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놀이는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현대화된 예술이다.

7월 17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A에서 '스마트시대, 국제문화소통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주제로 '제2회 국제문화소통포럼'이 개최됐다.

첫 번째 세션은 건국대 김동윤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플레이팩토리 박광태 예술감독, 스위스에서 온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일본 요미우리 신문 우에 이치로(宇惠一郞) 서울 지국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첫 번째 세션 토론자로 나선 헨드리케 랑에 씨는 한국의 전통문화인 사물놀이에 대한 사랑이 깊다.
 
▲ 헨드리케 랑에(Hendrike Lange) 씨
 
한국에 대해 동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나라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랑에 씨는 18년 전 한국전통음악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스위스의 무용수들과 함께 간 워크숍에서 한 선생이 가져온 장구를 보게 되었다. 무용수가 악기를 몸에 매고 치면서 동시에 춤을 추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결국 1년 뒤에 장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랑에 씨는 1995년 스위스에서 열린 김덕수 씨의 공연을 보고 본격적으로 사물놀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 연주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서양음악에 친숙했지만, 서양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사물놀이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사물놀이는 서양음악에서 보지 못했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열정, 활력 그리고 기쁨이었다. 음악을 무용에 함께 녹여내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북을 두드리면서도 강(긴장)과 약(편안함)을 조절하는 여유로운 흐름은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물놀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연주자들과 청중들 사이의 정신적 교감 즉, '혼'의 교감이었다. 그런 점은 서양뮤지션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물놀이에 대한 열정이 커지면서 1999년 여름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물놀이 한울림 교육원'에서 매년 교육을 받으며 세계 사물놀이 경연대회 스위사물(Swissamul)팀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사물놀이에 대한 랑에 씨의 관심은 국악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 철학, 한국 현대문화로 옮겨갔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예술, 종교, 언어, 음식 등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함께 지키기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물놀이는 전통문화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현대화된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다. 랑에씨는 그런 사물놀이가 현대예술로 자리잡도록 일하고 있다. 예술분야에서 한국의 이런 혁신 정신은 다른 나라의 문화에 자극을 준다. 
 
올해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랑에 씨는 작년 국립국악원에서 CPI(문화동반자) 회원으로서 장구를 배웠고,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통연희와 전문사 석사과정을 이수 중이다.