 구입했다. 그러나 대통령 전용별장이 들어서면서 정부는 관광지 개발계획을 급작스럽게 최소했고, 주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한다.  이후에도 이곳은 청와대가 관리하는 국가 1급 경호시설로 4중의 경계철책과 경호실 경비대가 경비를 수행하면서 주민들의 생활권에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대통령을 반하게 만든 이곳의 수려한 경치가 주민들에게 복(福)이 아닌 화(禍)가 되었던 것.

청남대가 자리한 대청호

청남대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이곳 주민의 어려움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의 관리권을 충청북도에 넘겨주었고, 20년 동안 폐쇄되었던 청남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대통령만을 위한 휴양지에서 국민들의 휴식처로 변신하면서, 청남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청률 50%로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랐던  <제빵왕 김탁구>등 이런저런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각광받았다. 드라마가 한류의 중심에 서면서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던 청남대는 중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도 꼭 한번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매표소는 청남대와 떨어진 마을에 있어, 매표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거나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 승용차는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진입로는 백합나무 430여 그루가 늘어선 가로수 길. 대청호 물길을 따라 이어진 길에는 청량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이 가득하다. 이 길은 2005년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백합나무가 늘어선 진입로

차를 주차하고 대통령 별장 구역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대통령 역사문화관'이다.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시절에는 경호요원들이 주둔하던 장소로, 현재는 전시관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를 위시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외국의 국빈들이 대통령께 선물한 귀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들은 아름다운 금은장식이 돋보이는 칼, 그릇, 장신구 등으로, 국빈 선물답게 호화로움을 자랑하고 있다.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된 본관은 아이보리 대리석 위에 황금색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한 나라의  원수가 사용한 별장다운 풍모가 느껴진다. 대통령 가족들은 2층 공간을 사용하고, 1층은 국빈이나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방들은 호수가 전면이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은 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80년대 생산된 TV나 냉장고 등의 전자제품으로 채워진 모습이 흥미롭다. 20년 가까운 역사적 흐름이 피부에 와닿는 공간이다.

대통령들이 산책을 즐기던 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각상이 앉아 있다.

본관을 나오면 넓은 대청호수의 시원한 경관이 산책길을 따라 펼쳐진다. 아름드리 나무를 양쪽으로 하고 있는 산책로는 골프장, 그늘집, 초가원 등으로 이어진다. 이 길에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재임하였던 5인의 대통령의 모습이 조각상으로 놓여 있다. ‘책 읽는 김대중 대통령’, ‘자전거를 타고 손을 흔드는 노무현 대통령’ ‘골프치는 노태우 대통령’ ‘웃으며 산책하는 전두환 대통령’ ‘조깅하는 김영삼 대통령’ 등 대통령들이 청남대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재미난 모습으로 기록된 셈이다.  이외에도 곳곳에 대통령들의 이름을 딴 산책길과 소규모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산책로를 모두 돌며 관람하려면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되나. 워낙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 하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외에는 소음이 없어 명상을 하거나 사색하기에 적당하다.

청남대를 둘러싸고 있는 숲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과거 대통령의 경호부대원들이  경비를 섰던 자리에 2009년에 청남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설치한 것이다. 전망대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645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오르자니 몸이 고달픈 것은 인지상정. 마음이라도 가볍게 가라는 의미에서 이 계단에는 '행운의 645계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한다. 오르는 길이 힘들지만,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대청호수와 청남대를 둘러싼 아름다운 경관은 피곤함을 한방에 날릴 정도로 시원하다. 청명한 가을날에는 대청호수 너머 대전의 높은 빌딩들까지 보일 정도다. 

대청호


지난 20년간 대통령들은 나라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이곳을 찾아 머물며, 마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생각과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렸다 한다. 대청호의 ‘수기(水氣)’가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면, 청남대를 적극 추천한다. 대청호반을 걸으며 명상과 사색에 잠기는 사이, 마음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