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KBS 제공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이 머리가 좋고,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사회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 발달할수록 IQ가 높거나 혹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도 이것이 곧 사회적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수녀, 김수환 추기경 등 우리는 이들의 IQ가 얼마인지 학교 성적은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다. 이들이 몸소 실천했던 삶 그 자체가 우리에게 의미 깊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어떠한가?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재단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자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고 봉사가 삶의 기쁨이며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은 남다른 열정이나 성향, 신념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지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간의 두뇌능력을 측정하려는 노력은 1900년대부터 계속됐다. 인류 역사상 뇌의 지적 능력을 수치화했던 알프레드 비네의 IQ 검사를 시작으로 대니얼 골만은 정서와 감성지능을 측정하는 EQ 검사 열풍을 일으켰다. 80년대 중반에는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8가지의 다중지능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최근 과학이 더욱 발달하면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지능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능 중 하나가 ‘실존지능’이다. 영성지능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능은 인간 존재의 이유나 참 행복의 의미 등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왜 사는가? 인간은 어디서 오는가? 인간은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논리·수학적 지능이나 언어지능이 높다고 해서 풀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실존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실존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서적 안정감이 높다. 함께 있는 사람들도 편안함을 느끼고 감정의 기복이나 동요도 없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다른 사람에게 높은 이상과 가치를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이들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실존지능은 삶에 대한 철학이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이 지능이 높으면 다른 지능들을 가지고 무엇을 해도 좋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는 실존지능이 뛰어난 인물들로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존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실존지능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뛰어난 웅변가였던 히틀러는 언어지능은 높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매우 나쁜 방향으로 썼다. 빈 라덴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기에 영국 유학을 다녀오는 등 유복한 환경에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엄청난 부를 이용해 테러조직을 만들었다.

우리는 가족이든 공동체이든 축구모임이든 인생을 건 일이든 종교적인 제도이든 아니면 우주 그 자체이든 우리의 삶을 더 크고 의미 있는 맥락에서 보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는 포부를 가져볼 만한 것,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어떤 것, 자기 자신과 자기 행동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

교육의 목적이 인간답게 키우는 것이라면 모든 지능을 중요하게 여겨서 잘 계발하고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진가를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지능을 어떻게 키워주는가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그 지능을 가지고 앞으로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가치 있는 일을 할지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성공이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존지능 후천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현대 사회의 집단 실존지능은 낮다. 우리는 물질주의, 편의주의, 편협한 자기 중심성, 헌신 부족 등 영적으로 어두운 문화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실존지능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진화할 수 있다. 우리는 반성하고 책임을 지고, 자기를 좀 더 인식하고,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솔직해지며 더 용기를 가질 때 우리의 실존지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실존지능 테스트
고도로 발달한 실존지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ㅁ 능동적이고 자발적 그리고 유연한 사고방식
ㅁ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
ㅁ 괴로움에 직면하고 활용하는 역량
ㅁ 고통을 직면하고 초월하는 역량
ㅁ 비전과 가치에서 영감을 얻는 능력
ㅁ 불필요한 해를 끼치는 것을 꺼림
ㅁ 다양성 사이의 연관을 보는 전체적 시각
ㅁ 왜? 혹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하고 근본적인 답을 찾으려는 뚜렷한 성향
ㅁ 인습에 역행해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