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여파가 미친 것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교육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폐해도 심각하다. 지난 2008년 부활한 일제고사 결과를 토대로 각 학교의 과목별 성적은 물론 진학실적까지 인터넷에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다.

 사람은 사라지고 숫자만 남은 교육 현장에서 교권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무한경쟁을 종용당하는 꽃다운 학생들은 벼랑 끝에서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기에 이르렀다. 고학력과 좋은 대학 졸업장이 자녀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다고 믿는 학부모들은 과도한 교육비로 빈곤하게 사는 '에듀푸어(Education+Poor)'가 되어버렸다.

▲ 오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게 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제공=SBS)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의 교육,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지도자의 정책이 중요한 때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표적으로 내세운 교육 정책을 살펴보았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직접 발표한 정책자료를, 정식으로 정책을 밝히지 않은 안 원장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발췌하였다.

박근혜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 교육”
문재인 “쉼표가 있는 교육으로 적성 찾기”
안철수 “사회 구조 개혁이 전제되는 교육”

 지난 7월 17일 가장 먼저 교육 정책을 발표한 박근혜 후보는 “교육이야말로 행복공동체를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정책의 으뜸”이라며 이를 위해 “배를 만드는 법 이전에 바다를 꿈꾸게 하고 그것을 이루도록 돕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특히 ‘공평성’과 ‘국제경쟁력’을 강조했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벌사회를 타파해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 각 대학의 특성화, 다양화를 지원하고자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GDP 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후보의 교육정책은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쉼표가 있는 교육’으로 불린다. 문 후보는 지난 8월 3일 학부모들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1년 혹은 한 학기 동안 교과공부와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적성을 찾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복한 중2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정책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Transition Year)’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내 경선후보들 가운데서도 가장 진보적인 교육 정책을 발표했던 문 후보는 자신의 저서 《사람이 먼저다》를 통해서도 핀란드와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의 교육사례를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 원장은 “교육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한 개혁을, 단기적으로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일부 소외계층을 위한 전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원장은 이를 ‘사회 인센티브(Incentive, 성과보수) 시스템 개혁’이라고 했다. 대기업 사원, 변호사, 공무원과 같은 직업만 돈을 많이 버는 안정직이라면 그 여파가 대학입시는 물론 초등학교 교육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기업, 수도권만이 아니라 중견기업,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하는 기회의 균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공통으로 ▲인성 교육 강화 ▲평생교육체계 마련 ▲반값등록금(혹은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세 후보의 교육정책에 있어서 차별화된 전략적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 표현만 다를 뿐 정책의 내용은 거의 같았다. 다만 박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좀 더 오랜 기간 정책을 고민한 흔적을, 문 후보는 진보적인 북유럽식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음을 알 수 있었다. 국사 교육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안 원장이 유일하다.

 2007년 개정된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할 인격을 양성할 교육철학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요구하기에는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