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강주희 학생(민족사관고 3)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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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반민족특별위원회는 1948년 10월 2일 발족했다. 그러나 친일세력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세력으로 삼고자 했던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와해되고 만다. 지난 2009년 11월 8일. 수많은 논란 속에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식이 거행되었다. 보수단체의 반발로 인해 계획되었던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발간식을 가질 정도로 마지막까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은 모두 4776명(중복 제외). 관료, 경찰, 예술가, 군인 등 여러 분야에서 친일파들을 분류해냈다. 책에는 이들의 구체적인 반민족적 행위와 해방 이후 주요 행적 등이 담겨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를 이적단체로 규정할 정도로 보수단체의 반대는 격렬했지만,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일념 아래 연구소는 9년에 걸친 노력 끝에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마칠 수 있었다. 반민특위가 와해된 지 60여 년. 후손들의 반민특위가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쾌거였다.

 항상 논란이 되는 친일파 청산의 주인공인 친일파. 이들은 일제에 협력하여 그들의 침략과 약탈 정책을 지지하거나 추종한 무리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살았다.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스스로를 정당화시켰다. 경술국치에 대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400여억 원을 받은 이완용이 그랬고, 그 외에도 일왕으로부터 수많은 훈장과 은사금을 받은 친일파들이 그랬다. 친일파들에게 민족이란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충성심을 일제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용되어지는 도구에 불과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활동을 불필요한 것이라 비판하고, 우리나라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떠밀기도 했다. 해방 직후에는 재빨리 반공주의자로 탈바꿈하는 기회주의적인 면모도 보여주었다. 결국, 독립 운동가들이 아닌 반공주의자로 탈바꿈한 친일세력들이 애국자로 대접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민족은 수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앞잡이가 된 친일파로부터 받는 고통은 더욱더 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다.

 광복 직후, 이러한 친일파에 대한 청산은 바로 해결되지 못한 채 아직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친일파 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는 민족의 숙원이다.

 먼저,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기 위해서이다. 민족정기란 한 민족의 얼이 깃든 기운을 말한다. 우리의 민족정기는 일제강점기를 통해 많이 훼손되었고 그 잔재인 친일이 아직까지 이 사회 구석구석 남아있다. 명심해야할 것은 친일의 청산이 결코 그 후손들에게 연좌의 굴레를 씌워 그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친일파 자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훼손된 민족정기의 회복을 이뤄야한다.

 또한, 청산되지 못한 친일은 어느새 이 사회의 주류가 되어 보수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권의 지지기반으로 친일파를 등용한 이후 그 영향을 받은 세력이 이 나라의 압도적인 보수가 되어버린 왜곡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사가 보수와 진보의 상호관계 속에 발전해나간다고 보면 보수가 압도적인 우리나라 사회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역사교과서에 대한 좌편향 논란이 불거지고, 김구 선생님이 테러리스트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 속에 친일잔재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보일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나 왜곡의 역사가 계속되게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몇몇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때 친일을 했더라도 대한민국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주역들이므로,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 아니다. 광복 후, 수많은 친일파들이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 반공주의자로 돌아서면서 건국의 주역으로 둔갑한 것뿐이다. 진정한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은 독립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독립 운동가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친일세력에 의해서 건국되어진 것이 아닌 독립 운동가들의 수많은 기대 속에 상해에 세워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것이다. 게다가 친일세력을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여기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다. 몇몇 보수단체에서는 건국의 주역을 친일파라고 모욕을 한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친일파를 건국의 주역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그리고 설령 그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이 이 땅에 서는데 큰 역할을 했더라도 과거에 친일을 했다면 그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게다가, 친일에 대한 이해와 청산과 함께 독립유공자들의 후손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후손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영화를 위해 민족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의로운 일이 아니며,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자신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다면, 후손들만은 자신의 애국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친일파의 잔재에 대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것에 맞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친일이냐 항일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타당한 말이기는 하지만 친일파의 청산은 결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친일과 항일은 당시 역사 속의 일부분일 뿐이다. 게다가 당시 한반도는 식민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과 이에 대한 순응을 판단하는 것은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자신들 조상의 땅을 찾겠다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승소하는데, 독립 운동가들의 후손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거나 심지어 아직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계시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다. 이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 출발이 바로 친일파의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평가이다. 지나간 과거의 일에 너무 얽매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모른 척한다고 그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우리를 영원히 옥죌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그 과거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것이다. 이것이 왜 필요한지는 지난 역사가 충분히 보여주었다.

 60년 전에 이루어졌어야할 친일세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 그리고 청산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려고 한다. 왜곡과 배반의 역사. 이제는 끝맺음을 해야 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