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엔 없다 vs 금천중학교엔 있다

청주에 있는 금천중학교 월요일 아침조회는 뇌를 깨우는 뇌체조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VCR을 보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쭉 늘리기도 하고, 답답하거나 뭉쳐있는 곳은 시원하게 두드리면서, 동작이 끝나면 몸의 느낌에 집중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약 15분간의 뇌체조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의 표정은 편안해지고, 지쳐있던 얼굴엔 생기가 돈다.

금천중학교에 방과 후 스쿨로 뇌교육이 도입된 것은 벌써 3년 전이다. 아이들의 체력증진과 인성개발의 일환으로 도입된 뇌교육 수업(해피스쿨)은 ‘화내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는 주제의 학부모 세미나부터 아이들의 심신수양을 위한 명상반과 인성개발캠프까지 다양하다.

▲ 금천중학교 학생들이 뇌체조를 마치고 명상을 하고 있다

친구에겐 있다 vs 나에겐 없다

얼마전 금천중 1학년 350명 전원은 뇌교육 인성•적성 캠프를 받았다. 학업스트레스에 지치고 꿈과 목표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측에서 마련한 캠프다. 진로 탐색과 자발적 학습동기부여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번 캠프는 70명씩 5회에 걸쳐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시작해, 개인특성과 성향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직업군을 알아보는 홀랜드 검사로 이어졌다.
(※ 홀랜드 검사는 직업적 성격유형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학생들의 진로발달 및 성숙정도를 측정하는 일종의 진로적성 검사다.)

▶ 뇌교육 인적성 검사를  마친 학생들이 자신의 유형에 담론 후 발표하고 있다

 “우리 S(social-사회형)는요~”
발랄한 학생 한 무리가 나와 표현지를 들고 자신들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했다. “친구 없이는 못 살아요.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 가장 자주 듣는 잔소리는 너무 산만하다. 그만 좀 나가라. 말 좀 그만해라 에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우리는 I형(Investigative–탐구형) 인데요…”
발표하러 나오는 발소리도 조심조심. 목소리도 나즈막한 남학생들이 나와서 자신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리의 특징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조용하다. 소심하다. 머리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나만 한다 입니다. 가장 자주 듣는 잔소리는 밖에 좀 나가라. 게임 좀 그만해라 입니다” 같은 또래 바로 옆자리 친구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마냥 재밌어 하고 신기해했다.

트레이너의 부가설명이 이어졌다. “S형 학생들은 이야기한대로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핸드폰부터 들죠.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핸드폰을 뺏는 거에요.”

“A형(Art-예술형) 친구들을 한번 쭉 보세요. 이 중에 단 한 명도 체육복을 그대로 갖춰 입은 친구들이 없죠? 이 친구들은 패션센스가 남다르고, 끼가 있어서 남의 시선을 즐기고 자기애가 강한 친구들이 많아요. 천성적으로 타고난 끼 덕분에 예술가나 연예인, 디자이너 등.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일을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어요” 익살스런 트레이너의 멘트에 아이들은 “족집게다! 박수무당이다!!”라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뇌교육 인적성 캠프를 마친 후, 학생들은 "이런 체험을 다시 하고 싶나요?"라는 설문 문항에 100%전원이 "그렇다."라고 답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캠프를 이수한 강해솔 학생은 “나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나와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했고, 황수진 학생은 "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롭게 와 닿았다. 내가 가진 꿈을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 금천중 수학담당 이은하 교사는 학교폭력과 바른 진로적성을 위해서 뇌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육엔 없다 vs 뇌교육엔 있다 

금천중학교 수학교사이자 일주일에 한 번씩 뇌교육 명상반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하 교사는 뇌교육 캠프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요즘 아이들은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탐구할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교육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학교의 문제점 - 학교폭력이나 이기적인 학습분위기는 자신과 남을 이해하게 되면 풀리는 것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이번 뇌교육 캠프를 통해서 ‘나랑 비슷한 친구들보다 다른 아이들이 더 많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각박한 우리 세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에요.”

이 교사는 여타 인적성 검사와 뇌교육 인적성 검사와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학생들을 위한 검사는 그냥 검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이렇구나’라고 알게 되고 그냥 끝나는 거죠. 하지만 뇌교육에서 진행하는 홀랜드 검사는 내가 어떤 성향이고, 타인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토론과 그룹활동을 통해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되요. 자기를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과의 이해를 통해서 어떻게 조화롭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나의 성향과 재능을 어떻게 세상을 위해 쓸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