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신화의 형태로만 기술돼 왔던 단군왕검의 고조선 건국과정이 올 3월에 나오는 새 교과서에는 역사적인 사실로 기록이 됩니다.”

지난 2007년 2월 23일 주요 방송국에선 ‘고조선 신화, 역사로’라는 제목의 뉴스가 안방으로 전해졌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단군은 곰의 아들이고 우상숭배는 있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1985년도에 염보현 서울시장이 올림픽을 앞두고 추진한 사직단 내 단군성전 신축 계획이 왜곡된 역사의식 앞에 좌절된 것만 보더라도 국사 교과서 개정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학원 설립자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1987년 민족정신광복운동본부를 설립해 국학운동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거둔 쾌거라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국학원 창립 10주년. 중국이 우리나라 고대사를 왜곡한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발발한 지도 10주년이 된다. 그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는가? 그 속에서 역사를 바꾼 이들은 누구였는가?

■ 고구려를 지켰다…동북공정저지 100만 서명운동

▲ 국학원은 2004년 1월 13일 탑골공원 앞에서 동북공정 반대 100만 명 서명용지를 담은 상자를 앞에 두고 퍼포먼스를 개최했다. 이날 항의서한을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지난 2003년 겨울, 중국이 유네스코에 고구려 유적을 자국 유적으로 등재한다는 제보가 국학원에 도착했다. 당시 2004년 6월 개원을 앞두고 전시관 준비에 한창이던 국학원은 ‘지금은 국학원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려 전원이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국학원에 근무했던 장예령 씨는 "당시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정부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에 국민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선 인터넷이 중요했다"며 "급히 국학원 소개와 동북공정 설명, 동북공정저지 서명 페이지로 만든 간단한 국학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누리꾼에게 알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ICOMOS의 심사위원들에게 고구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항의메일을 보내게 되고 이 중에 카메룬 모하드 하만 위원이 “모르던 사실을 알았다. 메일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증명할 자료를 더 보내 달라.”는 호의적인 답신을 보냈고 예비회의의 판도가 달라졌던 것이다.

국학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해 2월부터 6월까지 ‘대륙의 역사 고구려유적유물 사진 전국 순회전’을 열었고 6월 5일에 개관한 국학원 전시관에는 ‘고구려인의 하늘, 땅,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을 마련했다.

국학강사들이 주축이 된 고구려지킴이 100만 서명운동에는 12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고, 이를 중국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서 유네스코는 2004년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물과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했다.

■ 발로 뛰는 국학, 대한의 가슴에 ‘민족혼’을 지피다!

▲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뜨거운 눈물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민족혼 교육 현장.(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국학원은 민족정신문화교육의 전당이다. 지금까지 국방부, 건설교통부, 삼성의료원 등 30만 명에 달하는 군인, 공무원, 기업체 관계자들에게 민족혼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요청하는 국학 강의에 대해서도 직접 출강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알리는 일을 쉼 없이 해오고 있다.

국학원 초창기부터 1,800회 이상 국학강의를 해온 이병택 강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심정으로 해오고 있다”며 “교육생 중에 팔짱을 끼고 관망하는 자세로 있다가 강의를 들을수록 자세를 바꿔가며 진지하게 듣는 모습에서 힘이 더욱 생긴다. ‘국학이 희망이구나’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국사교과서가 바뀌었다…‘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 열려

▲ 지난 2007년 3월 11일 서울 올림픽 펜싱주경기장에서 제3회 으라차차 코리아 '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가 열렸다. 이날 국학강사들은 1대부터 47대 역대 단군 영상을 배경으로 천부신공을 선보였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2007년 2월 국사교과서에 수록된 단군조선이 신화에서 역사로 개정되면서 국학운동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해 3월 서울 올림픽 펜싱주경기장에서 1만 국학강사들이 모인 ‘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가 그것이다.

이날 김국주 광복회 회장, 정영문 3.1동지회 회장 등 민족단체 대표 33인은 “오늘은 지난 2천 년간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으로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족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정신적 독립을 선포하는 날”이라고 감격에 겨워 말할 정도였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공동대회장으로서 “우리의 고결한 얼과 찬란한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고조선은 우리나라의 얼을 상징하는 역사이고, 그 얼에서 나온 탁월한 이념이 바로 홍익인간 이화세계이다”라고 말했다.

■ 국내 최대 단군왕검입상,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세워져

▲ 국학원은 지난 2008년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해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서 단기 4341년 개천절 경축행사를 가졌다. 이 날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8개국 1천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을 개원했다. 공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21m 크기의 '국조단군왕검입상'이 세워져 있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은 건국시조에 대한 기념사업은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1985년 단군성전 신축계획이 무너진 이후 정부도 민간단체도 관심이 멀어진 것이 현실이다.

국학원은 지난 2008년 10월 3일에 충남 천안시 흑성산(현 단군산)에 6만평 규모의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을 조성했다. 이 곳에 국내 최대 높이인 21m 국조단군왕검상을 비롯해 역대 건국시조와 위인상을 세워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공원을 방문해본 이는 각 동상마다 성금을 낸 국민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개천절 요일제 폐지…단기연호 부활 100만 운동으로 이어져

 

▲ 국학원은 지난해 7월 개천절 요일제가 폐기된 이후 국학 활동가들의 신념과 열정으로 '단기연호 함께쓰기 100만 서명운동'을 단 47일만에 달성했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지난해 7월 정부가 개천절을 요일지정제로 검토한다는 발표는 국학원을 비롯한 민족단체를 분노케 했다.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연일 항의시위와 집회가 이어졌고, 단 7일만에 요일지정제는 폐기됐다. 국학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단기연호 함께쓰기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47일 만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승용 국학원 학술이사는 “한민족의 정확한 구심 없이 온갖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대한민국도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힘들다, 못 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때 희망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바로 중심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많은 전쟁과 침략을 받으면서 나라를 잃기도 했지만 국민이 먼저 일어나서 역사를 지켜왔다. 조선 시대 의병들이 그러했고,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항일운동가들이 그러했다.

이 총장은 그의 책 <한국인에게 고함에서>에서 “끊어질 듯 이어져 온 민족의 정신을 온몸으로 느끼고는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상처투성이인 모습으로라도 끊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준 그 정신이 너무나 소중하여 엎드려 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맥을 잇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하는 국학인. 그들이 있기에 국학원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3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