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성 늘리기는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역사왜곡의 최종판이자 한반도 문제를 대비한 정치적 '꼼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구려발해학회는 5일 속초시립박물관 강당에서 '2012 속초 발해의 꿈 프로젝트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이날 이종수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중국의 ‘장성보호공정’과 고구려ㆍ발해 장성 현황'를 주제로 발표했다.

■ 장성보호공정은 어떻게 시작됐나?

▲ 이종수 단국대학교 교수(코리언스피릿 자료)
최근 만리장성은 관광지 개발 등으로 심하게 훼손됐다. 심지어 2004년에는 유네스코의 '보존 위험에 직면한 세계 유산 명단' 에 오르게 된 것이다.

중국은 '만리장성 보호'가 당장 풀어야 할 현안과제로 대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성보호공정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은 2003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재정부, 국토자원부 등 9개 부서가 공동으로 “관우진일보가강장성보호관리공작적통지關于進一步加强長城保護管理工作的通知”를 발표했다.

이후 2005년에 “장성보호공정(2005~2014년)총체공작방안”이 제정되면서 그 안에 장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수립됐다.

이러한 장성보호공정이 법률적인 효력을 받기 위해 《장성보호조례》가 만들어졌고, 2006년 9월 20일 국무원 제150차 상무회의에서 이 조례가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장성보호공정’이 시작된 것이다.

■ 서남공정, 동북공정을 잇는 중국역사왜곡의 ‘최종판’

이종수 교수는 "장성보호공정은 단순히 장성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새롭게 “역대장성歷代長城”이란 개념을 만들고, 그 안에 영토주의 역사관에 입각한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주입함으로써 새로운 역사왜곡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장성보호공정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중국의 역사왜곡 공정사업의 최종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티베트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서남공정, 한족의 신화를 역사화 시키기 위한 하상주단대공정과 탐원공정, 신장위구르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서북공정, 동북3성 특히 조선족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동북공정 등이 공정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번 장성보호공정은 이들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중국 역사왜곡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2년 6월에 장성보호공정의 1단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그 성과로 중국 국가문물국에서 역대장성의 전체 길이를 21,196km로 늘려 발표했다.

발표된 중국의 역대장성에는 고구려의 천리장성으로 추정되는 노변강토장성老邊崗土長城과 발해의 목단강변장牧丹江邊墻, 축성연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고구려 혹은 발해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변고장성延邊古長城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동북공정 이후 또 다른 역사분쟁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 요령성박물관에 표시된 중국의 장성유적 표시도(제공=동북아역사재단)

■ 장성보호공정, 동북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꼼수'

중국이 줄기차게 외치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은 무엇인가?

발표문을 보면 이 이론은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 작업의 이론으로 창안됐다.

중국은 한족과 다수의 비한족이 서로 경쟁하면서 분열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통일大一統의 오랜 전통에 의해 여러 민족이 단결, 융합하면서 통일적인 다민족 국가를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 안에 존재하거나 존재하는 모든 민족은 중국이라는 역사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들 민족은 모두 중국을 구성하는 중화민족이고, 그들이 역사 속에서 행해왔던 모든 역사적인 활동이나 그들이 세운 왕조들은 모두 중국의 왕조이며, 각각의 왕조들이 관할하고 있던 각각의 강역 즉 영토들의 총합은 역사상 중국의 강역이라는 것이다.

이종수 교수는 장성보호공정이 동북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창기에 시작된 공정 시리즈가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하여 주변국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는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 이루어진 장성보호공정은 한족의 역사를 주변국으로 확대시키려고 하는 영토 확장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작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이들 역사가 한족의 역사에 편입됨으로 인해 한족 역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 장성공정은 더 없이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만리장성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폐기처분하고 장성, 혹은 역대장성이란 용어로 교묘하게 위장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의도는 목단강변장의 명칭 변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순수하게 목단강변장으로 불리던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당장성”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 이러한 명칭 변화는 목단강변장을 국내외 사람들에게 발해의 유적이 아닌 당나라의 유적으로 인식시켜 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당나라의 영토가 발해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 추세가 계속된다면 당나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고구려의 천리장성까지도 당장성으로 탈바꿈하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 지난 9월 10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동북공정 대응 역사강연회와 만리장성 퍼포먼스’. 최근 중국이 만리장성 부풀리기에 대해 각시탈로 분한 세계국학원청년단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자료)

■ 남북공동협력연구로 중국의 역사도발을 저지해야!

그렇다면 장성보호공정은 어떻게 대응해야되는가?

이종수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정책입안 , ▲ 중국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 개발 , ▲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점을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 , ▲북한과의 협력연구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 교수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연구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이루어진 장성조사는 미리 설정된 장성 노선에 자료를 끼워 맞추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만리장성의 동단을 청천강유역까지 확대시킴으로써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남북문제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이 장성보호공정을 마무리하면 연장된 장성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변국과의 국제적인 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